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몇 살? |2024. 04.11
[ 목양칼럼 ]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령인구가 많아졌다. 특히 농촌은 그 실태가 심각할 정도로 어르신들의 비중이 높다. 자녀들이 생계와 직장을 따라 도회지로 나아가다보니 농촌을 지키는 이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부모님이 시골에 계신 도회지 자녀들의 일상은 늘 부모님의 안부를 여쭙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 교회 권사님의 딸이 서울에 사는데 매일 아침 전화로 안부를 물으면서…

장날의 묘미 |2024. 04.10
[ 목양칼럼 ]   

우리 교회 창문으로 내다보면 보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5일에 한 번씩 꽤 큰 장(場)이 들어선다. 장날이 되면 이른 새벽부터 벌써 차들이 들어오고, 천막들이 쳐진다. 도시에서는 언제든지 대형마트에 가면 물건을 구입할 수 있지만, 여기는 장날까지 기다려야 하니 처음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불편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하는 기다림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장날의 묘미(妙味)가…

농촌목회의 정감 |2024. 04.04
[ 목양칼럼 ]   

시골로 와 감사하게도 한 교회에서 21년째 목회를 하고 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기에, 누구보다도 농촌의 형편과 실상을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듯 싶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묵묵하게 농촌교회를 섬기는 일이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다. 아마도 지금 있는 이곳에서 농촌교회를 섬기다 은퇴를 하게 될 것 같다. 농촌에서 잔뼈가 굵다보니 이젠 어느덧 토박이처럼 되어버렸다. 한 번은 주…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비결, ‘함께 함’ |2024. 04.03
[ 목양칼럼 ]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바닷가에 있다. 그래서 걷거나 차를 타고 심방을 할 때면 늘 바다를 보게 된다. 어떤 날은 잔잔하기 이를 데 없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큰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올 때가 있다. 바다의 빛깔도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인데, 어떤 날은 어둡고 탁한 빛을 내기도 한다. 바다의 이 모든 것…

심방(尋訪) |2024. 03.28
[ 목양칼럼 ]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교회에 부임하고 심방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마음이 간절해 전화로 심방을 했다. 구역별, 가정별로 미리 시간을 정하고 기도 제목도 받고, 가정에서 하는 심방 형식 그대로 했다. 참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그 다음에는 교회로 오게 해서 심방을 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불편하였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니 훨씬 나았다.…

막둥이 |2024. 03.28
[ 목양칼럼 ]   

온 나라가 초고령사회라고, 출산율 0.6%대 시대라고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정부 뿐 아니라, 교회도 발 벗고 나설 때가 된 것이다. 필자는 12년 전 셋째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막둥이었다. 형과 누나보다 무려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다 보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사실 12년 전만 해도 인구절벽에 대한 문제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

아름다운 관계 |2024. 03.27
[ 목양칼럼 ]   

사람에게 있어서 관계는 참 중요한 일이다. 선지동산을 졸업하고 20년 넘게 동기 모임을 해오고 있다. 처음 10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8가정이지만, 이제는 모두가 담임목회자로 사역지에서 충성과 헌신의 삶을 살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도에 포기하고 모임을 떠나겠다고 말하는 동기도 있었고,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는 동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시련들을 견디고 이겨내어 어느 정도 자리…

종(鍾) |2024. 03.20
[ 목양칼럼 ]   

필자는 당회실에 들어갈 때마다 기가 죽는다. 당회실에는 역대 당회장 사진이 걸려 있는데, 그 첫 번째 액자를 차지하고 있는 분이 이자익 목사님이기 때문이다. 이자익 목사님이 누구인가. 마부가 지주보다 먼저 장로로 선출되고, 지주 조덕삼은 자신의 마부 출신 이자익을 신학교로 보냈을 뿐 아니라 그 후에는 담임목사로 모셨던 김제금산교회 이야기의 주인공 아닌가. 바로 그 이자익 목사님이 오정교회의 …

얼굴 |2024. 03.14
[ 목양칼럼 ]   

2020년 3월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평소에 감기 걸렸다고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좀 유별난 성격이라고 여겼는데, 어느새 마스크는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귀한 물건이 돼 버렸다. 출생 년도 끝자리 숫자에 따라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날짜가 정해지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었다. 그래도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고 …

매운탕 교회 |2024. 03.14
[ 목양칼럼 ]   

서울에 감자탕교회라고 알려진 교회가 있다면 우리 교회는 매운탕을 자주 해서 먹는 매운탕교회다. 여기서 매운탕이란 천렵을 통해서 잡은 물고기들을 아주 훌륭한 요리사(?)가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다. 이 전통은 내가 이 교회에 부임하기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처음에 이 교회에 부임했을 때 남자 집사님들이 "목사님 매운탕 좋아하세요? 좋아하시면 저희가 아주 맛있는 매운탕을 대접하겠습니다"라고 말해…

사랑 |2024. 03.07
[ 목양칼럼 ]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친이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네 남매를 키우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 없이 사셨다. 자식들이 다 장성하여 자리를 잡은 뒤에도, 몸이 약해지셨지만 총명함은 그대로여서 도리어 우리 형제들이 깜짝 놀라곤 했었다. 그러다 2019년 10월부터 신장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투석 시작하는 것을 보고 막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

기다림의 미학 |2024. 03.07
[ 목양칼럼 ]   

목회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기다림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지금도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부단히 훈련시키고 인내하게 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부교역자 시절 10년간 한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오래 됨과 새로움의 균형과 조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6년 동안 담임목사님과 함께 지내오면서 목회의 기본기를 배우고, 모난 부분들을 깨뜨리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함께 같이 산다 |2024. 02.29
[ 목양칼럼 ]   

설 명절을 앞둔 어느 날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오래 전에 떠나온 지방의 농어촌교회를 섬기는 장로님께서 설날을 앞두고 교인들과 함께 끓여 먹으라고 보내주신 떡국이었다. 기계로 농사를 지으신 장로님은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자기 먹을 것만 농사 지으신다고 하셨는데, 설날이 돌아오니 도시에 있는 작은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생각나셔서 하는 김에 좀 더 해서 떡국을 보내셨다고 하셨다. 생각지도…

오직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 |2024. 02.29
[ 목양칼럼 ]   

"목사님, 자꾸 이러시면 저 큰 교회로 갈 거예요." 혹여 꿈에 들어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농담을 성도들은 표정 하나 안 바꾸며 쉽게 내뱉을 때가 있다. 개척교회 목사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인 것 같다.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이런 말을 몇 번 들었다. 컨디션이 좋으면 웃으며 농담으로 넘길 수 있지만, 힘든 상황에서 들으면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온다. 물론 진짜 떠날 사람은 이런 농담을 …

끝까지 함께 |2024. 02.22
[ 목양칼럼 ]   

교회를 설립한 후 제일 먼저 등록한 교인은 당시 연세 많으신 권사님이었다. 교회를 함께 세울 일꾼을 보내달라고 기도한 개척교회 목사에게 하나님은 젊은 일꾼이 아닌 뇌질환과 심장질환 등 지병을 가진 80세 권사님을 등록하게 하셨다. 속으로 하나님께 말했다. "젊은 부부로 일꾼을 좀 보내주시지. 연세 드신 권사님을 가장 먼저 등록하게 하시니 힘이 안나네요."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을 읽으셨는지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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