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예수님의 이웃사랑 정신

사회복지시설, 예수님의 이웃사랑 정신

[ 독자투고 ] 사회복지 선진시설을 시찰하고

김광현 원장
2023년 05월 29일(월) 09:19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봉사'로 번역되는 헬라어 '디아코니아'는 교회의 자선사업과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회 옆에 지은 지정 건물을 말하고 이는 동등성, 상호성, 사회 연대성의 요소가 결합된 공동체성과 누구나 대상이 되는 보편성이 바탕이 된 사회적 책임을 의미한다.

필자가 이번에 기독교 신앙과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며 실천해온 사회복지 선진 국가를 탐방하고 문화를 직접 체험하여 각각의 실천영역에 반영하고자 개최한 한국장로교복지재단의 사회복지선진시설 시찰에 처음으로 참석하며 고찰하고자 한 것은 디아코니아였다.

동유럽은 1990년 이후 시장경제로 개혁되면서 사회주의 사회보장제도가 축소되고 시장경제형 사회복지 제도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도 작고 사회복지가 발전하지 않았을 거라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년 OECD 주요국 복지지출 통계를 보면 한국은 저부담-저복지 국가에 속하지만 체코,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은 중부담-중복지 국가에 속한다. 그리고 16세기 서유럽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디아코니아정신의 사회적 실천이 근간이 되어 오늘날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한국보다 선진적인 정책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첫 방문시설은 체코의 노인복지시설 '호도프 노인의집(Domov pro seniory Chodov)'였다. 65세 이상이며 의료적 도움이 필요하거나 생계가 곤란한 노인을 대상으로 일정한 심사를 거쳐 입소하는데 일반 생활환경과 최대한 유사한 형태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를 시설 입소자와 지역 주민 모두에게 개방해서 지역 친화적 거주 및 돌봄을 연계한 시설이었다.

노인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지만 최소한의 예산만 배정되어 사회와 단절된 노인요양시설이 일반적인 한국의 현실과 많이 대비 되었다. 비싼 주택 비용, 낮은 경제력의 고령층, 빈약한 연금제도로 인해 당장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지역사회와의 공생은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방문 시설은 오스트리아 장애인복지 시설이다.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요셉의집은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이며 거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전의 정부의 지원없이 자력으로 어렵게 운영하다가 지금은 사회복지시설이 국가의 예산을 지원받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거주 시설을 마치 장애인을 가둬두는 수용시설처럼 간주하는 것 같은 탈시설화 정책 상황에서 오스트리아 장애인 복지 정책은 한국의 장애인복지 시설이 나아가야 할 모습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회에서 오스트리아 장애인 거주 시설의 정책 설명과 토론회도 있었는데, 필자는 이번에 직접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두번째 방문한 시설은'장애없는 삶(Balcance- Leben ohne Barrieren)'였다. 'Balance(균형)'라는 이름대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과 자립적인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하는 곳이다. 아뜰리에와 보호작업장, 일상교육, 직업연수, 생활시설 운영, 독립주거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발달장애인 스태프가 연수단을 맞이하고 시설 안내를 주도하도록 전적으로 맡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세번째 방문한 '브라이텐프루트 마을공동체(Dorfgemeinschaft Breitenfurt)'는 빈 중심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을 공동체이다. 장애인 자녀를 가진 부모는 사후에 혼자 남을 장애인 자녀에 대한 걱정을 가장 크게 한다.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여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한다. 마을은 요셉의집과 같은 장애인거주 시설인데 평생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과 함께 있고, 장애인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거나 부모와 함께 살 수 있는 거주 시설과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가족이 해체 되지 않고 보호자 사후에도 삶이 보장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마을이 부모들이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도시 인접의, 비장애인 주택단지에 함께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단절된 마을이 아닌 함께 생활 하는 마을이다. 한국의 장애인거주 시설 특히 요셉의집이 나아갈 모습이라 생각했다.

시설 방문 외에 문화 탐방은 그 나라의 사회 복지 배경을 알게 해 주었다.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산업화의 영향을 받아 건축된 도시는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고 디아코니아로 표현된 예수님의 이웃 사랑 정신은 오랜 시간을 거쳐 국민 정서 속에 깊게 뿌리내린 것이 사회복지 시설이 기피 시설이 아닌 지역과 함께 하는 시설로 인식되는 이유라 생각되었다.

연수단은 매일 3-4시간의 이동시간에 버스 안에서 참가자의 기관을 소개하고 중요 사례 공유, 문답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마지막날 마무리 컨퍼런스에서 각자의 눈으로 바라본 동유럽 복지시설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동유럽의 사회복지현장을 접하고 배웠던 것은 나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잠시의 휴식은 다시 열정을 선사해 주었고 일하는 능률을 배가시켜 주었다. 부족한 나의 지평을 넓혀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연수를 주최한 우리 한국장로교복지재단에도 감사를 드린다.



김광현 원장/요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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