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 그린 성서...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

거장이 그린 성서...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

샤갈특별전 '샤갈 앤드 더 바이블(Chagall and the Bible)'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2월 26일(일) 22:50
 "나는 성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며 꿈꾼다. 어렸을 때 부터 나는 성서에 매료되었다. 나의 예술에 있어서 완성은 성서적 원천에서 비롯된다"(마르크 샤갈)

독창적인 화풍으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화가 샤갈의 특별전 '샤갈 앤드 더 바이블(Chagall and the Bible)'전이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오는 4월 1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샤갈 전과는 달리 그간 단독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성서'라는 주제와 함께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및 독일 Kunstmuseum Pablo Picaso Munster소장품 등 총 220여 점의 오리지널 작품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번 째 섹션 '사걀의 모티프'는 1956년경 발간된 베르브에 수록되었던 에칭과 석판화를 중심으로 샤갈 작품 속의 상징적인 요소들, 주요 모티프(프랑스어, 회화, 조각, 소설 따위의 예술 작품을 표현하는 동기가 된 작가의 중심 사상)들을 살펴본다. 화폭 위의 연인, 성모자, 동물, 악기, 고향 등의 키워드들을 통해 화가의 지나온 삶을 반추한다.

두번 째 섹션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은 예루살렘을 다녀와 영감을 받은 샤갈의 시작과 그 대단원의 흔적을 좆는다.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나서 샤갈은 25년에 걸쳐 성서 삽화 에칭 105점 연작을 완성한다. 구약성서에서 샤갈이 선별한 장면들로부터 샤갈의 인생에 걸쳐 드러나는 성서에 대한 열정을 추적한다.

세번 째 섹션 '성서적 메시지'에서는 성서에 나오는 주요 사건과 인물을 모티프로 샤갈이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그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간 창조,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인류 최초의 살인 아벨과 카인, 이집트 탈출기의 모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지혜로운 솔로몬 왕 등 잘 알려진 일화를 한 장면으로 응축한 컬러 석판화 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1930년대 후반 나치가 자행했던 유대인 학살로 샤갈의 그림들은 이전과 달리 급격하게 어두워지는데, 그가 여러차례 그려낸 모티프 안에서 1940~50년대의 시대상을 읽어보는 것 또한 하나의 묘미가 된다.

마지막으로'또 다른 빛을 향해'는 샤갈이 여러 방면에서 보였던 행보와 마지막 열정을 탐구한다. 샤갈은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에게 바치는 작품을 제작하고, 폴 엘뤼아르의 시집에 삽화를 그리는 등 시인들과 교류했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 또한 시인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샤갈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 '또 다른 빛을 향해'를 감상하며 끝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샤갈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마르크 샤갈은 러시아 태생이자 프랑스에 정착한 화가로 다채로운 색감과 몽환적인 화풍을 바탕으로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해 피카소, 마티스 등과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887년 러시아 제국의 도시였던 비테스크의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모이셰 샤갈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샤갈은 스물 네살이던 1911년 처음 러시아를 떠나 파리에 도착해 야수파와 입체파에 이르는 모더니즘 회화를 습득했고, 이름 또한 프랑스식인 마르크 샤갈로 개명해 파리에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한다.

1930년 처음 성서 작업을 의뢰 받은 샤갈은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성서에 대한 주제로 작업을 이어간다. 이를 시작으로 샤갈은 유대인의 운명과 고난에 대한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긴다. 또 자신의 말년을 성당을 위한 스태인드 글래스, 태피스트리, 발레 무대세트와 의상 그리고 석판화 작업에 매진하며 보냈다. 특히 1973년에는 성서적 메시지를 주제로 한 국립샤갈 미술관을 니스에 건립했다. 자신의 성서 예술을 담은 미술관을 짓고 싶어했던 꿈을 실현한 것이다.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는 시간 동안, 샤갈은 전쟁과 학살로부터 고통 받는 인류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예술세계를 펼쳤다.
"사람들이 쉬고 명상하며 성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웃고 울며, 꿈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평화와 사랑, 그 이상의 인류애를 경험하고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르크 샤갈.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성서를 통해 전달하는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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