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에 대한 목회적 이해 '생태계'

치유에 대한 목회적 이해 '생태계'

[ 특집 ] 제108회 총회주제 해설 8(完)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23년 10월 25일(수) 08:36
신음하는 피조물의 치유

Ⅰ. 우리 시대의 표징

우리 모두의 집(오이코스)인 아름다운 행성 지구가 신음하며 앓고 있다. 지구의 건강에 필요한 생태 균형이 무서운 속도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45억 년에 달하는 장구한 세월 동안 기후의 안정성을 지니고 살아왔으나, 산업혁명 이후 지난 수백 년간, 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한 개발과 무분별한 산업발전으로 인해서 그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는 개인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동시에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서 지구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과제이다.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도자들의 정책은 지구촌의 기후 비상사태를 극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류는 "내가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 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라"(신명기 30:19)는 말씀대로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다. 기후위기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직면한 가장 큰 안보 문제'이다. 자연에 맞선 '제3차 세계대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약 45%에서 50%까지 급속히 삭감해야 한다. 이 짧은 기간 대한민국은 기후악당 국가에서 기후선도 국가로 전환하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러한 카이로스의 시점에서 2021년 우리 교단이 초교파적인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선구적 공헌이다. 우리나라의 뜻 있는 교회들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길라잡이로 하여 세부적인 논의과정을 마련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며 목표 기간의 성과를 세계교회 네트워크와 공유한다면, 이는 지구촌 위기를 인류가 함께 극복해 나아가야 하는 우리 시대에 'K-교회'의 저력을 보여주며 세계교회와 지구촌에 희망을 주는 소중한 공헌이 될 것이다.

Ⅱ. 생태계 치유를 위한 교회의 과제

인류의 집인 자연과 생태계가 큰 상처를 입고 신음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시대의 표징을 읽고 국민 의식을 계몽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의 내적 역량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처입은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화를 신음하고 있는 생태계 전체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온 교우들이 새로운 신앙적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차분히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목회가 필요하다. 치유는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 과제다. '상처입은 치유자'이신 주님의 제자들이 상처입은 이웃과 지구를 치유하는 길이 자신을 치유하는 길이기도 함을 깨닫고 힘차게 치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교회교육이 필요하다.

1. 새로운 관점의 성경공부와 녹색성서

종교개혁자 루터에 의하면 "하나님은 성서에만 복음을 남기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나무들 위에, 꽃들과 구름과 별들 안에도 복음을 기록하셨다." 성서가 '듣는 말씀'이라면, 자연은 '보는 말씀'이다. 우리는 특별계시를 강조하다가 일반계시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적색은총을 강조하다가 녹색은총을 경시하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값없는 은총에 감사하는 신앙과 창조세계의 은총에 감사하는 생태적 우주론적 신앙 감각이 이제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십자가 영성과 생태영성 혹은 창조영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예수는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자연을 관찰하고 묵상하는 생태영성 안에서 하나님의 신비를 체험하고 믿음과 사랑의 진리를 파악하셨다. 우리는 산상수훈에서 예수의 근원적인 생태영성을 엿볼 수 있다.

태양과 비,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 이 모든 자연의 소재들이 예수에게는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무조건적 사랑을 체험하게 하는 생태영성의 우주적 학교였다. 생태영성을 기본으로 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기후위기의 시대, 변함없이 우리의 길과 진리와 생명 되신다.

기후붕괴라는 역사상 미증유의 상황과 직면하면서 2008년 서구 기독교인들이 새개역표준번역(NRSV)을 근간으로 하여 '녹색성서'(The Green Bible)를 출간하였다. 참가자들은 복음주의적 에큐메니칼 원칙에 입각해서 신학적 성향으로는 보수와 진보를 망라했다. 성서 번역본들은 통상적으로 예수께서 직접 하신 말씀들을 붉은색으로 인쇄하는 '적색 활자본'들이다. 녹색성서는 이런 관행을 변형해서, 지구의 환경 위기에 직면한 교회가 성찰할 수 있는 신구약의 말씀들을 녹색으로 인쇄하였다.

2. 녹색교회를 지향하는 교육목회

우리는 부지불식간 탄소 발자국을 만드는 탄소중독, 화석연료 중독, 소비주의 중독의 생활방식에 매우 길들여져 있다. 우리의 이러한 집단적 관성을 깨닫고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지구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안적인 생활 방식을 터득해야 한다.

온 교회가 한 마음이 되어서 녹색교회를 지향하는 교육목회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우들의 기독교적 가치관의 정립, 자발적 실천,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탄소중독의 습관을 해체하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염원하는 '거룩한 습관'으로 우리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나가야 한다.

3. 기후정의와 생태정의를 위한 기도회와 축제마당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 사회적 의지, 정신적·영성적 의지 모두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공익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삼섹터인 교회와 시민사회가 도덕적 압력을 계속 부여하며 사회적 의지를 발현해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 과정이 사회적 안전망, 민주주의, 인간안보를 견실하게 하는 사회적 발전 과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어진 관성을 극복하는 노력은 마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이 특별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기에, 총체적인 기후정의와 생태정의 수립을 위해서는 교회의 예언자적 상상력과 사심없는 정신적·영성적 의지가 사회적 의지의 뿌리에 놓여야 한다.

Ⅲ. 생명과 평화의 문명을 지향하는 정신적·영적 대각성

성령의 생각은 생명과 평화이다(롬 8:6). 기후위기 시대 교회가 생명과 평화의 새로운 문명을 향해 초록발자국을 힘차게 내딛기 위해서는 성령이 공급하시는 정신적·영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서 정도를 걷는 신앙운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연의 치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회개와 참회 기도, 그리고 사랑이라는 신앙의 기본이 회복되어야 한다.

1. 회개(메타노이아)

신음하는 생태계의 치유를 위해서는 인간의 회개가 요청된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무분별한 자연 착취 배후에는 한계를 모르는 인간의 탐욕이 놓여 있다. 기후위기는 그동안 집단적으로 인류에게 누적된 마음의 위기, 영혼의 위기의 결과이기도 하다.

2. 기도의 중요성

상처입고 신음하는 자연 생태계의 치유를 위해서는 인간의 영적·정신적·도덕적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소비주의, 이기주의, 쾌락주의에서 돌아서서 소박하고 자율적인 삶, 감사와 자족과 절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기도 생활이 필요하다. 기도야말로 개인적·교회적·사회적으로 죄와 악의 세력에 저항하며 하나님이 일하실 수 있는 거룩한 통로를 만드는 궁극적 힘이다.

3. 사랑의 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은 결국 창조주 하나님을 사랑하고, 자연을 포함한 이웃을 사랑하고, 우리 자신과 후손의 생명을 사랑하는 길, 곧 본질로 되돌아가려는 선택이다.



배현주 교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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