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범죄…성도가 상담할 수 있다면

교회 성범죄…성도가 상담할 수 있다면

[ 기자수첩 ]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06월 21일(수) 07:03
unsplash.
교계 기자로서 들을 때마다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다. 바로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이다. 가해자가 이단·사이비 단체 교주라면 혀를 차면서 기사를 쓰겠다. 그런데 건전한 교단 안에서 목회자 성범죄가 지속해서 일어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경찰청 범죄 통계로는 2010~2016년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는 목회자였다. 총회 내에선 목사고시 응시자나 목사 임직자에게 성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적으로 제출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기독교반성폭력상담센터는 2022년 한 해 동안 38건의 성폭력 상담을 지원했다. 그중 가해자의 71%가 목회자이거나 리더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해에 한국교회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정말 30여 건뿐이었을까?

공식적인 수치로 기록되거나 실제 상담이 진행된 것 외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교회 공동체에 '덕'이 되지 않는다며 '거룩한 은혜(?)'로 덮어버린 때도 있을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교회 공동체에서 문제를 공론화시키거나, 당회의 치리 또는 법원의 판결까지 받는 사례는 극소수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로 눈을 돌려보자.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사후대처와 그들의 치유가 중요하다.

교회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공동체 내에 성폭력 관련 전문 상담 능력을 갖춘 구성원이 있으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들은 남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바른 길로 인도하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지킬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청을 인식한 사단법인 예장여연이 8월부터 성폭력상담원을 양성한다. 제1기 양성교육을 앞두고 현재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예장여연은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설립한 법인으로, 교육 90% 이상 수료시 여성가족부 인증 수료증도 발급된다.

성폭력 문제에 대해 예장여연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더욱 근본적인 사회 문제로 바라본다. 예장여연에서 교육받은 성도들이 전국 개교회, 특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을 상담하며 도와주길 바란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교육 받은 성도들의 수가 점점 많아져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까지 변화시키길 기대한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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