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세마포의 재료인 '아마'

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세마포의 재료인 '아마'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9

이강근 목사
2021년 03월 23일(화) 09:21
3월 성지의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마.
아마 줄기를 들고 있는 필자 이강근 목사.
40년 광야여행 끝에 요단강을 넘어 가나안 땅으로 들어오는 시기에 등장하는 두 식물이 있다. 가나안 땅으로 보낸 정탐꾼을 숨겨주기 위해 덮었던 삼대와 요단강 건널 때 모맥 거두는 시기라고 말한 모맥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식물은 그 사건이 일어난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다. 성지에 자라나는 식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늘 소개할 식물은 기생 라합이 정탐꾼을 숨기기 위해 덮었던 삼대다. 삼대는 아마다. 당시 삼대를 말렸다는 것은 이미 아마의 추수를 끝낸 때를 말한다.

고대로부터 옷감을 만드는 재료 두 종류가 있는데 양털과 아마다. 양은 고기를 얻기 위함도 있지만 더 중요한 목적은 바로 옷감재료가 되는 양털이다. 양 잡는 날은 정해진 날이 없지만 양털깍는 날은 친인척과 지인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일 만큼 축제의 날이다. 양털과 아마는 중동 땅에서 인류 최초로 거슬러 올라가는 옷감이었다.

성경의 땅에서 아마의 재배 역사는 정말 오래됐다. 성경은 출애굽시 10가지 재앙을 내릴 때 아마가 피해를 입었다고 언급한다. 그만큼 중요한 농업 생산물이었다. 특히 이집트 왕의 미이라를 만드는데 많은 양의 고급 아마 천이 필요했다. 애굽에서 아마의 등장은 수천 년 전이다. 그런데 성지에서도 애굽 못지 않은 아마가 더 일찍 발견된 곳이 있는 데 소돔산 북서쪽 나할헤메르의 한 동굴이다.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임에도 건조한 기후로 인해 상태가 아주 양호한 아마 천이 발견됐다.

아마가 기록으로 남은 것도 이에 못지 않다. 이스라엘 게젤에서 발견된 3000년 전의 일명 게젤의 달력에는 총 6행의 농사력을 기록돼 있는데, 제3행에 '한 달은 아마를 수확하는 달'이라 기록돼 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당시 농사에 관한 게젤의 달력과 지금의 농사력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여호수아서 2장에서 정탐꾼을 숨겨준 삼대(아마)를 말리는 장면이 나오고, 이어 요단강을 건널 때가 보리(모맥) 거두는 시기라고 하는데, 게셀의 달력 제3행에 한 달은 아마를 추수하는 달, 그리고 제4행에 한 달은 보리를 추수하는 달, 제6행에 두 달은 포도를 따는 달이라고 표시돼 있다.

신구약성경에는 아마가 약 50여 회나 언급된다. 고대로부터 성지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었고 그 용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려졌다. 우선 예수님의 시신을 염했던 세마포(마 27:59)의 재료가 아마다. 마가가 도망칠 때 덮었던 홀이불도(막 14:51), 부자들의 옷감도(눅 16:9), 일곱 천사의 빛난 세마포(계 15:6)도 아마가 재료이다. 구약에서 성막의 휘장도(출 38:16), 등불의 심지도(사 42:3), 제사장의 에봇 흉패 반포속옷 등 모두의 옷감 재료가 아마이다. 특히 야곱이 요셉에게 입힌 채색옷이 바로 이 아마다. 값비싼 아마천에 염색까지 한 채색옷(창 37:3)이니 형제들이 그 요셉을 죽일만큼 부러워했던 최고급 옷이었다.

워낙 아마의 용도가 다양해서 그 이름도 달리 불리웠다. 히브리어로 피쉬탄(아마)은 용도에 따라 쉐쉬(세마포 성막 뜰 주위 포장막), 부츠(모르드게가 입은 자색 베옷), 피쉬팀(예레미아가 한 허리 따), 피쉬타(아사야의 등불 심지), 피쉬테 하에쯔(기생 라합이 정탐꾼을 숨겼던 삼데더미), 쿠토넷(제사장의 에봇 관포 속옷), 씨디님(삼손이 수수께끼를 맞추면 조겠다고 한 베옷) 등 그 쓰임과 용어가 정말 다양하다. 길에서 유대종교인을 만나 물어보니 대뜸 자신의 찌찟(술)을 보이며 이것도 아마로 만든 것이라 한다.

타임지 2019년 8월호는 아마씨를 건강에 좋은 10대 슈퍼푸드로 소개했다. 바로 혈관질환 예방에 좋은 것으로 고혈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을 줄이며 피를 맑게 해주는 최고의 식품이란다. 대신 하루 한 숫가락 이상의 과다복용을 금지한다. 흔히 아마를 신이 주신 축복의 식물이라 부른다. 이는 아마의 이름 'Linum usitatssimom'이 'the most useful(가장 유용한)'임을 생각하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현대에는 워낙 많은 옷감재료가 있어 옷감으로써의 필요성은 줄어들었는지 모르지만 아마씨의 효능은 아마의 가치를 더 올린다.

지금 3월의 성지의 산야에는 야생 아마가 지천에서 자란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을 흰 세마포로 염했던 그 세마포의 재료 아마를 같은 성지 곳곳에서 볼 수 있으니 은혜다. 사순절과 고난주간에 주님의 죽으심을 되새기고 묵상할 수 있는 은총의 성지의 식물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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