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이후 한국교회, 성명서 발표로 끝?

'나는 신이다' 이후 한국교회, 성명서 발표로 끝?

[ 기자수첩 ]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04월 10일(월) 10:02
지난 3월 3일,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됐다. 스스로를 신이라 자처하며 다수의 여신도를 성폭행한 사건이 알려졌고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나는 신이다'를 통해 이단·사이비 집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였다.

그런데 '나는 신이다'에 나온 집단에 대해 한국교회는 20년 전부터 이단이라며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JMS 정명석(국제크리스챤연합)에 대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2002년 '반기독교적 이단'으로 규정했다. 아가동산에 대해선 총회가 1997년 성명을 발표했으며, 성명엔 '오대양'도 포함됐다. 이재록(만민중앙교회)에 대해선 총회가 1999년 '이단'으로 규정했다.

한국교회는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한 후 20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 집단들이 성장하고, 사회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만큼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한국교회가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한국교회는 무엇을 했을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3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단 대책 성명서를 발표했고, 10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는 3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합동 총회는 "오랜 기간 이단사이비를 경계해온 한국교회는 그들의 실체를 인지하고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단사이비로부터 성도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한국교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긴 한데, 성명 발표로 한국교회 역할은 끝난 것일까. 이대로 끝나면 20년 전과 변한 것이 없다. 20년 전처럼 또 방치하는 셈이다. 사회 언론과 방송이 이번처럼 역할을 아무리 잘해도, 한국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믿는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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