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100년에도 '종전'을 말할건가?

정전협정 100년에도 '종전'을 말할건가?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08월 07일(월) 08:11
지난 7월 27일은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으로 한국전쟁은 일단락됐지만 지난 70년간 한반도에서는 전쟁 재개를 우려케 하는 부분적 무력 대결과 남북한의 적대적 태도는 지속됐다.

분단 이후 한반도 평화 운동을 이끌어왔던 한국교회는 수 년 전부터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올해 크리스천들이 주축이 되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남북평화를 위한 유의미한 행동과 선언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내는 목소리는 일반 사회는 물론, 교계 내에서도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지난해 9월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WCC 제11차 총회에서는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구축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해 WCC 회원 교회와 국제 파트너십 기구들에 연대를 새롭게 하고,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을 비롯한 한국 교회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할 것을 촉구했으며, 지난달에 열린 제69차 WCC 중앙위원회에서는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아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될까?

지난 7월 22일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일대를 비롯해 전국과 해외 각 도시에서 진행된 '정전 70년 한반도평화행동'에 8대 종단과 NCCK 화해통일위원회, 한국YMCA, YWCA 등 기독교단체가 포함된 370여 개의 시민단체가 거리 평화행진을 했지만 이에 대한 교계의 참여와 관심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NCCK를 중심으로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 서명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지만 이에 대한 교계의 관심도 그리 높지 않아보인다.

이러한 데에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교회의 한반도 평화 통일운동을 이끌어오던 NCCK가 최근 총무 자리의 공백과 선출 등으로 평화통일 운동에 집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교계 전체적으로 뿌리 깊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으로 평화통일운동에 대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고질적인 분열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우리 교단 총회에서도 평화 운동의 일환으로 '한반도 종전평화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가 일부의 반발로 인해 이를 중단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정전협정 70년을 맞은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점에서 한국교회에 대해 사회 및 타종교와 함께 평화라는 공동선을 형성해가는데 가장 중요한 주축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한국 근현대사 속에 평화의 정신을 교회만큼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종교나 사회적 단체는 없었다. 이는 우리 기독교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정전협정 100년이 되는 해에도 평화를 위해 종전협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르겠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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