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은 나의 스승이다

교인들은 나의 스승이다

[ 목양칼럼 ]

홍주형 목사
2023년 05월 31일(수) 16:51
필자는 부안 장신교회에 2008년 1월에 부임해 16년째 사역하고 있다. 30대 후반에 청빙을 받았는데 이제 50대 중반이 돼간다. 세월이 유수(流水) 같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무 것도 모르고 열정과 패기만 있던 젊은 목회자에게 장신 공동체는 자양분이었고 어머니의 품이었다.

교회에 부임하며 다짐한 것이 있다. 바로 '교우는 나의 스승이다'라는 고백이다. 이들이 나보다 땅에 대해, 식물에 대해, 농사에 대해, 지역에 대해, 성경 해석에 대해서도 전문가다. 농촌교회에 와서 느낀 것이지만 '농부들이 주님의 말씀을 깨닫는 것이 목회자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많은 비유가 농사에 관련된 비유들이다. 단적인 예지만 씨를 뿌려보지 않고 씨 뿌리는 비유를 바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추수를 경험하지 않고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나는 머리로 이해했다면 교우들은 삶 속에서 성서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들이 나의 스승이다. 나보다 성서해석에 대한 이해와 폭이 깊음을 깨닫게 됐다.

과거 부교역자로 생활할 때는 '내가 무언가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성도들을 대했는데, 교만한 생각을 버리고 성도들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보니 한 분 한 분이 귀하고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처럼 보였다. 이러한 마음으로 삶을 나누며 살아오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도 했고 좌절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나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성도들에게 배우고 함께 사는 목회, 삶을 나누는 목회, 함께 아파하고 즐거워하는 목회를 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선생님이 계신다. 이분은 제자들을 불러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서로가 삶을 나눌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주시는 분이시다. 팔순이 넘으셨고, 뛰어난 신학자요 목회자인 선생님은 격을 따지지 않고 제자들과 함께하고 맛집에 가서 식사를 제공해 주시곤 한다. 많은 제자가 선생님을 따르는 이유는 모일 때마다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제자들이 목회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고민을 따뜻한 마음으로 들어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목회에 지친 제자들에게 삶의 경험을 나누어 주시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신다. 분명 선생님이지만 가르치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그분은 경청해 주고 삶을 통해 보여주고 계신다.

사람을 만날 때 부담스러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만남이 깊어가는 데도 가르치려고만 하는 사람이다. 가르치려 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과의 관계가 지속되면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만들어진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대할 때 가르치려는 태도를 버렸으면 좋겠다. 목회자들은 무언가 답을 주려하고, 가르치려는 모습이 몸에 배어 있다. 물론 성도들을 사랑하는 마음,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교우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회에 좋은 길벗들이 많이 있다. 교우들이 나의 스승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제 교우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해야 할 때이다. 가르치려 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마음에서 벗어나 삶을 나누는 목회자가 되도록 노력해보면 어떨까.

홍주형 목사 / 장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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