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차별이 뭐죠?"

"남녀 차별이 뭐죠?"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8월 09일(월) 19:20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론'이 화두가 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일부 의원들이 여가부 폐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여가부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에 "여가부는 하는 일은 없고 세금만 낭비하기로 유명하다. 성평등 정책은 펼치지 않고 남성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 만들어 예산을 낭비했다"고 비난하며, '여성가족을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급기야 일부 여성단체도 '여성가족부는 즉각 해체하라!'고 나섰다. 바른인권여성단체는 지난 5일 "여성가족부는 스스로 페미니즘에 경도되어 반(反)여성적이며 반(反)가족적인 정책들을 남발한 결과, 유사 이래 그 어느 시대보다 깊어진 남녀 갈등의 골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며, "여성을 위한 운동이라는 페미니즘이 도리어 여성의 삶과 가정을 파괴하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논란을 일부에서는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플리즘적인 발상이라고도 하고 혹은 여가부의 '무능력'때문이라고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여가부 폐지로 젠더 갈등이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고 성평등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여성들의 주장처럼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권한과 개선 방안을 먼저 고민하면 되고 타부처와 업무 간 중복이 있다면 원활한 협업과 조정이 가능할 것인지 대책을 제시하면 된다.

그러나 모 의원은 "20~30년 전에는 사회적으로 남녀차별 요소가 존재해 성평등 뿌리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여가부를 신설했지만, 지금은 제도적으로 성평등이 형성됐기 때문에 더 이상 존속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2030남성들은 여가부가 여성 인권 증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여권이 충분히 신장됐다고 하지만 한국사회의 성차별은 여전히 공고하다. 올해 발표된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 / 각 나라의 경제, 정치, 교육, 건강 분야 성별 격차를 측정해 발표)'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156개국 가운데 102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또 OECD가 남녀 임금 중간값을 이용해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는 2020년 기준 32.5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최근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가 "여가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냐?"면서 "이것도 남녀차별이냐"고 물었다. 어른들의 소모적인 싸움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여가부의 존폐에 앞서 중요한 사실은 여성과 남성 어느 한쪽도 차별받지 않을 공정한 사회, 모두를 포용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필요없는 부처는 폐지되는 게 맞다. 단 지금은 '젠더 차별 철폐'를 위해 먼저 머리를 맞대는 것이 나아 보인다. '젠더 차별이 뭐예요?"라고 묻는 날까지.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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