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신의 음성 순종위해 잠시 정지(?) |2021. 04.13
[ 인문학산책 ]   12. 창세기 22장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1) 엠마뉘엘 레비나스

단테의 신곡에 이어 창세기 22장을 서로 다르게 해석한 세 명의 철학자들을 다루려 한다. 먼저 20세기 타자윤리로 큰 영향을 끼친 엠마뉘엘 레비나스(Emmauel Levinas)와 동시대 철학자라 할 수 있는 쟈크 데리다(Jacques Derrida), 마지막으로 19세기 실존철학자인 쇠렌 키에르케고르를 다룬다. 이 세 사람이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친 믿음의 사건을 각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

단테 '신곡' 읽기 5: 마침내 천국에 이르다 |2021. 04.07
[ 인문학산책 ]   11

'신곡'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천국이다. 지옥은 빛이 없는 곳이고 연옥은 아주 희미한 빛만 비추는 곳이라면 천국은 하나님의 빛으로 충만한 곳이다. "모든 것을 움직이시는 그 분의 영광이 온 누리를 꿰뚫고 빛나는데 어느 곳은 다른 곳보다 더욱 빛나는도다"(천국편 1곡, 1-3) '만물을 움직이시는 그 분'이란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사고이다. (2월27일자 '그들에게 신은 무엇인가?' 참조) 아리스토…

단테 '신곡' 읽기 4: '연옥편' |2021. 03.29
[ 인문학산책 ]    10

개신교 신학과 교리는 연옥을 인정하지 않는다. 연옥 교리를 통해 중세 가톨릭의 부패가 극에 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도화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경에서 연옥에 대해 명확한 언급이 없다. 독자들도 오늘 다루는 '연옥편'을 단테가 시인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든 문학적 소재로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성경에 기초하지 않은 가톨릭이 어떠한 사후 세계에 …

단테 '신곡' 읽기 3: 지옥의 문에 이르다 |2021. 03.18
[ 인문학산책 ]    9

단테가 어두운 숲에서 헤매고 있을 때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길을 떠난다. 지옥의 문에 이르는 길은 급경사이고 내리막길로 초목이 아주 우거져 매우 걷기 힘든 길이다. 요즘엔 등산로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어서 제법 높은 산도 그리 어렵지 않게 산보 하듯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지옥을 향한 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버려진 길이다. 길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 다닌 길이 …

단테 '신곡' 읽기 2 : 어두운 숲을 헤매다 |2021. 03.16
[ 인문학산책 ]   8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로 마틴 루터가 '독일어성경'을 번역했다는 점을 든다. 루터보다 조금 이른 단테의 '신곡' 초판은 1472년에 빛을 보게 된다. 이 무렵 서유럽은 라틴어 중심의 단일 언어와 문화가 민족과 지역별로 분화되고 다양화되면서 각자의 민족 언어를 통해 근대국가로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시기였다. 단테도 이런 영향 속에서 '신곡'을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 이탈리…

단테의 '신곡' 읽기 |2021. 03.09
[ 인문학산책 ]   7

단테의 '신곡(神曲)'은 지옥과 천국 체험을 담은 작품이다. 서사시의 기법으로 부활절 직전, 그러니까 고난주간부터 약 15일 사이에 이루어진 사순절에 읽기에 적합한 고전이 아닌가 싶다. 또한 시기적으로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와 더불어 근대의 태동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에서 단테는 교리적 차원에서 사후 세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지옥, 연옥, 천국의 단계를 거치면서 저자는 다양한 영…

소설 '죄와 벌':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2021. 03.01
[ 인문학산책 ]   6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는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와 그의 죄를 깨닫게 해 주고 다시 빛으로 인도하는 매춘부 소냐가 중심인물이다.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주의 체제로 변화하는 격변의 시기에 라스콜리니코프는 불의한 전당포 노파를 죽이는 것을 스스로 정당화한다. 자신은 정의를 실현하는 '심판자'이며 위대한 '초인'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늘 예기치…

그들에게 신은 무엇인가? |2021. 02.22
[ 인문학산책 ]   5

철학과 신학은 터툴리아누스의 말처럼 서로 적대적일 수 있다. 그 지향점이나 방법론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신학자들은 그리스 철학과 대적하고 경쟁만 한 것은 아니다. 부분적으로 희랍 철학을 수용하면서 기독교 신학을 발전시켜 갔다. 플라톤의 신, 데미우르고스 플라톤 후기 대화편에 속하는 '파르메니데스'와 '티마이오스'는 중세 신학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플라톤의 수 많…

왜 서양 인문학은 항상 그리스-로마에서 시작할까? |2021. 02.09
[ 인문학산책 ]   4

대학의 많은 전공 중 교양학(liberal arts) 하면 대체로 文史哲에 해당하는 공부 정도로 여긴다. 틀린 말은 아니나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10세기 우리나라로 하면 고조선시대에 이르는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시기에 교양과목을 듣는 수강생은 없었겠지만 왜 이 시기를 서양 인문학의 출발로 보는가? 인문학(humanites)이란 말은 원래 인간을 가리키는 라틴어 후마누스(…

스토아주의와 사도 바울 |2021. 02.02
[ 인문학산책 ]    3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울증, 정서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국인 미국은 covid-19로 인한 스트레스로 마음 수양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스토아 사상과 관련한 주제들이 여러 분야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논에서 시작하여 세네카, 에픽테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로마시대 스토아 사상가들의 이름은…

동굴에서 세상보기 |2021. 01.26
[ 인문학산책 ]   2

'내로남불' 더 큰 문제는 나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착각이다. 아무리 오래전이라도 '착한 행동'은 지금의 나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반면 얼마 지나지 않았어도 내가 한 '나쁜 행동'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렵사리 기억했다 한들 그때와 달리 나는 더 좋은 사람으로 변했다고 여긴다. 자아에 대한 윤리적 판단에 있어 맥락(시간과 공간)과 타자와의 관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아테네와 예루살렘 |2021. 01.19
[ 인문학산책 ]   1

아테네와 예루살렘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초기 기독교 저술가인 터툴리아누스의 말이다. 여기서 아테네란 서구 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 철학을 의미하고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 전반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신앙과 이성이 무슨 상관인가로도 바꾸어 물을 수 있는 질문이다. 이런 이분법은 신학과 철학, 초월과 내재, 하나님과 인간 등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양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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