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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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08월 17일(화) 11:22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신정호)가 지앤컴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2021년 한국교회 변화 추적조사' 결과가 지난 13일 발표됐다. 지난해 5월 실시된 1차 조사 이후 1년이 지난 상황에서 본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목회 활동과 변화 양상을 살피는 데 목적을 두고 총회 정책을 세워나가기 위한 밑그림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설문은 지난해 조사와 유사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한국교회를 평가하는 내용과 함께 미래사회와 목회를 예측하는 질문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수많은 질문 중 특별한 몇 가지가 기자의 관심을 끌었다. 옥에 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찬찬히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목회 및 사역 측면과는 밀접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목사님은 만일 우리 교단에서 30~40대 연령의 총회장이 나온다면 수용하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이었다.

전체의 주제 방향과 다를 수 있는 다소 생뚱맞은 물음에도 응답자들은 성실히 답변했다. 총대권을 가졌는지, 그 여부도 파악이 안 된 상황이었지만, 응답자의 63.2%는 나이와 상관없이 역량이 된다면 30~40대의 총회장을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33.8%는 총회장 역할을 수행하기엔 연령이 너무 낮아 수용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6명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자격에 '역량'을 손꼽은 셈이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질문은 모두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등장한 젊은 세대의 리더십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젊은 세대 리더십 등장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젊은 세대 리더십 등장이 한국교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의외의 질문에도 응답자의 72%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반면 21.2%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6.9%는 잘 모르겠다고 답해 교단 소속 70% 이상의 목회자들은 젊은 세대 리더십 등장에 따른 한국교회의 변화를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105회 총회에서 조사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대의 평균연령은 62.62세로 확인됐다. 목사 총대 평균은 60.72세였고, 장로 총대 평균은 64.51세로 나타났다. 40대 총대는 9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통계라면 설문 조사의 바람과 달리 총회 소속 30~40대 젊은 목회자들은 총회장 후보는 차치하더라도, 역량 차이를 떠나 자신들의 목소리마저 낼 기회를 얻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질문, 또 응답에 잠시 실소를 했지만, 고민은 더 깊어졌다. 코로나19로 변화가 필요한 시기, 설문 결과처럼 재능과 전문성을 갖춘 30~40대 젊은 목회자들이 역량을 겸비했다면 총회를 넘어 한국교회 지도자로 성장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의 진짜 답을 오는 106회 총회 총대들에게 듣고 싶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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