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

교회는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5월 25일(화) 11:04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릴 잊지 말아주십시오."

1980년 5월의 광주 거리에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라며 울부짖는 청년의 절규에, 그들의 기대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침묵하지도 방관하지도 않았다. 지난 13일 광주제일교회(권대현 목사 시무)에서 열린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세미나'에서 최상도 교수(호남신대)가 발표한 논문 '5.18민주화운동과 광주지역 교회의 활동'에 따르면 교회는 '계엄군에 쫓기는 시민과 학생들을 숨겨주기 위한' 은신처 역할을 했다. 광주제일교회는 전남대 학생회가 '어떤 폭력과 방화도 막아야 한다. 광주시민의 긍지를 살리자'고 방송하며 시민을 설득하는 장소로도 사용됐다.

5.18민주화운동이 진행된 10일간의 기간 중 18일과 25일 두 번의 주일예배를 드리게 된 교회는 공적 예배를 통해 항쟁에 참여했다. 설교를 통해 시국인식을 가지며 비판하고 성서에 근거해 행동 방향을 설정하고 요청했다. 광주시내 15개교단 200여 교회는 교파를 초월한 '광주시기독교비상구호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구호와 수습에 앞장섰다. 교회는 또 전국적인 조직과 에큐메니컬 네트워크를 통해 고립된 광주의 실상과 진실을 전국과 세계에 알렸다. 여기에 더해 기독 청년들은 자신의 생명을 던지며 광주의 진실을 국민에게 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교회는 폭력과 부정의, 악의 현장에서 침묵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항쟁에 개입하고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고 조용히, 우는 자와 함께 동행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개신교 관련 기록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겠지만 교회가 당시 고립된 광주의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우는 자와 함께 했다'는 기록은 코로나19 이후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교회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회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종교로 치부받으며 혐오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교회의 영향력은 추락하고 있고 한 때는 자신의 온 몸을 희생하며 삶으로 신앙을 실천했던 청년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교회는 중심에 있었다. 3.1운동의 중심에서, 전쟁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함께였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대에도 교회는 앞장 서 불의에 항거했다. 그리고 지금 41년 전 광주의 5월, 교회가 그 시대에 어떤 사명을 감당했는지 역사는 밝혀지고 있다. 오늘의 교회가 이 땅에서 해야 할 '지금의 시대적 사명'에 대해 '미래의 그 어느날' 역사는 또 평가할 것이다. 그 날에 교회가 부끄럽지 않게 기록될 수 있을까. 적어도 41년 후의 오늘처럼.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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