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교'를 넘어 '한반도선교'로

'북한선교'를 넘어 '한반도선교'로

[ 연중기획 ] '그래도 가야할 길, 평화' 8. 북한 선교의 새 패러다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09월 13일(수) 08:50
김의혁 교수는 '그들만의 변화'가 아닌 복음 안에서 '우리 모두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한반도평화'라는 용어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은 황해북도육아원분원 아이들의 모습. /한국기독공보 DB
한국교회에서 '북한선교'와 '통일선교'라는 두 개념은 서로 혼용되고는 한다. '복음통일'이라는 표현도 자주 쓰인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세 개념은 서로 다른 강조점을 가진다. 이 글에서는 각각의 의미를 간략히 비교하고, 이에 덧붙여 '한반도선교'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안하고자 한다.

'북한선교'라는 표현은 1970년대부터 북한을 선교적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한국교회 내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1974년 씨앗선교회로 시작된 기독교북한선교회가 그 출발점에 있다. 북한선교의 주된 초점은 북한 주민에게 복음을 전하여 북한을 복음화하는 데에 있다. 대표적인 북한선교 사역으로는 북한교회 재건운동, 북한 지하교회 사역, 성경 배달, 방송선교, 탈북민선교 등이 있다.

'통일선교'는 2000년대 전후로 한국교회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이다. 통일선교는 복음주의 교회들이 주도했던 '북한선교'와 에큐메니칼 교회들이 1980~90년대에 주도했던 '통일운동'을 아우르는 의도에서 제시됐다. 여기서 통일운동이란 1980년대부터 진보적인 그리스도인들이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남북한의 통일 문제를 서로 연동되어 있는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면서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행했던 일련의 실천을 가리킨다. 그 대표적인 열매로는 1986년 세계교회협의회의 주선으로 스위스 글리온에서 남북 교회 대표가 첫 만남을 가지고 성찬식을 함께 가졌던 일과 1988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에서 선포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 선언)'이 있다. 통일선교는 에큐메니칼 교회들의 통일운동과 복음주의 교회들의 북한선교를 연합하고 포괄하는 표현인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통일선교는 북한에 대한 복음 전파와 통일 준비 노력을 함께 강조한다. 통일은 그 자체로 필수적인 선교적 과제로 이해된다.

근래 북한선교와 통일선교가 교회 안에서 혼용되는 경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에서 발행하는 '북한개발소식' 2022년 5월 호에서 성훈경 목사(TWR 북방선교방송)는 자신의 정체성을 '통일선교 사역자'가 아닌 '북한선교 사역자'로 규정한다. 그의 글의 한 대목을 보자.

"저는 통일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 삶의 사명으로 삼을 만큼 통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는 통일보다는 북한선교에 더 많은 관심과 열심이 있는 사역자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저는 통일과 무관하게 북한선교를 수행하는 사역자입니다. 무관하다는 말은 어떤 행정체제의 국가로 통일이 되든지, 오늘 통일이 되든지, 5년 후, 10년 후에 통일이 되든지, 혹은 제가 생을 마칠 때까지 통일이 되지 않든지 그것과 관계 없이 저는 제가 살아있는 동안 북한선교를 수행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그는 북한선교의 초점이 통일선교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짚고 있다. 북한선교는 통일선교가 중시하는 통일 여부에 관계 없이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모든 활동인 것이다.

통일선교와 함께 교회에서 급격히 확산되어 대중화된 용어가 '복음통일'이다. 오늘날 수많은 교단으로 나눠진 한국교회이지만, 적어도 복음통일이라는 표현은 교회마다 널리 쓰이고 있다. '통일'이라는 용어가 자칫 가질 수 있는 정치적인 색채를 복음이라는 용어로 안전하게 감싼 덕분이다. 복음통일론의 장점은 교인들이 거부감 없이 통일을 위해 기도하도록 이끈다는 데에 있다. 근래 복음통일을 학문적으로 바르게 정립하려는 통일선교학자들의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그 강조점은 통일을 추구함에 있어서 그 동기와 방식과 목표가 하나님의 평화와 화해와 사랑에 기반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북한선교와 통일선교, 복음통일이 혼재된 맥락에서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한반도선교'는 어떤 강조점과 의미가 있을까? 그동안 북한선교는 북한만의 일방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대로 한국 사회 역시 급격한 변화와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교회에 대한 매력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고, 기존의 수많은 교인들이 가나안 성도가 되어 교회 주변부를 배회하고 있다. 세계적인 교세를 자랑했던 한국교회였지만, 이제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치 레슬리 뉴비긴이 38년간의 인도 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 자신의 조국 영국이 선교지가 되어버린 것을 목도했던 것처럼, 우리는 한국 사회가 선교지로 전환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한국교회가 한반도선교에 대한 관점을 장착해야 한다고 믿는다. 남북한 전체를 아우르는 총체적 선교 접근을 새로이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적대적 분단의 심화, 이념적인 대립과 거짓 선동, 확대되는 빈부격차의 아픔, 심각한 저출생, 한반도 생태계 및 기후 위기 등의 각종 문제는 서로 연동되어 있다.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이 하나님의 은혜와 회복이 필요한 치열한 선교적 현장이기에, 한반도선교는 21세기 한반도라는 시공간 전체가 하나님의 선교 현장임을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한반도선교의 핵심 과제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 즉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평화, 화해를 한반도의 모든 영역 가운데 오롯이 담아내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한반도선교는 대규모 집회 등 힘과 세를 과시하던 기존 '크리스텐덤' 방식의 선교를 거절한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함을 인식한다.

최근 '로컬'(local)이라는 관점에서 선교를 이해하고 새롭게 실천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 선교적 관점은 기존의 '선교하는 나라 vs. 선교 받는 나라' 혹은 '서울 vs. 지방'과 같은 중심과 주변 구도를 해체하고, 각 지역사회와 삶의 현장인 로컬의 문제를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끈다. 도시 재생, 마을 공동체 형성, 경제적 자립 모델, 대안적 교육,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 선교적 교회 등 로컬에서의 다양한 사역 모델은 오늘날 선교가 모든 그리스도인의 선교이자, 모든 방향과 영역에서의 선교이며, 궁극적으로 '삶의 선교(life as mission)'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선교 역시 총체적 선교의 관점에서 삶의 현장인 로컬을 이해한다. 당장 남북한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은 지금의 현실이지만, 각 로컬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적 삶을 살아내는 일이 궁극적으로 로컬의 연장이자 확장인 한반도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선교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북한 및 통일선교와 관련하여 한반도선교가 가지는 함의는 다음과 같다. 한반도선교는 북한선교가 가진 일방성을 극복할 수 있다. 기존의 북한선교는 남한 사람도 함께 변화되어야 하는 존재임을 간과했고, 선교를 복음 전파로만 축소함으로써 총체적 선교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측면이 있었다. 그 결과 북한선교는 일부 사역자의 특수한 사역으로 축소되었다. 반면에 한반도선교는 '그들만의 변화'가 아닌 복음 안에서 '우리 모두의 변화'를 강조한다.

또한 한반도선교는 통일선교가 가진 제한성을 극복할 수 있다. 기존 통일선교의 강조점은 통일의 시급성에만 맞춰져 있었을 뿐, 통일을 이룬 뒤에는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한반도선교는 통일 이전뿐만 아니라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의 모든 과정에서 한반도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선교로 그리스도인들을 초청하는 선교 패러다임으로 작동한다. 이에 한반도선교는 각 분야와 로컬에서 드리는 그리스도인의 현재적 순종이 한반도의 미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도록 이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동안의 선교 이해는 복음 전파를 통한 영혼 구원으로 축소되거나, 아니면 이웃을 향한 수평적 사랑으로만 치우칠 때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복음 안에서 함께 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선교는 예수그리스도를 통한 죄용서와 온 세상을 향한 성령 하나님의 새로운 창조와 회복의 역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한반도선교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놓여 있다. 한국교회가 복음의 능력을 신뢰함으로 한반도선교를 향한 하나님의 초청 가운데 신실하게 응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비록 북한 및 통일선교가 점차 약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때이지만, 한반도선교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을 세워가는 일을 통하여 북한선교와 통일선교 사역이 더욱 새롭고 힘있게 추동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의혁 교수 / 숭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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