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픔 공유하며, 상처 치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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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패밀리' 심리치료에 나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10월 19일(목) 17:16
프로그램 중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추금옥 씨
가족을 떠난 보낸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지난 14일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뇌사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모임을 가졌다.

이날 유가족 모임은 코로나19로 잠정적으로 중단됐다가 4년만에 재개돼 회복을 도왔다.

지난 2012년 아들의 간과 각막을 기증했던 김기성 씨는 "아들의 생명이 누군가에게로 이어져 삶이 멈추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면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고통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도너패밀리 모임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30여 명의 도너패밀리는 맞춤형 심리치료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슬픔을 온전하게 마주했다. 'Never Ending Story(네버 엔딩 스토리)'를 주제로 열린 심리 프로그램은 그림 그리기, 클레이아트 등을 통해 가족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풀어낼 수 있는 마음 챙김법과 사별의 상실감을 줄이기 위한 긍정 감각 깨우기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특강을 진행한 이혜란 센터장(CCC순상담센터)은 "뇌사 장기기증 유가족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도너패밀리들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면서 "유가족들이 건강한 애도 과정을 통해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거름 삼아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인이 된 아들을 빼닮은 손자의 얼굴을 그리고 연신 입을 맞춘 추금옥 씨(여, 67세)는 "그동안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너무 혹사한 것 같다"면서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들과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씩씩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추 씨의 아들 고 이동연 씨는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4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증가하지만 기증자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이식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9년 간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3년 2만6036명에서 2022년 4만9765명으로 91% 증가했지만 2013년에 15만4798명에서 2022년에는 6만9439명으로 장기기증 희망 신청자는 크게 줄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예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며 장기기증자와 유족들에 대한 예우를 확대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지난 2013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를 발족하고, 지역별 소모임, 이식인과의 1박 2일 캠프, 1일 추모공원, 기증인 초상화 전시회 등의 예우 프로그램과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를 위한 장학회를 운영하는 등 도너패밀리를 지원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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