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무능한 약자 아닌 함께 꿈 키워가는 '형제'

편견 버리고 그리스도의 사랑 전하는 출발점, 예장노숙인복지회 장창일 기자l승인2015.11.10l수정2015.11.10 10:15l3018호 l조회수 :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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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장노숙인복지회는 노숙인들에 대한 관심을 확산해 나가기 위해 지난 10월 23일 후원자 걷기대회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대회에는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장창일 차장

【대구=장창일 차장】"일어선 자리에 핀 희망의 꽃". 예장노숙인복지회(이사장:전덕열 회장:김대양)가 지난 10월 23일 여의도 한강둔치와 국회 일대에서 진행했던 제1회 노숙인돕기 후원자 걷기대회는 자활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보람있게 살아가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시간이었다.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이날 행사를 통해 예장노숙인복지회는 전국의 교회들이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예장노숙인복지회가 걷기대회까지 열며 노숙인들을 향한 교회의 관심을 호소한 이유는 단 하나. 노숙인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마음을 보내달라는 당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노숙인 사역을 하는데 있어서 실무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주변의 무관심과 차가운 시선들이다. 노숙인들을 향한 일반적인 시선이 이렇다. 지저분 하고 무능하며, 늘 술에 취해 싸움을 하는 사람들... 이같은 편견을 한치도 넘어서질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예장노숙인복지회 산하의 전국 19개 시설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들은 적어도 이와 같은 선입견과는 거리가 멀다.

예장노숙인복지회 산하 시설은 자활을 원하고 또, 그 과정 중에 있는 노숙인들이 삶의 희망을 키워가는 희망의 보금자리다. 지난 4일 방문했던 대구의 새살림공동체(대표:김경태 시설장:김대양)에도 역 앞에서나 볼 수 있는 '선입견 속의 노숙인들'의 그림자는 아예 찾을 수 없었다. 깨끗한 시설에서 동네에서 흔히 만날 법한 이웃들이 서로 대화하고 웃으며 새로운 하루를 기약하고 있었다.

예장노숙인복지회 회장이기도 한 새살림공동체의 시설장 김대양 목사의 설명이다. "예장노숙인복지회 산하 시설은 자활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술에 취해 풀린 눈으로 지내려는 사람들은 이 시설에 입소할 수 없죠. 지금도 보세요. 몇 분 안계시죠? 다 일하러 갔습니다. 밤 10시가 통금이고 보통 퇴근하면 저녁 7시쯤부터 저녁식사를 위해 한분, 두분 귀가합니다."

서울과 부천, 수원, 안양, 부산, 대전, 전주, 원주, 대구, 포항에 있는 예장노숙인복지회 산하 시설에 입소를 원하는 노숙인은 우선 복지사와 상담을 한 뒤 입소하게 되면 의료지원과 일자리상담을 받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입소자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공공근로나 교회 직원, 공장과 사회적기업 등이 자활을 원하는 노숙인들을 고용하는 곳으로 많은 수가 이같은 일자리를 통해 노숙을 시작하기 전의 삶의 공간으로 돌아가고 있다. 새살림공동체에서 함께 만났던 예장노숙인복지회 총무 최주호 목사(부산 금정희망의집 시설장)는 "노숙인들은 자존감이 현저히 떨어져서 일반인들과 섞이는 것 자체가 쉽질 않다"면서, "시설에 입소한 뒤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서서히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 "희망을 향해 달려라" 예장노숙인복지회 식구들이 체육대회를 통해 자활을 위한 의지를 키운다. 사진/예장노숙인복지회 제공

8년 전, 30대 후반의 나이로 새살림공동체에 입소했던 조 모 씨는 이곳에서 2년제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를 한 경우다. 대학을 졸업한 뒤 대구의 한 노숙인자활쉼터에서 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시설에서 자활에 성공한 뒤 전단지를 제작하는 광고회사의 팀장이 된 이도 있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회사에 취직한 사례도 있다. 심각한 알콜중독상태로 입소한 한 노숙인은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중독치료를 받고 한 교회의 운전기사로 취직하기도 했다.

노숙인복지회의 사업은 크게 19개 시설 지원과 노숙인들까지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와 거리성탄예배, 시설 실무자 연수 등이다. 체육대회는 말 그대로 자활 과정에 있는 노숙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몸을 부딪히며 친교하는 자리이고 거리성탄예배에서는 차가운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자활의 길로 초대하는 기회이다. 노숙인복지회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시설 실무자들에게 쉼의 기회를 주고 함께 모여 정책개발도 하는 기회를 위해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분주한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걷기대회까지 열며 노숙인들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예장노숙인복지회의 고민은 여전하다. 노숙인들을 지원해야 할 교회들이 가진 편견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 복지회 이사장인 전덕열 목사(한영교회)의 고민도 어떻게 하면 교회들에게 다가설 수 있느냐는 데 있다. "늘 기도합니다. 노숙인들을 향한 교회의 편견이 줄어들게 해 달라고. 노숙인들이 절대로 놀고 먹지 않거든요... 이 부분에 희망을 걸고 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야 합니다. 그러면 결국은 자활에 성공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교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전덕열 목사는 노숙인들을 향한 관심의 끈을 교회들이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걷기대회의 주제를 '일어선 자리에 핀 희망의 꽃'이라고 정한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이미 전국의 자활시설이 IMF가 터진 직후인 1998년 만들어진 예장노숙인복지회는 자활을 꿈꾸는 노숙인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고 있다. 각박한 도시 속에서의 소외된 노숙인들에게 한줄기 자활의 빛을 전하는 예장노숙인복지회. 추운 겨울의 초입, 예장노숙인복지회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갈 희망의 빛줄기에 따뜻한 관심을 더해 보는건 어떨까.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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