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에게 고(告)함

이홍정 목사l승인2016.02.29l수정2016.03.02 15:34l3033호 l조회수 : 732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나는 오늘 1919년 삼일독립운동에서 2019년 그 100주년에 이르는 역사의 시공에서 펼쳐지는, 이 땅의 민초들의 기억의 투쟁에 담긴 피눈물과 그 깊음에서 길어낸 사랑과 평화의 샘물로 역사의 목마름을 달래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고(告)한다.

함석헌 선생이 “수난의 여왕”으로 일컬었던 나의 조국 한반도에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은, 그 누구도 한일관계의 영향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구’의 조선 침략에서부터, 일본제국의 한반도 식민지화와 중국 대륙과 아시아 태평양을 향한 침략전쟁을 거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인류 최초의 ‘핵 무덤’이 될 때까지, 한반도와 동아시아 근 현대사의 질곡이 만들어낸 생명 죽임의 덫과 수렁에는 일본이라는 이름이 뼈아프게 각인되어 있다.

이 땅이 지닌 오랜 수난의 역사의 표층과 심층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기억의 투쟁의 컨베이어 벨트를 연결하는 대부분의 역사의 고리들이, 욱일충천 하는 일제의 깃발 아래 장치되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진정 두려움으로 인식해야만 한다.

오늘 이 땅의 민초들은 그 수난의 기억의 투쟁 속에서, 다시 한 번 아베 신조의 이름으로 고안된 역사 왜곡의 수술대 위에 올려 진 채, 역사적 진실을 거세하는 ‘생체실험’을 당하며, 정체성의 변질을 강요당하고 있다.

아베 신조 당신은 일본의 과거사를 사죄한 담화들을 수정하고 평화 헌법을 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것을 필생의 정치적 과업이라고 공언해왔다.

그 결과 종전 50주년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했던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는, 종전 70주년에 ‘이전의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만을 담은 당신의 담화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당신은 일본의 국수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옹호하고, 동경전범재판의 정당성을 의문시하면서 태평양전쟁은 물론 조선과 중국 침략이 유죄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당신은 헌법 9조를 개정하고, 일본의 집단자위권과 일본자위대의 해외파병 및 전투참여를 합법화하므로, 미일안보동맹을 기초로 국가안보회의 설치와 군비강화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유사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 가능성마저 합법화하므로, 한국인들에게 오랜 식민지 지배의 전율과 공포를 다시 상기시켰다.

‘다케시마의 날’ 선포로 야기된 독도문제는 물론이요, ‘종군위안부는 인신매매의 희생자’라는 인식 아래 강행한 일본군위안부문제에 관한 한일외교장관의 ‘불가역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아베 신조 당신은 지금 한반도의 미래의 일곱 세대의 정체성을 재구성할 역사의 유전자 변이, 그 역 주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일본을 지배하는 극소수의 국수주의 세력과 일본의 국익 앞에 맹종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볼모로 삼아 집단적 거짓기억증후군을 확산시키며 역사의 도발, 실패한 일본 제국의 ‘망령’을 다시 불러들이는 초혼의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 당신의 욱일충천호의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 일본 없는 세계경제를 상상할 수 없는 세계화된 국제투기자본세력과, 그 중심에서 당신과 손잡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맺고 일본 ‘국방군’의 미군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아시아에서 일본의 대리적 역할을 강화하므로 급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제국의 망과, 친일의 잔재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분단체제가 존속하는 한, 이를 지렛대로 삼아 다시 한 번 전쟁수행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려는 당신의 제국주의적 야심은 현실화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를 볼모로 전개되는 열강들의 헤게모니 쟁투는, 다시 한 번 한반도에 소름 끼치는 집단살해의 대리전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2013년 8월 13일 아베 신조 당신은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대신, 요시다 쇼인의 신사를 참배하므로 당신의 국가통치철학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선언하였다. 당신이 숭앙하는 조슈번 (야마구치현)의 선배요, 메이지 유신의 지도자요, 정한론과 만주정벌론과 대동아공영론의 주창자인 요시다 쇼인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그의 명령어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세일계의 천황의 존재를 핵심으로 일본을 찬미했던 요시다 쇼인, 그는 일본 천황의 통치 아래 ‘대동아 신질서’를 확립할 것을 주창하지 않았던가? ‘임나일본부설’의 주역 진구황후와 임진왜란의 주역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루지 못한 과업을 성취하는 것이 일본의 상책이라고 설파한 요시다 쇼인의 정략 속에는, 일본제국이 일으킨 조선, 만주, 중국 침략전쟁과 인도지나반도와 태평양전쟁의 구상이 이미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요시다 쇼인의 구상은 아시아 침략의 첨병이요, 조선병탄의 설계자요, 안중근에 의해 살해된 일본 총리 출신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 진행되었는데, 그 역시 요시다 쇼인의 제자로 야마구치현 출신이 아니던가?

19세기 말 동학혁명군을 짓밟고 친일정권을 세우고 만주로 진격한 일본군 사령관은 아베 신조 당신의 고조부 오오시마 요시마사였다. 1930년대에 중국 정복을 위해 군수산업에 몰두하면서, 일본의 아시아 지배 전략의 일환으로 만주국 건설계획을 세우고, 중국인과 조선인의 항일투쟁을 철저하게 무력화시켰던 기시 노부스케는 당신의 외조부였다.

아베 신조 당신은 지금 탈아론자 후쿠자와 유키치가 지녔던 인식의 유전정보를 따라, ‘어리석은 조선은 일본에 배워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징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아시아 동방의 나쁜 친구들을 사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당신은 지금 일제강점기 최후의 침탈의 시기에 마지막 조선총독을 지냈던 아베 노부유키의 원혼을 달래고 있는 것인가? 그는 식민지교육을 강화하고, 전쟁수행을 위한 물적 인적 자원 수탈에 총력을 기울이고, 만 12세 이상 40세 미만의 여성들에게 정신대근무령을 공포하고 불응 시 국가총동원법에 의해 징역형을 내린 제국의 화신이었다.

그는 패전 후 조선을 떠나며 “우리는 비록 전쟁에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놨다.

결국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고 선언하였다. 심지어 그는 맥아더 사령부에 심문을 받으면서 한국인은 자신을 다스릴 능력이 없다며 남북공동정부수립을 적극 반대하였다.

이처럼 아베 신조 당신의 가문이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과 식민주의론의 첨병이었다면, 나의 가문은 당연히 항일구국운동과 한일 화해의 선봉이었다. 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데 공헌한 경주 이 씨 상서공파 이항복을 필두로 일제 치하 독립운동을 위하여 모든 가산을 정리하여 간도로 이주하여 스스로 항일무장투쟁의 고난의 길을 걸었던 이회영의 5형제 일가가 나의 가문이다.

내 아내의 외조부 이기풍 목사는 신사참배 반대로 옥고를 치르고 그 후유증으로 순교의 자리에 이르렀고, 내 외조부 최익수 목사는 히로시마에 파송된 성결교 선교사로 등대회사건으로 교회가 폐쇄되었을 때 동경으로 피신하여 원폭을 피했고, 해방 후 다시 히로시마로 돌아가 원폭피해자들을 위해 사랑으로 헌신한 화해의 사도였다.

그리고 아베 신조여, 우리가 공유해야 할 공동의 기억의 유산이 있음을 부끄러워하지 말기 바란다. 당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총리의 친동생인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죽기 1년 전, 임진왜란 직후에 일본에 끌려온 도공으로 일본 도자기의 종가를 이룬 심수관 가문의 14대 후손을 찾아와, 사토 집안도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건너와 야마구치 현에 정착한 한국계임을 직접 고백했다고 한다.

사토 총리는 비핵 3원칙과 오키나와 반환 협정 등에 대한 정책을 평가 받아 1974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당신 가문의 자랑스러운 인물이다. 사토 총리가 자신의 집안의 내력을 밝히며 그 자리에서 써준 휘호는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묵이지지’(默而識之)였다. '말로 하지 않아도, 묵묵히 있어도, 알아줄 것은 다 알아주고 통한다.'

아베 신조여! 이제 독점과 사유화로 얼룩진 생명 죽임의 20세기의 유산을 내려놓고, 자기 비움과 상호의존의 새로운 생명의 세기로 나아오라! 그리고 “돌아오라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요시다 쇼인도, 아베 노부유키도, 기시 노부시키도 다 내려놓고, 사토 에이샤쿠의 ‘묵이지지’의 고백으로, 무라야마의 사죄와 화해 정신으로, 한류를 사랑하는 당신의 부인 아키에의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오라! “귀향”의 눈물로 마음을 씻고 근원인 고향으로 돌아오라.

나는 이항복과 이회영의 이름으로, 이기풍과 최익수의 이름으로, 임진왜란과 식민지 치하에서 희생당한 민초들과 동학군들과 원폭피해자들의 이름으로 당신을 맞이하마. 우리 함께 안중근의 <동양평화론>과 <기미독립선언서>에서 평화공존의 길을 찾으며, ‘우리’ 민족의 고난이 역사의 깊은 샘에서 길러낸 사랑과 평화의 정신으로 동아시아 상생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


이홍정 목사  
<저작권자 © 기독공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한국기독공보 사람들기사제보광고안내광고검색지사장모집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새 생명 새 빛 운동
한국기독공보  |  등록번호: 서울, 아04291  |  등록일: 2016년 12월 22일  |  발행인: 최기학  |  편집인: 안홍철
발행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1402호(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  청소년보호책임자: 차유진
편집국: 02) 708-4713~6 /4720(fax)   |  총무국: 02) 708-4710~2 /4708(fax)   |  광고국: 02) 708-4717~9 /4707(fax)
Copyright © 2004 - 2017 한국기독공보. All rights reserved. 외부필자의 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