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학살, 교회가 기억하고 반성해야"

"100년 전 학살, 교회가 기억하고 반성해야"

일본 도쿄서 '관동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희생자 100년 그리스도인 추도집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09월 04일(월) 11:17
"100년 전 일본 관동대지진 속에서 조선인·중국인에 대한 대량 학살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 교회가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말하고 전할 수 있게 하옵소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를 맞아 한·일 교회들이 과거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교회가 이 사건을 기억해 다음 세대에 전해 다시는 이러한 아픔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을 다짐했다.

재일대한기독교회 및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등은 지난 9월 3일 일본 도쿄 재일대한기독교회 동경교회에서 '관동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희생자 100년 그리스도인 추도집회'를 열고 100년 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 예배에는 NCCK의 인사들도 함께 해 희생자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추모의 마음을 알렸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일본교회는 '회개의 기도'를 통해 "100년 전 관동대지진 직후에 상상할 수 없는 학살 사건을 일으켰다. 군부, 경찰, 그리고 민중이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을 잡아서 6000명의 생명을 빼앗은 증오와 광기가 가득 찬 사건이었으며,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범한 끔찍한 큰 죄악이었다"며 "그 학살로부터 100년을 지나기까지 일본 교회가 함께 모여 추도해 오지 않았다는 것을 고백하며, 100년 전 관동대지진 속에서 조선인과 중국인의 대량 학살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 교회가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말하고 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기도문에서는 "당시 일본에는 학살의 사건을 거론하지도 않았으며, 역사적 큰 죄를 인정하지도 않는 풍조가 흐르고 있었다"며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가 있을 때마다 증오에 가득찬 언동의 표적이 된 사람들의 마음은 그 때마다 계속 죽어왔지만 우리 교회는 그러한 죄와 진지하게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고 회개했다.

이날 메시지를 전한 김종수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는 "이 일을 하면서 새삼 깊이 깨닫는 것은 죽은 자들의 권리를 생각하지 않는 사회는 산 자들의 인권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권리란 왜 죽어야 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죽은 이들의 이름과 그가 거주하던 곳을 찾아 알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죽은 자들의 복권이고, 살아있는 생명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일"이라며 "일본 정부가 역사 정의와 상호공존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한다면 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모든 시민들은 화해의 축제를 벌일 것이며, 아시아의 상생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NCCK 김종생 총무는 "우리는 일제 강점에 협력했던 어두운 역사를 지닌 채 해방 이후 갈등과 분열, 증오와 적대의 질서를 만들고 지속시켜 오는데 기여한 부분을 깊이 반성하고 더 이상 분단질서가 아닌 평화를 이루는 순례의 여정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에큐메니칼 공동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새로운 평화질서를 만드는 일을 선도해나가야 한다. 이 평화의 길은 결국 민과 민의 소통과 협력, 그리고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의 끊임없는 연대와 우정으로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관동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100년 그리스도인 추도집회 실행위원회는 선언문을 통해 "교회는 현실에 대한 묵인이라는 스스로의 죄를 회개하면서 민족, 문화, 언어의 차이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소수자를 배제하는 사회의 본질과 싸우고 있다"며 "부활의 주님께 부름 받아 이 땅의 소금, 세상의 빛으로 쓰임 받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주님의 십자가 앞으로 돌아와서 관동대학살의 역사를 마주하면서 추도의 사역을 계승해 간다. 지금 전쟁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는 시대에 적의와 차별을 낳는 폭력에 침묵하지 않으며, 참된 화해와 평화를 이끄시는 주님을 따라 지극히 작은 자의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선교의 길을 걸어간다"고 선언했다.


표현모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