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목사님 편"

"하나님은 목사님 편"

[ 목양칼럼 ]

김성기 목사
2023년 03월 15일(수) 16:48
교회에 부임하고 지역사회를 돌아보면서 이곳에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이곳도 시골에 가까웠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었다. 젊은 부부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았다. 그래서 필자는 지역에 있는 학교들을 찾아갔다.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의 교장선생님도 만났다. 그런데 이분들 역시 해결하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강했고, 일부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장을 만나기로 작정하고 찾아갔지만 대화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번 계속 찾아갔더니 "왜 나를 만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됐고, 필자는 "지역의 아동들과 청소년을 도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필자는 지역의 교육 사업과 교회학교 부흥에 승부를 걸기로 마음 먹었다. 먼저 당회에서 학교를 위해 바자회를 얼어 지원의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그 동안의 조사와 지역민들의 의견을 근거로 제시했고, 나름의 계획서도 내놓았다. 그러나 당회원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필자는 바자회를 통해 1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려 교육사업의 종잣돈으로 삼아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당회는 바자회로 얻을 수 있는 수익금은 2백만 원 정도일 것으로 판단했다. 누구보다도 지역을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의 생각이라 부정하기 어려웠고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필자인 1000만 원 이상의 수익금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처음으로 당회원들에게 누구의 생각이 맞을지 지켜보자고 제안했다. 평생 처음하는 이런 내기가 어색하기도 했고, 정말 수익이 적으면 앞으로의 목회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몇몇 장로님들은 "어떻게 목사님과 내기를 하겠냐"며 피하려고 했지만, 필자는 강하게 내기를 하자고 주장하며 확신을 드러냈다.

바자회는 열렸고, 교인들의 헌신과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성황리에 마치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1012만 원의 순이익을 남겨 중학교에 300만 원, 초등학교 두 곳에 각 200만 원을 전달하게 됐다. 냉소적이던 교장선생님들은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교육장도 이 소식을 듣고 필자를 만나러 왔는데, 당시 교회가 필요로 하던 가야금 10대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후에 이 가야금으로 지역의 초등학생들을 교육해 2년 만에 큰 상을 받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 사회에서 교회가 역할을 감당하게 되자 초등학교장들은 자주 필자를 찾아와 아이들의 필요에 대해 의논하게 됐다.

이 일을 계기로 교회는 그 동안 진행해 온 노인잔치의 규모를 확대해 마을 행사로 만들었다. 또한 지역화합 체육대회를 주관하고, 노인대학을 열어 어르신들을 교육하는 등 나름 지역 교육의 새로운 동력으로 불리게 됐다. 방학 동안에는 교회 출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청소년을 교육하게 해 여러 명이 명문대에 합격하는 성과도 얻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오는 일은 장로님들과의 내기였다. 이후 장로님들은 "하나님은 목사님 편"이라며, 목사의 계획과 비전을 존중하고 열심히 섬겨 주셨다. 어쩌면 뭔가 변화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필자가 안쓰러워서 그러셨는지도 모르겠다. 내기에 졌지만 즐거워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목사를 도와주셨던 장로님들을 잊을 수 없다.

김성기 목사 / 여수영락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