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역 종교편향 논란

대구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역 종교편향 논란

[ 기자수첩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05월 08일(월) 11:05
전국지자체 중 유일하게 종교편향 공연과 관련한 조례가 제정된 대구광역시의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역 종교편향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위원회 명칭과 달리 예술 문화를 등에 업고 종교화합 보다는 '종교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지난 3월 대구시립예술단이 연주할 베토벤 교향곡을 종교 편향을 이유로 공연 금지했다. 대구시립예술단이 공연을 하기 위해선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만장일치제 구조에서 한 위원의 반대로 부결된 것.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대구시립예술단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공연하지 못하게 한 것은 대구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검열일 뿐만 아니라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불교계 한 언론은 "언론들은 종교계 자문위원이 단순히 신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가사에 '창조주에게 무릎 꿇고 하나가 되자'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러한 곡은 대형 교회나 기독교 방송에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부득이하게 종교편향적 내용을 가지고 있어 연주를 반대한다고 이유를 밝혔다"고 전했다.

대구시립예술단이 연주하려고 했던 '합창'은 '영웅', '운명'과 함께 베토벤 3대 교향곡으로 손꼽힌다. 종교인뿐만 아니라 신앙이 없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술 문화를 종교적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해석하다 보니 예술마저 종교편향이 되고 만 것이다. 이와 관련 대구음악협회 관계자는 언론에서 "예술을 종교로 접근하면 국악 연주든 오페라 연주든 공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종교화합자문위원회 결정대로 베토벤 3대 교향곡이 종교편향을 이유로 연주할 수 없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대구에서는 국악과 오페라 등 어떤 곡도 공연할 수 없게 된다. 예술에서 시작된 종교편향 문제가 끝없는 종교 갈등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종교 편향은 쉽게 판단하거나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종교 간 갈등만 유발하고, 국민 분열만 조장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개정 시행된 문화재보호법 따라 1962년부터 문화재 관리를 명목으로 받아왔던 사찰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됐다. 사찰이 관람료를 받지 않는 대신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매년 수백 억 원의 혈세가 어떻게 지출되고 있는지 더욱 자세히 살펴볼 일이다. 하지만 문화를 지키는 중요성에 공감하고 그 일을 존중하기에 종교편향이 거론되지 않는 것임을 '종교편향'을 외치는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겠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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