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에게 맞는 교회가 있다

각자에게 맞는 교회가 있다

[ 목양칼럼 ]

김명환 목사
2023년 05월 03일(수) 15:04
사람들은 늘 민첩한 판단과 선택을 통해 더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필자는 비교적 선택할 일이 적은 작은 교회에서 교우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20년을 살아왔다.

컬럼비아대학 경영학과 쉬나 아이엔가 교수의 실험이 있다. 백화점 시식 코너에 24종의 잼과 6종의 잼을 분리해 진열했다. 24종의 잼을 진열한 코너에는 사람이 많이 모였으나 구매한 사람은 3%였다. 반면 6종의 잼을 진열한 코너에는 모인 사람은 적었지만 30%가 구입을 했다. '선택지가 많으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실제로는 결정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필자도 복잡한 뷔페보다 단품 식사를 더 좋아한다.

어릴적 어머니 등에 업혀 나간 교회가 우리 교단이었고, 고등학생 땐 교파를 초월해 연합활동을 하며, '교회는 하나이고 더불어 존재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필자는 계속해 교단 신학교와 신대원 등을 다녔기에 근본주의부터 자유주의까지 포용하는 우리 교단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신학교에서 교수님으로부터 "목사 한 사람이 목회할 수 있는 교인은 30명이 적당하다"는 말을 듣고 크게 공감했고, 이후 지방에서 사역하던 한 선배가 전임 전도사로 오라고 제안했을 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부목사 땐 교인수가 30명 이하인 작은 교회를 소개받았는데, 이때도 '하나님이 나의 생각을 알고, 이곳으로 보내시려는 것이구나'하며, 고민 없이 마음을 정했다. 그런데 부임해 보니 건축업자가 교회 건물을 짓던 중 부도가 나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사택이 없어 예배당 1층 구석에 이삿짐을 풀고 9년을 사역했다. 당시 한 해 결산액이 2800만 원이었는데, 매달 160만의 이자를 내야 했다.

교인들은 만날 때마다 "목사님, 이자를 어떻게 내죠?"하며 걱정했다. '사례비를 받기 어렵겠구나!'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110만 원을 책정해 주셨고, 필자 부부는 집에서 국수를 삶아 중직자와 새가족을 열심히 대접하며 사역을 이어나갔다. 친척과 지인들에겐 "우리 교회 건축 헌금에 동참해 주면 우리도 당신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겠다"며, 후원을 받았다. 필자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를 위한 요청이었다.

열심히 섬기는 동안 30명의 교인이 120명으로 늘어 기뻤지만, 일부 기존 교인들이 자신의 역할을 빼앗길까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목사로서의 선택과 역할도 제한되는 것같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우리 교회도 자립했으니, 제가 또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 주세요"라며 기도를 시작했다.

그때 우연히 한 목사님께 임지 교환을 제안하게 됐는데 동의해 주었고 지금의 교회를 섬기게 됐다. 처음에는 교우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의 뜻을 이해하게 되자 마음을 열어 주었다.

'죽을 때 빚을 남기지 않으면 좋겠다'고 기도드렸는데, 이전 교회에서 목회하며 생긴 부채는 청산할 수 있었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있는 큰 교회와 비교하면 마음이 위축될 때도 있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규모의 교회에서 온 몸으로 부딪칠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주님이 필자를 선택해 주님의 일에 동참시켜 주셨으니, 주님이 살 길을 인도해 주신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즐겁게 사역하고 있어 감사하다. 담임목회 20년을 돌아보면서 깨달은 것은 '각자에게 맞는 교회가 있다'는 것과 '목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김명환 목사 / 충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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