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기본소득, 구약성서 가르침…법제화해야

농촌기본소득, 구약성서 가르침…법제화해야

한국개혁신학회 학술심포지엄에서 강성열 교수, 농촌기본소득에 관한 신학적 전거 제시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3년 03월 09일(목) 09:41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 문제로 인해 인류 공동체의 미래는 곡물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곡물 가격이 폭등함으로써 식량 대란에 이어 식량 전쟁 내지는 식량 폭등까지도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교회와 신학계는 식량 안보를 확립하고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한국개혁신학회(회장:소기천)가 지난 4일 장신대성지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심포지엄에서 강성열 교수(호남신대)는 '농촌기본소득의 구약성서적 전거' 제하의 발표를 통해 구약성서를 근거로 농촌기본소득의 신학적인 전거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우선, 강성열 교수는 한국교회와 신학계가 식량 안보를 확립하고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성서에 나타난 생태계 신학 재정립, 둘째, 농촌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마을목회 사역을 중요한 해결책으로 제시, 그리고 셋째, 농촌기본소득 법제화 등 세 가지이다.

그렇다면 왜 기본소득인가? 강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생계 안정과 소비촉진을 목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최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동절기 난방비 지원 등을 언급하며 이미 서구에선 오래전부터 기본소득에 관한 학문적 논의가 이뤄져 왔고 한국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게 될 기본소득은 가장 먼저 온갖 악조건 속에서 힘겹게 식량 주권을 지켜내고 있는 이 땅의 농민들에게 지급돼야 함이 옳다"며 "농촌기본소득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농촌기본소득은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저하시키는 소득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율을 낮춰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게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장차 닥칠 기후재앙으로 인한 식량 위기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고 배려하는 일에 부름받은 교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인 농촌기본소득의 법제화를 위해 한국교회와 신학계가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농촌기본소득의 법제화의 필요성에 이어 그는 구약성서를 통해 이에 대한 신학적 전거를 제시했다. 그는 농촌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출발점으로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됐다는 창세기 1장 26~28절을 제시하며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존귀한 존재요, 대등한 조재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과 농업 및 농민을 소중히 여기고 미래의 식량 안보와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농촌기본소득을 연약한 농촌사람들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일은 매우 귀중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농촌기본소득에 관한 신학적 전거로 구약 성경의 첫 번째 부분인 오경이 약자보호에 관한 폭넓게 규정하는 계약법전과 성결법전 및 신명기법전 등 세 가지 중요한 법령집을 제시했다. 이 법전들은 가난한 자들을 부요한 자들의 압제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기존의 계층 질서를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강자들이나 부자들에 의한 재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게 함으로써 정의로운 평등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기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레위기 25장의 희년제도도 신학적 전거로 제시됐다. 그는 오경의 세 법령집들이 약자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의 의도를 갖고 있다면, 레위기 성결법전에 포함돼 있는 희년 규정은 "농촌기본소득의 방향성에 가장 부합할 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법령"이라고 소개했다.

출애굽 공동체가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똑같이 공급받아 살아간 것 역시 농촌기본소득의 기본 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여호수아에 의해 이뤄진 공평하고 균등한 땅의 분배도 같은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평하고 균등한 땅의 분배나 탐욕스러운 땅 확장 시도의 금지규정들은 농촌기본소득의 기본 방향성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구약성서의 다양한 약자보호 규정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국가와 정부는 경제적 자립과 안정된 소득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들 모두에게 동일한 농촌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인 그들이 아무런 걱정없이 농업과 농촌을 살려내는 일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희년제도가 가르치는 삶의 평등성, 그리고 광야의 식탁과 땅의 공평한 분배가 가르치는 균등하고도 차별 없는 삶의 보장 역시 우리 시대의 농촌기본소득의 지급을 통해 그 의미가 살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구약성서의 가르침을 따라 신속하게 농촌기본소득이 모든 농촌 사람들에게 지급되게 함으로써 농촌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안정된 생계 기반 아래에서 식량 생산의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도와야 할 것이며 정기적으론 생계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의 귀농을 도움으로써 농업과 농촌이 식량 주권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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