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할까?'

'뭣이 중할까?'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5월 29일(월) 02:25
강원동노회가 지난 제140회 정기노회에서 노회 내 재난대책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지역적 특성상 산불과 태풍 등 크고 작은 많은 재난을 겪어왔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강원 영동지역에서 발생한 '역대급 재난'은 거의 '일상화'수준이다.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부터 2005년 양양 산불로 낙산사가 소실됐고 2017년 강릉·삼척 산불, 2019년 4월 속초·고성 산불, 2020년 고성 산불, 2021년 양양 산불, 2022년 울진·동해·삼척 산불, 2023년 강릉 산불까지 강원도는 지난 20년 동안 대형 산불로 5번의 특별재난지역이 됐다.

'재난상습지역'인 지역의 노회에서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당연한' 조치는 '반가운' 소식이다.

총회 창립 이후 지속해온 총회-노회-교회로 연결되는 재해구호 체계는 사후적인 대응방식으로 여러 차례 한계가 드러났다.
지역의 한 노회 관계자는 "태풍으로 지역 교회와 주민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총회에 피해 상황을 보고하고 접수하는 것뿐이었다"면서 "당시 총회로부터 긴급구호 지원금을 받기까지 최소 3개월이 걸렸는데 이미 김이 다 빠진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재난의 시대에 교회의 대응이 여전히 '뒷북'이라는 것이다. 지난 강릉산불 당시 지역의 한 목회자는 사비를 털어 산불진화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들에게 간단한 간식과 속옷을 제공했다. 그는 "총회와 노회의 지침을 기다리기에는 현장이 너무 긴박했다"면서 "그저 넋 놓고 바라만 볼 수 없어서"라고 했다.

강원동노회 재난대책위원회 시행세칙(안)에 따르면 재난 발생 24시간 내 피해지역 현장을 방문하고, 긴급구호물품 등이 필요한 경우 피해자 지원활동을 우선 지원한다. 재난 발생 직후 3주 이내에는 거점 교회를 통해 지역 주민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신속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회 내 이미 재난구호 담당부서가 있고 예산까지 확보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로서의 '재난대책위원회'가 구축되기가 쉽지만은 않다. 업무와 정책을 관장하는 주도권 문제와 예산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에 대한 내부 저항이 '매우' 격렬하다는 후문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고 거의 매년 반복되는 역대급 재난이다. 교회도 마을도 태풍에 휩쓸리고, 산불이 덮쳐 버리면 '뭣이 중할까'.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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