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상 밖에서 약자를 구원하라"

"교회, 세상 밖에서 약자를 구원하라"

영등포산선, 기독청년 노동훈련 수료 감사예배와 보고예배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5월 04일(목) 08:16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비인격적인 대우와 불안한 현실이었고 안전하지 않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을 체험한 기독청년 3명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가 경험한 노동현장의 부조리와 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에 대한 안타까운 발언을 이어갔다.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영등포산업선교회(이하 영등포산선, 총무:손은정)는 '기독청년노동훈련 수료예배 및 보고대회'를 개최하고 노동현장을 경험한 기독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영등포산선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 7개월 간 기독청년을 대상으로 노동훈련을 진행했으며, 이번 훈련에 참가한 김주현(장신대) 류제민(숭실대) 이창기(장신대 신대원) 씨는 3개월(2022년 12월 ~ 2023년 2월)간 제과점, 물류센터, 보조출연, 건설 노동자 등으로 일하며 노동현장을 체험했다.

기독청년들은 최근 건설노동자를 분신까지 이르게 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현실을 우려하며 교회가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는 데 문제를 가져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국 보조출연과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 류제민 씨는 비정기적인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잦은 폭언, 인격적인 무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 등 노동자들의 처우를 지적하고 "교회는 우리 사회에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지키고 구원할 의무가 있고, 이 사회의 현실을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하지만 교회 안에 갇혀 세상 밖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면서 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우공장에서 단기아르바이트하고 건설현장 일용직 잡부로 일한 이창기 씨는 "퇴근 후 체력이 소진되어 미래를 위해 공부하거나 시간을 할애할 여력이 없었다"면서 "몸과 머리를 쓰는 일을 이분화해서 '몸 쓰는 일'에 대한 경멸이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없는지 온몸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두 달간 비정규직 노동자로 300만 원이 채 안되는 액수를 벌었는데, 이는 최저월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노동강도가 너무 강해 장기간 매일 출근하기 어려웠고 근무현장도 위험했다. 건강상태보다는 병원비와 생활비에 대한 걱정이 앞섰고, 이렇게 일해서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년들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침묵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

제과점과 물류센터에서 노동훈련을 진행한 김주현 씨는 "한 개인에게 무리될 수 있는 업무를 시킨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틀과 업무 안에서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간구했을 뿐"이라고 고백했으며, 류제민 씨는 "노동하며 다양한 문제를 인지하고 직면해도 노동자들의 처우와 노동환경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그 상황들을 지켜만 봤다. 억울한 상황에 놓인 노동자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도 목격했지만 편안한 침묵을 선택했다"고 성찰했다.

한편 이날 수료 감사예배는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의 인도로 김주역 청년(장신대)의 기도, 이근복 목사(조지송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의 '도발적 모험' 제하의 말씀선포와 축도로 마쳤다.

영등포산선은 지난 2022년 10월 노동훈련에 대한 첫 모임을 시작한 후 △산업선교 노동훈련 독서 및 토론 △연극 전태일 관람 후 토론 △성서연구를 진행했으며 기독청년노동훈련 파송 후에는 7차례 노동훈련 현장경험 나눔과 토론을 이어왔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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