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벳의노래' 염평안... 가족은 나를 흥얼거리게 하죠

'요게벳의노래' 염평안... 가족은 나를 흥얼거리게 하죠

염평안 에세이 '허밍홈' 출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9월 10일(일) 23:25
히스킹덤뮤직 대표이자 싱어송라이터 염평안.
 작은 갈대 상자 물이 새지 않도록/역창과 나무 진을 칠하네/ 어떤 맘이었을까 그녀의 두 눈엔/눈물이 흐르고 흘러(중략)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를 이끄시는 주/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린다 - 요게벳의 노래 중
 
자녀를 향한 걱정과 불안은 크리스찬 부모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삶의 참 주인'인 '하나님'을 매 순간 고백하면서도 연약한 인간이기에 자녀 문제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지고 흔들린다.

어린 아들 모세를 강물에 띄워보내며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는 요게벳의 그 절절함을 그 누구보다 부모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믿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너의 삶의 참 주인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의 맡긴다'는 요게벳의 고백은 그래서 모든 크리스찬 부모들의 고백이고 용기이고 다짐이다.

'요게벳의 노래'를 작곡한 염평안 대표(히스킹덤뮤직)는 "이 찬양은 사역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 부부를 위한 노래였다. 삶의 참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 아이들의 삶을 맡기는 믿음을 소유하고픈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1.5kg 미만의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들이 중환자실에서 주삿바늘을 꽂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께 매달리고 울며 기도하는 일밖에는 없었다. "믿음으로 하나님께 아이들을 맡겨야겠다"는 그 마음과 다짐 하나로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다.

 #쌍둥이들은 1.38kg, 1.41kg으로 태어났다. 계속 기다려도 아내와 아이들이 나오지 않았다.
 두 아이 모두 뇌출혈이 있어서 일단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동했고 …
 '하나님, 제발…'
 살면서 무언가를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 앞에 엎드려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는 것뿐이었다.
 솔직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그분의 능력을 구했던 밤, … 그렇게 나는 아이들을 통해 또 한번 하나님을 알아가게 되었다.
-'허밍홈' 중에서
 
그에게 가족은 그런 존재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사소한 일상들이 주는 깨달음들은 노래의 모티브가 되었고,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특별해졌으며 별것 아닌 일들이 나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가족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더 배워가게 되었다는 것이죠. 가족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하게 되었고요."

그에게 집은 '허밍'(노래의 멜로디를 흥얼거림)이다. 이번에 출간한 그의 첫 에세이 제목이 '허밍홈'(소북소북)인 이유다.
"나는 내 삶의 이야기로 노래를 만든다. 그리고 내 삶의 중심에는 늘 가족이 있다"는 염 대표는 그동안 '허밍'으로 가족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허밍'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허밍홈'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만들어진 노래의 이야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순간순간 느꼈던 하나님의 사랑을 가사로 만들고 멜로디를 붙여 만든 노래와 그 안에 담긴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소소하지만 공감되는 그의 이야기들은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 이제 막 결혼생활이 시작된 신혼부부들, 육아로 인해 지친 부모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된다. 특히 모든 글에는 큐알코드를 수록해 관련 노래를 들으며 저자가 느꼈던 하나님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노래가 아닌 글로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지만 삶 속에서 역사하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일이 사역이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는 염 대표는 "삶의 깊은 이야기를 꺼내면서 용기도 내고 혼자 눈물도 흘렸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족이란 뭘까. "나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사람들"이다.

지난 2020년 교직을 내려놓고, 전문 찬양사역자로 섬기면서 그는 '주부'가 되었다. 중3 아들과 중 1 쌍둥이 딸과 함께 날마다 전쟁같은 하루를 보낸다. '사춘기'의 절정을 보내는 세 자녀로 인해 때로는 서운하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번 씩 속에서 열불이 난다. 그러나 그는 이 또한 소중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가족 이야기가 언제나 기분 좋게 흥얼거릴 수만은 없잖아요. 누군가에는 상처이고 고통일 수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모든 과정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깨달았고 그래서 가족을 위해 노래하고 가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겁니다. 내 삶 속에 그리고 우리 가족 안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가난한 목회자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결혼을 하면 많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는 그는 "때로는 가족이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 풍요롭고 그 무엇도 넘어설 수 없는 행복이 있다"고 했다.

그도 그랬다. 결혼에 대해 잘 몰랐고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떤 삶인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다시 20대로 돌아가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면 그 어떤 부분도 쉽게 마음 먹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결혼과 육아는 새로운 세상이다. 그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결혼으로 인해 맛보게 되는 행복과 성장을, 부모로서 누리는 깊은 사랑 하나님의 섭리와 그 가치를 누려보라고요. 번거롭지만 풍요롭고 나이가 들지만 더 아름다워지는 역설의 삶을 누려보라고요.특별할 것 없는 내 삶에 찾아오셔서 가족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신 하나님 덕분에 감히 권해봅니다."

염 대표는 오랜만에 정규앨범 3집을 준비 중이다. "요게벳의 노래로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이번 앨범에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시골교회 목회자였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피아노 반주를 시작했고 예배 찬양인도를 시작했던 염 대표는 단 한번도 찬양사역자의 꿈을 꾼 적이 없었다. 가난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했고, 그래서 교사가 됐다. 그러나 아내의 배려로 전문 찬양사역자로 활동하면서 매일 곡을 만들고, 자신이 운영하는 '히스킹덤뮤직' 소속 아티스트를 지원한다. 그리고 오늘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좋은 사역자,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허밍홈'을 흥얼거리면서.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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