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 드러낸 '유령 아동'의 비극

1%가 드러낸 '유령 아동'의 비극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7월 03일(월) 06:40
'금쪽같은' 아이들이 허무하게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감사원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는 2236명이다. 감사원은 이들 중 1%인 23명을 표본조사로 추려 지방자치단체에 생존 여부를 확인하게 했고 이 과정에서 출산한 자녀 두명을 살해하고 냉장고에 수년간 보관해 온 30대 여성이 검찰에 송치됐다. 뒤이어 과천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해 키우다가 사망하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이, 대전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여성이 잇따라 체포됐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의뢰받은 95건의 영유아 행방을 조사 중에 있고 현재까지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15년 동안 '베이비박스(키울 수 없는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미신고 영유아 2000여 명 중 베이비박스 사례를 제외하면 1000여 명의 아기 중 다수가 유기에 의해 사망했거나 불법 인터넷 입양거래가 됐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했다.

지난 6월 30일 '출생통보제'를 담은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하는 이른바 '유령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간이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제출하고, 심평원은 이를 출생자 어머니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적어도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안전은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출생통보제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는 없다. 여전히 논란이 있고 문제가 있다. 다만 적어도 태어난 생명을 지켜내지 못하는 이 비극을 막기 위해 한발짝 내딛는 시작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겨우 1%였을 뿐이다. 남아있는 99% 아이들의 안전은 생각만해도 끔찍하고 처참하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름도 없이 생일도 없이 죽어가고 있을지 두렵고 떨린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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