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목회

스마트폰과 목회

[ 목양칼럼 ]

황인돈 목사
2022년 12월 21일(수) 08:15
"스마트폰을 할 줄 몰라서 사람들에게 무시당할까봐 걱정돼요." 재즈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연로하신 권사님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스마트폰을 못해도 권사님 연세에 맞게 사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할 줄 안다면 물론 더 좋겠지만 이렇게 대답해드렸다. 내가 아는 다수의 목사님들도 이같이 염려한다. '스마트폰을 잘 하지 못하면 혹시 목회가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염려다.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을 컴맹이라도 하듯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을 '디지털 약자'라고 부른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려움'이다.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고 마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비웃는 것 같다. 사실은 익숙하지 못한 탓이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익숙한 사람은 없다. 다만 같은 경험을 반복하므로 이미 익숙해진 사람과 아직 그렇지 못하여 서툰 사람으로 나눠질 뿐이다. 그러므로 긴장하기 보다는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다. 디지털 약자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필자의 교회에는 팔십 세가 넘은 다수의 교인들이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거리가 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교회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영상예배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 기본이고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자유롭게 대화한다. 이모티콘을 보내고 사진 뿐 아니라 동영상을 편집하고 공유한다.

그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은퇴한지 올해 꼭 10년이 된 장로님이 한 분 계신데 전직 항공기 정비사 출신으로 남들보다 기계를 잘 다룬다. 장로님은 자녀, 손주들과 소통하려고 일찌감치 스마트폰을 배웠다. 그러자 비슷한 연령대의 교인들이 장로님을 본받아 스마트폰을 배우는 데에 열심을 냈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터치하는 속도만 느릴 뿐이다. 결론은 적극성과 노력이다.

IT에 익숙하지 못해 염려하는 목회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염려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유는 단순하다. 목회는 IT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은 기술일 뿐이다. IT는 기술 산업의 한 분야이고 목회에 편리함과 유익을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IT가 목회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IT기술이 인류의 삶의 환경을 전반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또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목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노력은 해야 한다. 첫째, 긴장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스마트폰은 심부름하는 종에 불과하고 주인은 아니다. 주인이 종에게 명령하듯 스마트폰을 대하라. 둘째, 눈을 크게 뜨자. 스마트폰은 언제든 주인의 명령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음성 명령을 인식할 수 있지만 대부분 명령을 받아들이는 곳은 화면이다. 화면을 살펴보면 명령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 한 곳에 집착하지 말고 화면 전체를 보면 그것이 보인다. 담대하게 명령을 내리라. 클릭! 셋째,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자주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하면 마음도 편해진다.

오늘부터 당장 디지털 공포증을 버리고 스마트폰의 주인으로서 당당히 행세하시길 바란다.



황인돈 목사 / 아름다운충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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