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는 목사님을 닮아야지요"

"장로는 목사님을 닮아야지요"

[ 목양칼럼 ]

강병철 목사
2023년 05월 10일(수) 09:22
"당신은 행복한 목사예요." 2021년 10월 첫째 주일로 기억된다. 아내가 저녁 먹던 자리에서 불쑥 이야기를 꺼냈다. 필자도 종종 고백했던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말을 시작했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 아내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이렇다.

자신의 건물을 어려운 교회에 무상으로 빌려 주기로 한 장로님과 오전에 인사를 나눴는데,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셨는지 묻자 "장로는 목사님을 닮아야지요"라고 답하셨다는 것이다.

전날인 토요일 오후, 예배를 준비하고 있을 때 그 장로님이 필자를 방문하셨다. 예배당으로 사용되다 몇 년 동안 방치된 건물을 매입했는데, 기도하던 중 '어느 교회든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내어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부인과 의논했고, 계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필자에게 들린 것이었다.

순간 얼마 전에 교회를 개척했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목사님이 떠올랐다. 예배 드릴 장소가 없지만 당장은 모이지 않아도 됐기에 기도하며 기다리던 분이었다. 곧바로 그 목사님께 전화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전화상으로 그분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내의 말이 이어졌다. "여보, '장로는 목사님을 닮아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정말 우리는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 필자는 요즘 "나는 행복한 목사입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올해로 52주년이 됐고, 필자는 20년 전에 부임해 6년 전 예배당을 건축했다. 건축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입당과 동시에 헌당 예식을 할 수 있었다. 장로들과 교인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당회에서 간 이식 결심을 밝혔을 때 장로님은 '이 일이 건축의 완성'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며 필자도 온몸이 감전된 듯 전율을 느꼈다. 간 이식수술을 무사히 마친 후 필자도 '하나님이 이 일을 기뻐하신다면 교회가 사랑으로 하나 되고, 교인들의 신앙도 더 성숙해지면 좋겠다'는 소원을 품었기 때문이다. 목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장로님과 교인들이 있으니 필자는 정말로 행복한 목사다.

오늘도 예배당에 오는 교인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모두가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주일마다 잔치를 하듯 기뻐하며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보는 목사도 행복하다.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자로다 여호와의 구원을 너 같이 얻은 백성이 누구뇨.(신33:29)"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광야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생을 한 모세가 죽음을 앞두고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백성들을 축복하며 한 말이다. 필자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나를 두고 한 말씀으로 들린다. 아니 모든 그리스도인의 고백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 것이 보통 일인가?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신앙생활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이다. 그들과 함께 신앙생활 하는 목사도 행복하다.

강병철 목사 / 초대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