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한글을 사랑한 게일을 아세요?"

"한국인보다 한글을 사랑한 게일을 아세요?"

연동교회, 제1회 정기학술세미나 '연동교회130년 주춧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10월 09일(월) 08:26
한글날 577돌을 기념해 서울노회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시무)가 교회 한쪽 벽면에 제임스 게일 목사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게일 목사의 사진 옆에는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했던 제임스 게일 목사'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게일 목사는 1895년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우리말로 번역해 소개한 인물이다. 1911년 첫 '한영사전'을 펴냈으며 수많은 한국고전을 영어로 세계에 전파하며 한글과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알렸다.

연동교회가 창립 129주년을 맞아 '연동교회의 사람들'을 재발굴해 연동교회와 인물들의 흔적으로 종로 5가 거리에 기독교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첫번 째 주인공이 바로 게일 목사다. 김주용 목사는 "게일 목사를 시작으로 '연동교회의 사람들'을 매해 한 명 씩 선정해 과거와 현재의 연동교회와 기독교, 종로5가와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글날을 기념해 거리 한복판에 게일 목사의 사진과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했던' 문구가 담긴 대형 현수막이 펄럭이는 이유였다.

그 일환으로 지난 8일 제1회 정기학술세미나 '연동교회 130년 주춧돌'이 개최됐다. 연동교회 제1대 담임목사로 1900년부터 1927년까지 사역한 게일 목사의 교역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는 임희국 교수(장신대 명예)가 '게일 목사의 초창기 담임목회를 중심으로(1900-1005)'발제했고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가 논찬했다.

임 교수는 '게일 목사의 조선 입국'부터 '게일의 한글연구' '연동교회 담임목사 게일' '1904년 이후 연동교회의 변화' '성경의 한글 번역에서 게일의 공헌-하나님'에 대해 정리했다.

게일 목사는 '한국화 기독교'를 지향하며 '서양 기독교가 조선에서 조선인에 의하여 한국적 기독교로 새롭게 탄생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선교 철학을 갖고 있었다. '한국화 선교사' 여정의 첫번째 목표는 '조선의 언어습득'이었고 이를 통해 조선인과 더불어 생각과 마음, 사상까지 막힘없이 소통했다. 특히 그는 한글의 가치를 발견하고 한글이 '하나님의 신비한 섭리 가운데서' 선교를 위해 '준비된' 아주 훌륭한 언어라고 감탄했다.

조선에 온지 7년 만에 소설 '천로역정'을 최초로 우리말로 번역했는데, 천로역정은 1903년 무렵 의금부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 읽고 감명받아 이후 연동교회 교인이 되기도 한다. 게일 목사는 또 한글의 가치를 발견하고 한글 연구에 몰입하며 1897년 한영사전을 편찬해 출간했다. 이 사전은 선교사는 물론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우고 익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성경의 한글 번역에도 게일 목사의 공헌이 크다. 당시 '하나님 이름'(신명) 표기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는데 게일 목사는 주시경을 인용해 '하나님의 하나는 일을 뜻하고 님은 주인, 임금을 뜻한다. 즉 한 크신 창조주가 하나님이다'고 설명했다. 1911년 출판된 신구약 '성경젼셔'에 신명이 '하나님'으로 표기됐다.

이밖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양반상놈'의 계급사회 타파에 기여하고 교회 안에서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로 존중받는 수평적 관계 형성을 이루도록 한 점, 몰락해가는 대한제국기에 교회를 부흥케 하고 나라의 회생을 위해 목회한 점 등을 살피며 연동교회 130년을 향한 주춧돌을 다졌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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