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구장에서 장외홈런 날려야죠"

라오스에서 재능기부로 제2의 삶 사는 이만수 감독 표현모 기자l승인2016.02.02l수정2016.02.02 15:30l3030호 l조회수 : 5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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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SK 와이번스와의 3년 계약이 끝난 이만수 감독(현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ㆍ58세)은 그동안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만 한 아내를 위해 동유럽행 동반 여행 티켓을 끊어놓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평소에도 자주 찾던 광림수도원에서 아내와 함께 기도를 드리고 깜짝 이벤트를 할 요량이었다. 드디어 기도를 마치고 깜짝 이벤트를 펼치려는 순간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보, 제가 먼저 한 마디 해도 될까요? 당신이 인터뷰 할 때마다 감독 생활이 끝나면 외국에 가서 재능기부를 한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아내의 말 중 '약속'이라는 단어가 그에게 유독 크게 다가왔다. '약속'하면 이만수 아닌가? 2007년 그가 미국에서 돌아와 코치가 되었을 때, 2년동안 한 번도 인천 문학구장이 만원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만원 관중이 들면 팬티만 입고 구장을 뛰겠다고 한 약속까지 지킨 그였다. 이 감독은 아내의 말에 동유럽으로 가 한동안 여행을 즐기며 쉬려던 마음을 접고, 야구 불모지이자 복음 불모지의 땅, 라오스로 향했다.
 
사실 이만수 감독은 라오스의 지인으로부터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고 있었다.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의 청년들이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거듭되는 요청에 2014년 시즌이 끝나고 난 후 선수들의 유니폼과 야구용품들을 모아 컨테이너 하나 분량의 물품을 보냈다. 그러나 평균 신장이 180cm가 넘는 우리 선수들의 옷이 작은 체구의 라오스 청년들에게 맞지 않았다. 다행히 그의 팬 카페 '포에버 22번' 회원들이 유니폼 60벌을 맞춰 보냈다. 그리고 본인도 11월 12일 처음으로 라오스를 방문했다.
 
"처음 라오스를 간 후 하나님은 2000년 전 하나님이 아니고 지금도 동일한 하나님이신줄 알게 됐습니다. 사도행전 16장을 보면 바울이 아시아로 전도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꿈에서 마케도니아로 가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동유럽으로 가려 했는데 하나님이 라오스로 가라고 하신 것 같았어요. 도착해보니 하나님은 이미 길을 다 닦아놓으셨더라구요. 저는 정말 가르치기만 하면 됐어요."

   
 


 
그 이후 이 감독의 라오스행은 잦아졌다. 그는 지난 1년간 청년들의 변화가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공산권의 국가라서 그런지 청년들이 한동안 나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며 "그러나 함께 땀흘리며 함께 뒹굴며 적극적인 구애와 노력을 펼친 결과 청년들은 경계심을 풀고 진심으로 나를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며 마음을 주었다"고 말했다.
 
"어제 라오스 지인과 통화했는데 그 분이 우시더라구요. 조지 뮬러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 처럼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신다고…."
 
그러나 제일 큰 변화는 어쩌면 이만수 감독 본인에게 일어난 것일 수도 있겠다.
 
"놀라운 것은 제가 야구하고 가장 행복한 시절이 언제인가 생각해보니 2014년 10월에 감독 끝나고 나서부터예요. 감독 끝나면 대부분은 칩거를 하거든요. 저는 라오스로 봉사를 다니고 유소년, 여자야구팀, 교회 야구 동호회를 위해 봉사를 다녀요. 아! 봉사가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돼요. 지난해 제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감사'였습니다. 야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봉사하면서 경험해요."
 
그는 지금까지 실력, 인기, 명예, 우승, MVP, 돈벌이 등을 최고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뒤돌아보니 성공의 기준을 다 성취해봤는데 그로 인한 좋은 기분은 일주일이면 끝났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사회적 지위는 다 내려놓고 내 돈을 쓰면서 하는데 기쁘고 행복해지는 것이 재능기부와 봉사"라며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나눠주는 것은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재능기부 사역을 보다 활성화하고 체계화 하기 위해 '헐크 재단'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라오스 학교와 야구장 건립,
국내 유소년들을 위한 장학금 사역 등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90% 이상 만들어진 상태다.
 
"1904년 우리나라는 필립 질레트 선교사 때문에 YMCA를 통해 야구를 접했거든요. 그 사람 은혜가 아니면 제가 야구를 할 수 있었겠어요? 라오스에 그 선교사님처럼 저도 씨앗을 뿌리고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라오스에 야구장을 지어줄 예정이예요. 정부에서는 이미 땅을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확인했어요. 관심 있는 분은 기도와 물질로 참여해주시면 됩니다."
 
그는 교회에서도 최근 간증강사로도 인기가 높다. 그는 어디를 가든 실수하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에 대해 강조한다.
 
"저는 하나님과 사람들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저는 마지막날에 하나님 앞에 제가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지 두려워요. 너무 오랫동안 세상 일을 위해 달려왔어요. 이제 세상의 상 보다는 하나님의 상을 받고 싶어요."
 
기대하시라~ 헐크 이만수가 하나님의 구장에서 장외 홈런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만수 집사는 '전도왕'

캠퍼스 커플이던 아내 인도로 교회 출석
수많은 선수와 직원들 믿음의 길로 인도

이만수 감독의 신앙은 한양대학교 재학 시절 시작됐다. 대학교 1학년 때 지금의 아내 이신화 집사와 캠퍼스 커플이 된 이 감독은 아내의 끈질긴 전도 끝에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당시 '악바리'라는 별명 답게 하루 수면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 운동에 매진하던 그는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데이트도 새벽 5시에 할 정도의 독종이었다. 그런 이 감독이었지만 당시 사귀던 지금의 아내와 헤어지기 싫어서 할 수 없이 교회를 가게 됐고, 이를 통해 인생의 가장 중요한 하나님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되고, 최고의 타자로 각광을 받던 이만수 선수는 후배들을 강제로 깨워 예배에 참석을 시키곤 해서 원성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때문에 지금까지 기독교인으로 살고 있는 후배들이 있다고.
 
한번은 선배인 고 장효조 선수를 전도하다가 뺨을 맞기도 했다. 집안 대대로 불교신자였던 장효조 선수는 "전도할 사람이 따로 있지"하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은 반전의 연속.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 감독이 장효조 선배의 전화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만수야, 놀라지 마라. 나 교회 다닌다. 더 놀라운 건 뭔지 아니? 내 아들이 목사됐다."
 
미국 시카고 화이트 삭스 코치 시절에도 그의 전도는 계속됐다. 대상은 팀의 에이스 투수 마크 벌리. 주일 채플에 같이 가자고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8개월 여만에 예배에 참석하게 됐다. 얼마 후 그의 부모가 이만수 감독을 찾아와 대대로 기독교집안에서 자란 아들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 기도하고 있었는데 그런 아들을 교회로 인도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지방에 갈 때마다 주일이면 항상 호텔 앞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 후 시합을 했다. 이 모습은 감독시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버스기사가 성경책을 끼고 교회에 가는 감독의 모습을 보고 함께 가고 싶어했지만 말을 못건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 감독은 곧바로 그의 손을 붙들고 함께 교회에 갔다고 한다.
 
그는 선수 중에도 기독교인이 많지만 표시를 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 한다.
 
"미국에 갔더니 싱글A 선수들은 25명 선수 전원이 거의 다 채플에 참석해요. 그런데 트리플A 선수들은 17명 정도로 줄고, 메이저리그로 가면 그 선수들 중 5명 정도 참석해요. 천문학적인 돈을 받으면서 신앙심도 얕아진다는 것을 느꼈죠. 고난이 있다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증거예요. 그런 어려움이 없으면 우린 사생아입니다. 고난이 오더라도 더 큰 일 이루시는 한해 되세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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