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목회 ...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새로운 대안"

공동목회 ...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새로운 대안"

[ 이슈진단 ] 교회 개척의 새로운 모델로 급부상 … 젊은 목회자들 '관심'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5월 16일(화) 05:55
교회용어 사전에 따르면 '공동목회'(共同牧會 , cooperate ministry)는 '여러 목회자가 각기 다른 목회 기능을 책임지고 함께 목회하는 형태'를 뜻한다.
공명교회 교인들.


목회자들에게 '교회개척'은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교회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고, 지역의 소규모 교회는 재정적 어려움과 인프라의 한계를 겪으면서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에 내몰리고 있다.

유천균·김인범 목사도 그랬다. 교회를 개척하고 싶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느끼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부교역자로 함께 사역했던 두 목회자는 현실적인 고민을 이야기하며 공감을 주고 받다가 마침내 의기투합했다. 그들은 2022년 1월 '함께가는교회'를 개척하고 '공동목회'를 시작했다.

교회용어 사전에 따르면 '공동목회'(共同牧會 , cooperate ministry)는 '여러 목회자가 각기 다른 목회 기능을 책임지고 함께 목회하는 형태'를 말한다. 두 사람의 목회자가 함께 청빙되어 동시에 사역하는 목회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공동목회'지만, 개교회에서 전도사·부목사·교육목사 등이 담임목사와 더불어 함께 사역하는 '공동사역'이나 설교목사·심방목사·상담목사·음악목사·전도목사가 함께 목회하는 '팀 목회'도 공동목회의 형태로 본다.

가나안 교인은 날로 증가하고, 종교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가 한국교회 신뢰도가 급격하게 추락하면서 전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회개척은 더욱 요원해지고 교회를 개척해도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서 교회개척이 이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전도방법 중 하나'라고 제언한다. 단, 교회개척에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동목회가 '교회개척'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며 젊은 목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함께가는교회는 교회개척을 앞두고 2년 반 동안 준비기간을 거쳤다. 이 둘은 "한 사람의 목회자를 통해 얻는 영적 유익보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설교가 성도들에게 더 다양하고 풍성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서로 힘들 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된다"는 이들은 "가정과 가정이 만나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서 "확실히 두 명의 목회자가 움직이니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공동목회는 서로의 장점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논리적이고 직설적인 김인범 목사와 섬세하고 부드러운 유천균 목사는 "예배 운영이나 행정 및 재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고 있다"고 했다.

공명교회는 최근 '공동목회'로 두각을 나타내는 교회다. 백흥영, 황인성 목사는 수원성교회 청년부 선후배로 만나 지난 2018년 양평에서 공동목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카페 겸 서점인 '책보고가게'를 오픈하고 마을 사역을 시작했다. 교회 출석, 종교의 유무에 상관없이 지역의 필요에 공감하며 장소를 공유했다. 주중에는 '책보고가게'로 지역사회를 섬기고 주일에는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오는 9월에는 도서관도 개관한다. 코로나 중에는 성도가 증가해 매주 60~70명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최근에는 예배공간이 부족해서 인근의 건물을 빌려 주일예배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공동목회는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에 따라 목회영역을 전문화하고 1인 담임목사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을 수평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돌파구 역할도 하고 있다.

이처럼 공동목회의 긍정적인 사례가 증가하면서 공동목회를 준비하는 교회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영천남부교회 정남진 목사는 2~3년 내에 공동목회를 시작할 계획이다. "농촌교회가 예배, 전도, 찬양, 봉사, 선교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건강한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목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정 목사는 "당장이라도 공동목회를 시작할 수 있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동료 목회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정 목사는 "젊은 부부들이 자녀와 함께 교회에 출석해도 농촌교회가 그들의 건강한 신앙생활을 도울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반기지 못한다"면서 "40대 젊은 목회자 가정이 모여 또래 모임을 형성하고 각자의 달란트를 활용해 예배와 교육, 선교와 봉사 등의 영역에서 협력한다면 농촌의 작은 교회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공동목회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공동목회 사역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가장 먼저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꼽았다. 공동목회 사역자들은 자비량목회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공명교회의 경우 첫 사례비는 월 10만 원. 교회의 후원과 목회자들의 강의, 책보고가게 운영 등으로 재정을 충당했다. 교인이 10여 명 남짓한 함께하는교회는 사례비가 없다. 이 둘은 일주일에 2번 같은 날, 같은 물류회사에서 일한다. 가정의 재정은 아내들이 맡았다.

익명을 요구한 목사는 "주중에는 대리운전을 하거나 공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목회를 하는 데 육체적 피로가 상당하다"면서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비량목회를 하지만 목회자로서 목양과 양육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목회자의 관심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충돌을 피할 수 없고, 심각할 경우 분열을 초래하거나 담임목사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울산에서 3년 동안 공동목회를 하다가 최근 단독목회로 전환한 A목사는 "사역지를 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공동목회를 시작하면 실패하게 된다"면서 "공동목회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목표가 없으면 갈등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동목회의 경우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보다 특별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범·유천균 목사는 "2년도 채 안됐지만 서로가 다름을 많이 확인하고 있다"면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깨끗하게 포기하며 서로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나가려고 애쓴다"고 했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함께 공동목회를 하고 있거나 꿈꾸는 이들은 총회 차원의 제도마련 및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동목회는 말 그대로 두 명의 담임목사가 함께 공동사역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법상 한 교회에서 2명의 담임목사 제도는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성공적인 공동목회로 손꼽히는 S교회 B목사는 "공동목회가 주는 장점도 크지만 교단 안에서 공동목회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울산의 A목사는 "말은 공동목회지만 어쩔 수 없이 대표목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허울 좋은 공동목회'"라고 토로하며 "물론 교회 내규에 두 목사가 동등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규정해 놓았더라도 대표목사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교단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조직교회인 공명교회는 백흥영 목사가 담임목사로 노회에 가입해 있고 황인성 목사는 무임목사다. 아이러니하게도 황인성 목사는 국내선교부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무임목사'다. 황 목사는 "이중직을 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직 목회자들을 무임목사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목회자들이 목회자 신분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동목회 교회를 위한 제도 마련에 총회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B목사는 "총회가 공동목회와 관련해 정책을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위기의 시대 목회자와 작은교회를 살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공동목회는 자비량 목회와 연계할 때 큰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B목사는 "자비량 목회가 필수사역이 된 시대이고 개척교회의 자립은 날로 어려운 때에 공동목회가 새로운 목회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공동목회를 '평등의 목회'로 정의한 한국일 교수(장신대 은퇴)는 "1인 담임목사 체제를 갖춘 한국교회가 공동목회를 실현하면 사역을 동등하게 구분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얻을 뿐 아니라 작은 교회에는 재정적인 도움이 된다"면서 "총회가 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자비량목회(이중직) 공동목회 공유교회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목회를 총회가 인정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면서 "총회는 공동목회를 진행 중인 목회자들이 무임목사가 되지 않도록 대안을 세우고, 공동목회자들은 동역자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정서적 친밀감을 높이고 서로의 사역을 존중하며 자존감을 두텁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표현모 최은숙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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