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밝히는, 한울회 사건의 진실

41년 만에 밝히는, 한울회 사건의 진실

'한울회 사건의 진실-국가폭력에 희생된 한 신앙모임의 꿈' 출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2월 28일(수) 19:10
한울회 모임의 구심점이던 홍응표 목사와 박재순 목사, 이규호(전 대전충남기독교사회운동연합 정책실장·2021년 별세), 이건종 한국샬렘영성훈련원 이사, 김종생 글로벌대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 이충근 전 숭의여고 영어교사, 임세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 등이 1977년에 함께한 사진이다. 한울모임 편집위원회 제공
국가폭력에 신앙도 양심도 우정도 산산이 부서진 한울모임의 구성원들이 41년 만에 한울회 사건의 진실을 밝혔다. 한울회 사건 피해자들이 그 때의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담아 엮은 책 '한울회 사건의 진실-국가폭력에 희생된 한 신앙모임의 꿈'(한울모임 편집위원회 엮음/대한기독교서회)을 펴내고 지난 12월 27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박재순 목사(씨알사상연구회 초대회장)는 "순수한 기독교신앙공동체가 반국가 단체로 규정돼 산산히 무너졌다"면서 "그 때 받은 상처가 너무 깊고, 부당하고 억울해서 함께 했던 이들은 모두 가슴에 대못을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그러나 국가는 가슴에 박힌 대못을 여전히 뽑아주지 않았다"면서 "이 책을 출간한 것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몸부림이고 가슴의 대못을 뽑기위한 노력의 일환이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성경을 배우면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던 젊은이들이 국가폭력으로 인해 고문을 당하고 강요된 진술을 하고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의 꿈이 꺽이고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면서 "이 책을 통해서 역사의 진실을 드러내고 함께 격려하고 축하하는 동지들과 지인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길 바란다. 총회는 앞으로도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의 기댈 언덕이 되고 또 함께 울고 우는 사명을 잘 감당해 내겠다"고 격려했다.

1970년대 성경공부 모임으로 출발한 한울모임은 순수한 기독교 신앙공동체로 고등학생 대학생 청년 등 20~3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기독교 신앙을 펼쳐보려는 꿈을 가진 공동체였다. 그러나 전두환 군사정권은 불과 집권 열흘 만에 이들을 불법 연행하고 법과 공권력을 악용해 반국가 단체 '한울회'로 조작해냈다. 당시 한국사회는 10·26 사태로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광주시민 학살이 일어났던 정치·사회의 격변기였다. 청년들은 전두환 군사정권을 비판하고 광주사태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울모임의 젊은이들이 군사정권을 비판한다는 정보가 대전 지역 경찰 조직에 알려졌고 1981년 3월 15일 주일, 경찰은 이들을 강제연행해 감금하고 구속했다. 6명의 청년은 반국가 사범으로 재판을 받고 옥고를 치렀고 어린 학생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두려움을 넘어 거짓 증언을 진술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야 했다.

한울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한울회 사건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가위눌림으로 일상을 옥죄고 있다.

그러나 41년 만에 한울회 사건을 다시 회고하고, 증언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순수한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상상도 하지 못한 국가전복이라는 낙인 속에 수형생활을 했고,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감시받으며 학교생활,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픈 고백이 아픔과 상처를 넘어 화해와 치유를 소망하며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한울모임에 참석했던 17명의 전기적 이야기 모음으로 개인적으로 한울모임과 관계를 맺게 된 계기와 모임 경험, 한울회 사건이 날조되는 과정에서 체험한 국가폭력의 실체, 고초의 터널을 통과해 나온 다음 이어진 생활을 진솔하게 증언한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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