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간 가정 지킴이로 행복 주춧돌 놓아온 '새가정'

국내 가장 오래된 가정잡지로 독자들과 희노애락 '함께' 최은숙 기자l승인2015.07.14l수정2015.07.14 14:21l3003호 l조회수 : 2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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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혼란의 시대였다. 해방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남과 북은 서로 총을 겨루고 한반도를 일시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6ㆍ25전쟁으로 6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100만 명의 이산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전쟁고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 전쟁으로 인한 집도 재산도 가족도 다 잃어버린 사람들…. 해방전후 나타난 당시 한국 가족의 비극적 현상이었다.

이 참담함 속에서, 절망과 좌절로 하루하루 살아내는 이웃들에게 '벗'이 되겠다고 창간된 잡지가 '새가정'(발행인:박선희)이다.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에서, 배를 움켜쥐고 굶주림을 참아가며 막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저 '잡지 나부랭이'가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이 잠깐의 기우였다는 사실은 지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새가정'은 1948년 12월 조선기독교서회에서 발행한 '기독교가정'에서 출발해 6ㆍ25 전쟁으로 잠시 휴간됐지만, 1953년 대한기독교서회가 '새가정'으로 제호를 변경하고 다음해 1월 1일 창간호를 발간했다. 이어 1956년 '가정생활의 기독교화'를 통해 가정생활운동을 펼쳐나가던 가정생활위원회(현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가 새가정을 인수하고, 산하에 새가정생활위원회를 조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새가정'은 독자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면서 실로 무수한 사연들을 함께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분명 '새가정'은 '기독교 가정잡지'였지만 독자들은 기독교와 비기독교인의 경계가 없었다. 특별부록이 '가정예배'인 만큼 '복음'을 담는데 충실하면서도 '읽을거리'에 목말라했던 독자들에게 '새가정'은 종교를 넘어선 문학 시사 교양 문화 생활개선 등을 총망라한 '종합잡지'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박에스더 전 편집부장(1977년 4월 ~1980년 11월)은 "당시 교계 안팎에서 새가정이 가정잡지로 유일했는데 그야말로 '종합'이어야 했다"면서 "독자층을 딱히 겨냥하지 않았다. 가정을 다룰 때도 부부중심과 자녀에만 국한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새가정은 기독교사회를 아우르며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졌고, 교계와 사회에 가정에 대한 이슈를 끊임없이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가정' 창간호부터 김남조 김말봉 등 유명 여류작가가 등장했고,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작가는 새가정을 통해 작가로서의 저변을 넓혀갔다. 아동문학가 권정생 작가의 '몽실언니'는 새가정에서 첫 연재를 시작하며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 전 편집부장은 "1980년대 서슬 퍼런 계엄하에서 박 대통령 시해사건 등 시국에 대한 날 선 비판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별'을 단 대령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이었는지 '새가정'의 인기는 생각보다 컸다. 시골의 작은 농촌에서 새가정을 사려고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고 그 돈으로 '새가정'을 구매했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새가정'은 에큐메니칼 기관으로서는 드물게 교회여성이 주도적으로 운영해 나갔다. 표재환 목사(1957~1958년 편집부장)는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발행 중에 운영난에 빠졌다. 더 이상 발행이 어려울 때 여성들이 이 일을 맡게 된 것"이라면서 "남자들이 못하는 것, 기관이 못하던 것을 한국교회 여성이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재정도 없이 판권만 받아 운영 자체가 어려웠다.

새가정은 '기독교', '여성', '가족'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내세우면서 무시당하고 존중받지 못한 여성이 주체가 되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온전한 모습으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지난 2001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대 총무를 지낸 김혜숙 목사(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는 "새가정은 지난 60년 동안 단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교회여성들의 힘"이라고 평가했으며 최은영 장로(1993년 4월~2001년 3월 발행인)는 "새가정은 여성잡지다. 가정을 다룰 때도 여성을 중심으로 했고 여성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걸맞게 당시 여성들의 헌신과 수고는 누구도 따를 수 없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경동교회 이갑순 권사는 평생후원자를 혼자서 400명이나 모았고 온 가족이 후원자로 나서기도 했다. 일부 위원들은 우표값을 아끼려고 보따리 장사처럼 책을 들고 다니면서 매달 책을 손수 전했다. 교단 분열로 위기를 겪고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는 직접 광고포스터를 붙이고 팜플렛을 가방에 챙겨 전국교회를 순회하면서 홍보했다. 나이 많은 여성들은 자녀에게 받은 용돈을 전액 보내면서 응원했다.

새가정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오랜 역사를 가진 가정잡지다. 오랜 역사와 함께 풍성한 콘텐츠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역사만큼 선교의 협력자로서 벗으로서 그 역할을 해내왔다. 김혜숙 목사는 새가정을 "얌전하게 서재의 한 곳을 채우는 잡지가 아니라 주의 일을 위해 발로 뛰는 문서선교사역자"라고 평하면서 "한 독자가 러시아 선교사님께 2년 간의 잡지 구독권을 보내셨다. 그 선교사님은 러시아 청소년 선교를 위해 태권도 선교사와 영어선교사가 필요했고 그에 관련된 글을 새가정에 투고했다. 새가정을 함께 구독하는 교회의 소개로 함께 할 동역자를 만나게 됐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역사만큼 향후 만들어내야 할 역사가 그리 녹록지 않음은 활자매체의 위기 속에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송정숙 전 총무는 "책이라는 매체가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새가정은 결코 가벼운 잡지가 아니다. 특히 교회여성이 읽고 성찰할 수 있도록 주제를 정하고 전문가를 선정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젊은 여성의 참여가 원활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향후 함께 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새가정의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신임총무도 "새가정은 하나님 안에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연합하고 일치해야 한다는 선교관을 철저하게 지켜왔던 기관이지만 변화된 상황을 인식하고 문선선교 전문기관으로서 자기변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새가정은 지난 60여 년간 '기독교가정잡지'로서 1998년 문화관광부 제7회 우수잡지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교회와 개인의 관심이 위축되고 후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올 여름 지령 679호를 발간하면서 또 한번 다짐을 했다. "가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그리스도의 자녀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 파괴되고 깨어지는 가정을 살리고 새로운 새가정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것처럼, 계속 열심히 달려나가겠다"고.

그래서 '새가정'과 함께 했던 독자들도 함께 응원할 것이다. 황폐했던 지난 시간 이웃의 벗이 되고 행복한 가정의 주춧돌을 세웠듯 새가정이 펼쳐나갈 앞으로의 60년을 함께 응원하며, 또 한번 수많은 사연들을 함께 써내려가겠다고 말이다.

황페했지만 그 시절을 '아름다운 시간'으로 만들어냈듯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굳건히 지키는 든든한 반석이 되고 '하나님이 없다'하는 세대에 신앙을 전하는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길. 그래서 우리 함께 '아름다운세상'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응원하면서 말이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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