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미신이라고 하는데 진짜인가요?"

"사순절, 미신이라고 하는데 진짜인가요?"

[ 친절한공보씨 ]

이진형 목사
2023년 03월 09일(목) 16:38
사순절은 부활절을 준비하는 40일간의 시간을 말합니다. 지난 2월 26일은 사순절 첫째주일이었습니다. 대부분 교회에서 사순절에 대한 안내를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에서 목사님들이, 사순절 기간에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절제하는 삶을 살자고 권면했을 거예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사순절은 미신적인 것이니 지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사순절을 지키지 말 것을 결의한 교단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사순절이 성경에 언급되지 않는 인간적인 기념일이고, 둘째, 로마 가톨릭의 미신적인 행사이기에 칼뱅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이 반대했으며, 셋째, 말씀 중심의 신앙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입니다.

사순절은 서기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부활절 날짜를 확정하면서 함께 정해졌습니다. 고대 그리스 도시인 니케아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여서 중요한 결정을 한 것입니다. 그 이전부터 이미 많은 교회가 사순절을 의미 있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개신교 교회에서는 사순절을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절기로 지킵니다. 그러면 뭐가 맞는 것일까요?

먼저, 성경에 언급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잘 생각해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이단들은 토요일 안식일에 예배하면서 일요일에 예배하는 교회들을 틀렸다고 비판합니다.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성경 내용의 의미와 그 흐름을 복음적으로 이해한다면 일요일인 주일에 예배하는 것은 성경적이고 합당한 일입니다.

사순절 기간은 역사적으로 세례지원자들이 준비하는 기간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초대교회에서는 부활절 새벽에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세례준비하는 지원자들이 사순절에 예수님을 묵상하고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온 교회가 함께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점차 교회들은 세례준비기간을, 예수님이 광야에서 사명을 준비하며 금식했던 40일에 맞추게 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성경에서 지정한 진리의 문제는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지킬 수도 있고 안 지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믿음으로 지키면 신앙의 큰 유익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종교개혁자인 칼뱅은 그의 책 '기독교 강요'에서 로마 가톨릭의 미신적인 행사이기에 사순절을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칼뱅이 사순절을 미신적이라고 한 것은, 과도한 금식을 통해서 구원을 받으려고 하는 성도들의 잘못된 신앙과 행위를 지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칼뱅은 사순절 자체가 미신적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사순절을 대하고 지키는 사람들의 믿음과 행위가 미신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미신적인 믿음과 행위를 막기 위해 사순절을 반대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십자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십자가 자체가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과 그 의미가 중요한 것이죠. 그러나 올바른 믿음으로 십자가를 바라보지 않고 미신적으로 숭배하거나 부적처럼 사용한다면 십자가는 얼마든지 미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다닌 대학교 채플 예배 때, 사물놀이팀이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떤 학생은 일어나서 '무당이 굿할 때 쓰는 악기'를 어떻게 예배 때 연주할 수 있느냐면서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국악찬양도 많아지고 국악기로 찬양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사물놀이 악기가 미신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 악기를 다루는 사람의 믿음이 중요한 것이죠. 사물놀이 악기도 올바른 믿음으로 사용하면 하나님을 찬양하는 예배도구가 됩니다. 반대로 미신적인 태도로 대하면 십자가마저도 미신의 도구가 됩니다.

그리고 사순절을 반대하는 분들은, 사순절을 비롯한 교회력을 준수하는 것이 말씀중심의 신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교회력은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중심으로 1년을 묵상하도록 해놓은 은혜의 도구입니다.

예배신학자인 로버트 웨버는 그의 책 '예배의 역사와 신학'에서 '종교개혁자들은 교회력 전체를 폐지함으로써 득과 실을 동시에 맛보았다'고 말합니다. 중세시대 로마 가톨릭교회는 성경의 본질을 지나서 인간적이고 비성경적인 날들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많은 성인들을 기념하는 날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그런 비성경적이고 인간중심적인 날들을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그 안에 담겨 있던 오래 된 교회력의 소중한 유산들까지도 제거하게 된 것입니다.

사순절 뿐만 아니라 부활절이나, 성탄절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논의들은 신학자들이 고민할 내용들입니다. 사순절을 미신이라고 생각해서 금하는 교단의 주장도 한편으로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교단에 속한 교회들도 사순절을 건강하게 지키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연구와 논의는 신학자들이 하고, '어떤 신학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과 신앙의 구체적인 실천은 교단이 결정하고, 교회는 그 결정을 따릅니다. 그렇기에 일반 성도님들이나 신앙을 가지려고 하는 분들은, 신학적 논쟁의 내용에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속한 교회 목회자의 지도를 잘 받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교회가 속한 교단의 신학을 이해하시면 더 좋습니다. 그러지 않고 인터넷이나 유튜브의 내용들을 분별없이 접하면 신앙의 혼란을 가져올 뿐입니다.

여러분의 건강한 질문과 고민이 올바른 신앙의 길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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