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의 유통기한

'존버'의 유통기한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4월 24일(월) 09:16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잇따른 극단적인 선택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강남의 고층건물 19층에서 여고생이 투신했고 17일에는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여중생이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뒤이어 20일에는 도곡동의 한 중학생이 교내 동급생을 흉기를 찌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일 만에 3명의 청소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흉흉하고 참담한 일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될지 벌써부터 비통한 심정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 문제는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2015년 이후 증가 추세로 2019년 2.1명에서 2020년 2.5명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12~14세의 경우 2020년 3.2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삶은 만족도는 67%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삶의 만족도 점수가 2017년 6.99점에서 2020년 6.80점으로 감소했다. 긍정정서(행복)는 2017년 7.29점에서 2020년 7.19점으로 하락한 반면 부정정서(걱정/근심, 우울)는 2017년 2.67점에서 2020년 2.94점으로 증가했다.

대한민국 10대 청소년들이 아프다. 불행하고 우울하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년 학생 건강 검사 및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 결과 지난해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의 비율은 28.7%로 2013년 30.9% 이후 가장 높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조사에서도 19세 이하 아동청소년 정신진료 환자수가 2016년 22만 명에서 2020년 27만 명으로 늘었으며 특히 우울증은 2017년 2만9534명에서 2020년 4만8221명으로 60%이상 급증했다.

언제부턴가 이 사회는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의미)'를 미덕으로 힘들어도 무조건 끝까지 버텨내라고만 한다. 그러나 입시지옥, 학폭지옥, 왕따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버텨내지 못한다면, 남아있는 선택권도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존버'의 유통기한은 이제 끝내야 한다. 자살은 '끝까지' 버텨내지 못한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다. 10대들의 자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이상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실효성에 여러 가지 의문이 있기는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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