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사역자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MZ세대 사역자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 뉴스기획 ] 사명감 결여 VS 제도적 변화 시급, '의견분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1월 31일(화) 08:07
"'조용한 사직'이라기 보다는 '조용한 가면'을 썼어요. 제게 맡겨진 아이들 졸업은 시키고 사임하자는 생각 하나로 버텨낸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미 교회와 사역에 대한 마음은 완전히 떠난 상태였고요."

1994년생 A씨. 그는 파트타임 2년, 준전임 전도사로 3년 동안 사역한 경험이 있는 예비목회자다. 그러나 최근 사역을 그만둔 A씨는 "다시 기성교회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전통교회의 조직문화에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당회의 일방적인 소통으로 빚어지는 여러가지 갈등을 수차례 목격하면서 답답함을 느꼈어요. 교회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과연 교회에 미래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청년사역자들에게 '헌신페이'를 강요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잖아요. 목사 안수를 받아도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총회연금이 우리 세대까지 돌아올 정도로 충분하지도 않을테니까요."

MZ세대들이 조직을 떠나고 있다.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에 이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열풍이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의 이직과 퇴사가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KPR 인사이트 트리가 이직과 퇴사에 관한 약 19만 건의 온라인 상의 버즈량(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이직과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연봉'보다는 '근무환경과 기업문화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7월 Z세대 취준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이직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성장' '자기계발' '기회' '발전' '업그레이드' '필수코스'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는 조직에 헌신하기보다 개인의 생존이 더 중요하며, 자기 성장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판단되면 업무 강도가 다소 높더라도 긍정적이다고 설명한다.

'조용한 사직' 현상은 MZ세대 사역자들 사이에서도 '조용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현상의 하나로 목회자들은 MZ세대 사역자 청빙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총회 홈페이지를 통해 청년부 담당 교역자 청빙 공고를 냈지만, 두 달째 지원 건수는 1건에 불과했다"고 밝힌 K 목사는 "지원자 인터뷰를 했는데 출근 상황과 사례금 등의 근무 환경을 확인했다. 그런데 대형교회 수준의 환경을 요구했다"라며,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사역보다는 사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MZ세대의 특성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사명감이 결여된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면서 "MZ세대 사역자들이 소명의 확신을 좀 더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MZ세대 사역자들을 향한 기성세대 목회자들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흐름을 분별하는 지혜, 교회의 제도적 변화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내다본 K 목사는 "목회 환경이 소통과 공감대를 통해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말고, 배우고 존중하며 목회적 소명을 위한 방법을 다양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촌 지역 교회가 MZ세대 교역자들을 청빙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담임 목사가 청빙 인터뷰를 받는 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군단위의 농어촌교회 사역자 C목사는 "MZ세대 사역자들은 환경, 목회 워라벨을 중요시하기에 시골교회는 고민의 대상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전임사역자가 십일조도 안 하고, 새벽예배는 당연히 빠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종임을 잊지 말고, 주신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지식과 스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영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Z세대 청년사역자들은 왜 교회 사역을 주저할까.

1992년생 B씨는 "준전임으로 사역하면서 4일 출근하고 있지만 일주일 내내 교회사역에 매여있다"고 했다. 사례비도 최저시급에 한참 못미치는 1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그는 "전도사 사례비가 몇십년 째 동결된 상태고, 최저시급 계산하면서는 사역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일반대학원에서 진학해 학업과 사역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도 쉽지 않고 시간적 여유도 없지만 이미 각오한 부분"이라면서도 교회의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교회에서는 청년사역자들에게 받은 만큼만 일해서는 안된다고 하죠. 파트사역자는 전임처럼 일하라고 하고 전임은 지금보다 2배 3배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합니다. '라떼는~' 운운하면서 청년사역자들에게 너무 쉽게 일한다고 하는데 속으로는 발끈하게 되죠. 심지어 신대원 경쟁률이 낮아져서 사역자들 수준이 다 떨어진다고 막말을 하시는 경우도 봤어요. 여성사역자들에게 특히 불합리한 조직이에요. 성인지감수성은 여전히 낮고 법정교육을 받지 않는 교회도 많습니다. 여성전임사역자는 잘 뽑지도 않고 여성찬양인도자를 세우지 않는 교회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역에 염증을 느끼고 그만 두는 친구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요. 충분히 이해 되고요."

백광훈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원장, 장신대 초빙교수)는 "청년사역자들의 사역 기피현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오로지 교회의 문제로 단정하기엔 단순화된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업무량, 헌신페이, 교회 안 위계적 구조 등 다양한 이유가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부목사가 보는 한국교회'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 부목사들은 주 5일 근무 시대에 1주일에 평균 5.7일을 사역하고 있었고 사역 시간도 1일 평균 9.8시간이다. 사례비는 월 평균 260만 원으로(실수령액이라 하더라도) 직장인 기준 연봉 3500만 원 수준 정도되는 금액이다. 심지어 교인 수 100명 미만 교회에서는 월 사례비가 최저임금(2022년 19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177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라이프나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적 경제적 지원과 여유가 전혀 없는 현실이다. 이는 곧 청년사역자들에게 닥칠 미래다.

직위와 계급을 중심으로 한 위계적인 교회 구조도 자기중심적이고 개성이 강한 MZ세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한 청년사역자는 지나치게 위계서열식으로 운영되는 교회 구조에 대해 토로했다.

"미국 장로교에서 장로들은 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요. 그래서 여성 장로, 흑인 장로, 청년 장로 등 각 그룹을 대표하는 장로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대변하죠. 어느 한 구성원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교회의 노력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한국장로교회는 어떤가요. 그들만의 권위와 권력만 있어요. 교회에서 일어나는 상식 밖의 모든 일들은 수직적 위계구조의 고질적 병폐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에 익숙해진 MZ세대들이 대인관계와 조직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청년사역자는 "요즘 청년사역자들이 왜 사역을 주저하는지 대변할 수는 없지만 요즘 청년들은 너무 복잡하고 힘든 관계에 피로감이 높다"면서 "쿠팡이나 물류센터 같은 곳에서 당일치기 단기 알바만 하고 장기적인 알바는 인기가 없다. 청년사역자들도 성도, 교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1997년생 Z세대 사역자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MZ세대들은 전통교회의 보수적인 환경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교회 사역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개인 생활이 늘어나고 개인 활동에 집중되면서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두려움이 큰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교회 내 사역을 넘어 SNS나 유튜브 등을 활용한 새로운 사역의 활로를 찾는 경우도 있다.

현장의 목회자들은 청년사역자들조차 교회 안 사역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젊은 세대들의 교회 적응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사역자는 "이제는 MZ사역자들에게 '열정페이', '헌신페이'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합당한 대우와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총회 또한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세대 간 소통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신학대학교부터 사역자들의 영성과 소명 강화를 위한 노력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최은숙 임성국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