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2023. 01.03
[ 땅끝편지 ]    독일 허승우 선교사 <1>

시절이 암울했던 1980년대, 신학생이었던 나는 홀로 서점 순례하는 것을 좋아했다. 종로서적, 교보문고를 지나 명동 성 바오로 서점까지. 성 바오로 서점 3층에서는 토요일 마다 사상 강좌가 있었다. 어는 토요일 오후, 성 바오로 서점을 방문한 나는 깨끗한 분위기에서 책들을 둘러 보고 있었다. 그때 작은 포스트카드에 담긴 성경말씀이 눈에 들어 왔다. 너무 단아한 카드에 쓰인 그 말씀은 마치 망…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씨앗으로 |2022. 12.27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 <완>

1990년대 유학생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을 때, 작은 일본 교회를 찾아 갔던 날이 깊은 여운으로 필자에겐 남아 있다. 어렸을 때 교회학교에서 부르던 어린이 찬송가 '우리의 이웃은 누구일까요'라는 곡을 일본성도들이 한국어로 불러 주었다. 한국어 가사 위에 일본어 발음기호를 표기해 놓고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부르는 것이 아닌가. 2절, "어떻게 그들의 이웃이 될까? 우리들 다 함께 생각해봐요. …

강도 만난 이웃에게 눈을 돌리다 |2022. 12.21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 <9>

"넌 크리스천이 교회 예배에서 찬양하고 봉사를 한다구요?" 필자가 "넌 크리스천이 뜻있고 재미있게 활동하고 노는 교회"라는 개방적 모습을 통해 지역 전도와 일본 선교를 감당해 보자고 제안했을 때 교회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질문이었다. 섬나라인 일본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것들은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여 '섬'안에서 자신들의 것으로 변화시켜 '일본적'인 것으로 만드는 문화…

잊을 수 없는 시한부 성도 |2022. 12.14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 <8>

"우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10여 명이 모였을 때부터 예배시간에 오랫동안 필자가 제안한 인사말이다. 선택을 받고 부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구원의 기쁨으로 예배 드리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초임 선교사인 필자는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은 필자 뿐, 교회학교가 없어 예배당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어린 두 아들을 비롯해 교우들의 표정에는 …

쓰나미 재해 현장에 쏟아진 사랑 |2022. 12.06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 <7>

2011년 3월 11일 평온한 금요일,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가 교회에 도착할 시간인데 쾅 소리와 함께 큰 지진이 일어났다. 가끔 지진이 있는지라 '곧 끝나겠지'라는 예상과 달리 평생 잊을 수 없는 대지진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책장이 쓰러지는 것을 피해 벽을 잡고 버티다가 요동이 잠잠해진 틈에 교회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너울을 치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는 교회에 …

마이너스에서 출발한 선교 |2022. 11.29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6>

"아이구! 일본에 왜 또 왔어.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초등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총회 파송 일본선교사 대회에 처음으로 참석했을 때 선배 선교사가 반기며 한 말이다. 그리곤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 와서 자식도, 조국도, 믿음도 빼앗겼다는 사람 무지 많아. 알아 들을 라나…." 환영인사말 농담 치고는 진지하게 들렸다. 일본의 풍토와 문화와 관습에 농도 짙게 절여져 '일본화'가 …

청년 연합 선교팀의 문화선교 공연 |2022. 11.23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5>

일본에 도착하고 얼마 후, 교회 건물의 전기점검을 하는 일본인 초로의 신사를 만나게 되었다. 선교사가 되어 이 교회 담당자로 오게 된 경위를 나누고 간단하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집회에 와 보시라고 권면을 하였다. 어느 날 그 분은 묵직한 선물상자를 들고 와서는 "신부님! 이 술은 유명한 양조회사의 맛 좋은 일본술입니다. 한국에서 오셨다니 환영선물입니다. 뜻하신 바를 이루는 일본생활이 되시기를 …

지역주민들의 두터운 경계심 |2022. 11.15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4>

2008년 2월말에 착임한 교회는 1년 넘은 담임목회자 부재와 여러 요인 등으로 10여 명이 주일예배만 겨우 모이고 있었다. 사택은 사무실로 쓰던 곳 한 켠에 부엌을 만들고, 구분이 잘 안 되는 방 하나를 가설해 놓은 곳이었다. 그리고 세면장은 남자화장실에 온수기를 설치해 놓은 형편이어서인지 전임목회자도 입주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일본 입국 첫 날, 시멘트 바닥에 장판과 카펫을 깔고 한 쪽에…

시나가와교회로의 부름 |2022. 11.07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3>

 1990년대 동경에서 평신도 선교사 신분으로 활동한 캠퍼스선교, 유학생 전도양육은 열매의 기쁨을 누리게 하였지만, 더불어 장기적이고 건강한 일본선교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훈련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러한 필자를 하나님은 전술한 바와 같이 고척교회라는 최상의 현장으로 인도해주셨다. 현 시나가와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선교활동은 지역 주민을 복음으로 품어내려는 고척교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도전…

도피성 유학길에 만난 은혜 |2022. 11.01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2>

필자가 동경에서 보낸 20대 후반의 유학생활은 '복음의 은혜를 누리는 천국생활'과도 같았다. '학교-아르바이트-교회'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고된 나날이었지만, 틈만 나면 말씀과 기도와 찬양으로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가려는 나를 주님은 언제나 은혜와 말씀으로 반겨 품어주셨다. 농촌에서 주님의 교회를 책임지고 섬겼음에도 이어지는 부모님의 가난, 원하는 대학 진학 실패, 부조리한 한국 정치 사회에 …

"성경은 꼭 가져가라" |2022. 10.25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1>

"성경은 꼭 가져가라." 일본유학을 반대하던 어머니가 짐을 싸던 필자에게 어쩔수 없이 유학을 허락하며 하신 말씀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버지는 "그 원수의 나라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역정을 풀지 못한 채 못마땅해 하셨다. 일제 식민지시대로 인해 너무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에, 일본 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감정이 격해지시는 분이니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더 넓…

하나님의 반전을 기대 |2022. 10.18
[ 땅끝편지 ]    우크라이나 박종인 선교사<완>

매년 8월 첫 주간에는 유럽선교사회 세미나가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개최된다. 1년 동안 흩어져 하나님 나라 완성을 위해 힘차게 일하던 선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 동안 하나님이 하신 일들과 은혜를 나누기도 하며 쉼과 재충전을 가지는 시간이다. 한국에서 많은 활동을 하시는 목사님들이 오셔서 귀하게 섬겨주신다. 유럽 각국에서 항공이나 자동차로 휴가 삼아 온다. 우리도 몇 차례는 자동차로 이동했…

특별한 여름성경학교 |2022. 09.27
[ 땅끝편지 ]    우크라이나 박종인 선교사<9>

한 번은 자동차로 폴란드에 다녀올 일이 있어 이동하는 중에 리브네라는 도시에 있는 어느 교회를 인터넷으로 찾아 '예배드리러 가도 되겠느냐'고 통화했더니 기꺼이 오라고 해서 했다. 갔더니 앞자리를 비워두기까지 하며 반겨주었다. 메시지도 전하게 하고 예배 후 식사하며 서로 인사하고 다음 만남도 약속했다. 그 교회 목사님은 수도에 있는 신학교에서 강의도 하는 발이 넓은 분이었다. 그에게 협력할 교…

추방 당한 후 다시 시작 |2022. 09.06
[ 땅끝편지 ]    우크라이나 박종인 선교사<8>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기 전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합병 2년여 전부터 우리 교회는 제2의 부흥이 일어나고 있었다. 예배당에 성도들이 가득차기 시작했고 영적으로도 뜨거운 찬양과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 간절한 통성기도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술과 마약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활센터와 연결이 되어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위로하고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다. 또 학원에서 한국어 강의도 …

결국 '크림'에서 탈출 |2022. 08.30
[ 땅끝편지 ]    우크라이나 박종인 선교사<7>

흑해는 염도가 낮고 바다 밑의 황화수소로 인해 물결 색깔이 다른 바다에 비해 검게 보인다. 15세기 오스만 제국이 이곳을 지배한 후 최초로 흑해라 불렀다고 한다. 필자가 사역하던 흑해의 요충지 크림반도는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몽골제국이 지배하다가 15세기 중반 오스만 투르크가 지배했다. 1783년부터 1954년까지는 러시아제국이 크림반도를 지배해오다 1954년 소련의 흐루쇼프가 내부 행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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