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것이 복이 있다

주는 것이 복이 있다

[ 목양칼럼 ]

오영복목사
2023년 09월 05일(화) 13:03
부산에서 사역했던 교회는 바로 건너편에 기차길이 있었다. 부산역으로 가는 기차소리에 처음에는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아이들도 기차 굉음에 놀라서 잠을 설치니 투정이 심했다. 한달 두달이 지나자 기차는 분명히 지나가는데 소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동요 가사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처럼 말이다. 3년 동안 기차가 가는지 오는지 느끼지 못했다. 내 삶이 적응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중고등부를 맡았는데 모든 대화가 마치 싸우는 것 같았다. 목소리 톤이 전부 한 옥타브 높았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못해서 시비를 거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억양에 처음 듣는 부산 말씨를 잘 알아듣지도 못했다. 대화가 안 되고 이해가 안 되니 이곳에서도 매주일 좌충우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며 사투리와 부산 억양에 익숙해지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통이 됐다.

중고등부를 맡은 부장 선생님은 언제나 긍정적이었다. 무엇이든 목회자 편에서 도와주려고 했다. 일본 출장 중에 구입한 미니 카세트플레이어를 필자에게 선물이라며 주셨다. 사실은 부장님이 그 제품을 교회에 가져 온 것을 보고 필자가 "참 좋습니다. 너무 심플하고 좋아 보입니다"라며 부러워했던 물건이다. 선물에는 '목사님이 좋아하시길래 드립니다'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뒤에 알았지만 남을 잘 도와주셨던 부장 선생님은 누군가 자신의 물건을 부러워하거나 여러번 칭찬하면 주지 않고는 못견디는 분이었다. 필자가 '참 좋아 보입니다'라는 말을 세 번이나 했으니, 마음에 고충이 컸겠구나 생각해 본다.

제주도로 사역지를 옮긴 후에 부장 선생님이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나 어렵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10년 동안 기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10년 후에 전화가 왔다. 회사가 정상화됐다는 것이다. 그 후로 부산을 떠난지 20년이 지났지만 잊을만하면 안부를 묻고 부산에 오면 언제나 필자에게 식사를 대접해 주신다. 장로가 되신 후에도 늘 "이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을 돕고 또 주 예수의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는 사도행전 20장 35절 말씀을 실천하셨다.

현 사역지로 옮긴 후 필자에게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으시길래 선교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지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기도해 보겠다고 답한 선생님은 얼마 후 큰 도움을 주셨다. 지금 조성교회 안에 세워진 선교사안식관이다. 30평을 지었는데 건축비 절반을 부담하셨다. 모친의 장례 후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통장에 6000만 원 정도가 있어서 도움을 주신다고 하셨다.

5년 전에 지은 교회 선교관에선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부담 없이 쉼을 얻는다. 부산 사람은 처음엔 사귀기 어렵지만 한 번 친해지면 평생 간다는 말을 선생님을 통해 실감한다. 도시교회 목회자들이 겪는 목회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남도 시골교회 선교관에서 잠시 힐링하며 지친 목회자들이 새 힘을 얻기를 소망해 본다.

오영복목사 / 조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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