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결국은 본질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결국은 본질

[ 청년,괜찮습니까? ] 10. 청년 영성, 괜찮습니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10월 30일(월) 08:07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31살 K씨.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진로문제입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벌써 두번이나 떨어졌습니다. 합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감과 우울감이 너무 커지다보니 일상이 힘들 때가 많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30세 P씨.

"취업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단계'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제 친구들만 봐도 취업을 해도 이 곳이 내가 꿈을 펼치고 성취감을 찾을 수 있는 곳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데이트 비용을 이렇게 사용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모든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내가 원하는 일자리'(97%)와 '높은 소득과 자산'(94%)을 미래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2030세대의 인생 목표는 '물질적인 풍요'(72%)이며 '더 많은 것을 구매할 여유가 생긴다면 행복해질 것'(70%)이라고 했다.

기독 청년들도 다르지 않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기독청년 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 시대, 기독 청년들의 신앙 생활 탐구'에 따르면 우리사회는 '돈이 최고야라는 인식이 지배'(92%)하고,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 개인적 관심사는 '경제적 여유'(48%) '안정적 일자리·취업'(27%)'주택·부동산'(22%)에 있다고 대답했다. 정작 '종교'라고 응답한 청년은 10%에 그쳤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다. 고용 불안과 생활비 부담 등으로 한도 100만원인 소액생계비 대출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청년 신용불량자는 23만여 명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6개월 사이 1만7000여명이 늘어났다. 전체 금융채무 불이행자 중 30대 이하 비중도 29.3%에서 29.7%로 확대됐다. 신용불량자 3명 중 1명이 청년인 셈이다. 그들은 스스로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자)'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칭하며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살아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갖지 못하고, 취업을 해도 안정성과 소득이 낮은 비정규직이나 알바가 대부분이다. 현재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개선될 여지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청년들은 행복하지 않다. 기독 청년들은 '거의 매일 피곤하거나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47%). '거의 하루 종일 슬프거나 짜증이 나고'(24%) 심지어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있다'(27%)고 한다.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청년 중 1명(34%)이 번아웃 경험이 있으며 그 이유로 '향후 진로에 대한 불안'이 38%로 가장 높았다. 정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의 결과에서도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53만8000여 명으로 '실직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서'(46%) 라고 답했다.



스스로를 '불행한 세대'로 칭하며 '현재의 삶보다 미래의 삶이 더 불행할 것'이고 '청년세대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그들에게 교회는 의미가 있을까.

직장인 P씨는 한 때 '청년 회장'까지 할 정도로 교회 생활에 열심을 다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가나안교인'이고 그 이유를 "교회에 나갈 이유를 찾지 못해서"라고 했다. "습관적으로 해 오던 신앙생활이 아니라 성경을 알고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면서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P씨는 "군종병으로 지원까지 하며 고민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면서도 "결국은 내 신앙이 바로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탓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청년 G씨는 "개인적으로는 삶의 비전과 목표를 찾기위해 고민하고, 직장에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 매일 자기 계발에 시간을 쏟고 있다"면서도 "아직 직장을 찾지 못한 친구들은 정말 막막하고 간절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서 '헌신된 일꾼'으로 봉사하며 '열심'인 청년이지만, "주 5일의 삶도 힘든데 주일에도 출퇴근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면서 "교회를 섬기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봉사에 치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정작 하나님의 임재를 누리는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 힘을 얻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크게 얻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영상제작자로 활동하는C씨는 모태신앙이었지만 교회를 떠난 이유를 "교회가 지나치게 정치편향적이고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교회가 불편했고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출판한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 내 종교인구 및 개신교인 비율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19~29세 11%로 20대의 경우 5년 전 조사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더구나 기독 청년 가운데 '10년 후에도 기독교 신앙도 유지하고 교회도 잘 나갈 거 같다'고 응답한 비율은 53%에 불과하고 40%가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지만 교회는 잘 안나갈 것 같다'고 했다. 아예 '기독교 신앙을 버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비율도 7%나 됐다. 현재 교회 출석 청년 기준으로는 '10년 후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거나' '아예 기독교 신앙을 버릴 것 같다'는 청년이 36%로 높았다.

청년사역자 A 씨는 "이 시대 청년들이 교회에서 위로 받지 못해서 교회를 떠나는 것일까?"라고 자문했다. "만약 청년들이 다른 모임에서 위로를 받게 된다면 교회에 나올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그는 "한번의 위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두번의 위로는 힘이 없다"면서 "추상적일 수 있지만 교회의 본질, 성령의 체험을 강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강조하고, 우리가 왜 신앙생활을 하는지 성경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구현될 때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가질 수 있다"는 그는 "청년들이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세상의 구별된 그리스도인이 되고 그 청년들로 하여금 사회가 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청년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청년 전문 사역자를 통해 청년들의 신앙 생활을 돕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소망교회(류영모 목사 시무) 청년교회 김동주 목사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자신들만의 교회를 만들어가면서 소속감과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사역을 만들고 경험하도록 한다"면서 "그 안에서 사역의 본질을 배우고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을 체험하며 신앙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소망청년교회는 올해 청년교회로 독립했다. '교회 청년의 교회 의사 결정에 대한 참여 요구'가 실현되면서 청년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직접 하고 싶은 사역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예산 결정과 집행까지 청년들의 몫이다.

"짧은 시간 청년들 스스로 사역에 대한 공감과 의지를 갖게 됐다"는 김 목사는 "청년들이 스스로 시간을 내고 고민 하면서 교회와 말씀의 본질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면서 "내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위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 말씀을 이 땅에 실현시키고 싶은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청년교회는 지난해 비해 38% 성장하며 영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김 목사는 "기독 청년들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막막하지만 우리의 문제에 반드시 대답해 줄 수 있는 절대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 해결하고 싶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기도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일반 비기독청년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했다.

인터뷰 중에 만난 한 청년은 "오랫동안 교회를 떠나 있다가 최근 교회에 다시 가게 됐다"면서 "교제와 성경공부, 예배, 기도회 등 다양한 신앙모임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신앙이 힘이 되고 감사가 되기 위한 길은 하나다. 청년사역자 A 씨는 "교회와 말씀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들이 복음으로 무장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사역자들이 먼저 영적으로 단단해져서 청년들이 성령을 체험하고 경험하게 해야 한다. 말뿐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사역이 필요한 이유다"고 강조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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