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라" 말 할 권리 없다

"잊으라" 말 할 권리 없다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4월 12일(월) 17:25
"7년 전에는 우리 아이들이 서서히 죽어갔고, 지금은 남아있는 가족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또 다시 아픈 '봄'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이 맞이한 '그 날'에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는 다시 덧난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았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누구도 그 이유를 모른다. 두번의 검찰조사가 진행됐고 세월호 특조위원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조사에 나섰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진실은 '아직도' 없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은 그래서 더 크다. 유경근 위원장(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은 "정말 맞이하기 싫고 견뎌내기도 싫은 날"이라고 가슴아픈 심정을 토로했고, "아이와 마지막으로 밥을 먹은 게 7년 전이다"는 예은이 엄마는 "아이들이 그 차가운 바다에서 왜 버려져야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제발 사실을 알려주고 책임자는 벌받게 해달라. 그래야 우리도 마음껏 슬퍼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진상규명'이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고, 아이들이 왜 구조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사실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당연히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였지만 지난 2555일동안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유족들의 절규처럼 아직도 진실은 침묵 중이다.

세월호 책임자들을 향한 공소시효가 15일로 종료됐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로서의 책임을 위해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했고, 해외까지 마음은 이어졌다.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진상규명 책임을 완수할 수 있도록 그래서 다음 정부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을 떠넘기지 않게 해달라"는 유족들의 호소에 '문재인 대통령 진상규명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피케팅에 나섰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노란리본을 달고 '진상 규명'을 외쳤다. 그들은 고된 싸움을 이어가는 가족들을 위로했고 304명의 희생자들을 향해 "아직도 그대들을 잊지 않았다"고 행동했다.

그러나 이들을 향한 손가락질도 여전하다. "해마다 추모식을 해야 하냐"는 비난도 "아직도 돈이 부족하냐"는 막말도 서슴치 않는다. 노란 리본에 인색해진 시민들이 늘었고,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에도 싸늘해졌다. 어쩌면 모두가 아픈 기억이기에 '세월호'는 잊혀졌으면 하는 '사건'으로, 먼 훗날 역사로 기록될 '사고'의 하나로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도 그리움으로 살아내야 하는 이들에게 "이젠 그만하라"고, "잊을 때도 됐다"고 "지겹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4월 하늘은 파랗고 꽃들은 유난히 빛나는 봄이다. 이 찬란한 봄날을 7년 째 잔인하게 견뎌내야 하는 아픈 이웃이 있기에 함께 울어줄 용기를 내어본다. 그래서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는 말씀이 삶의 실천이 되기를. 아픈 이웃들을 향한 배려와 희망이 되기를 말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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