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섬김 실천한 90세 할아버지 의사, 최관흠 장로

"나를 찾아오는 환자와 이웃을 위해 주님 부르시는 그날까지" 임성국 기자l승인2016.04.12l수정2016.04.12 16:57l3039호 l조회수 : 3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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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없죠? 혈압도 낮아요. 오늘은 주사 좀 맞아야겠어요. 영양제 먼저 놓을게요." 

90세 의사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좀 더 과장하면 환자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인턴 의사들보다 날카롭다. 혈압계, 그리고 청진기를 다루는 손길은 이제 정교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환자들은 "선생님보다 성실한 의사, 주사 잘 놓는 의사는 못 봤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진료 내내 환자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차가워진 환자의 손을 꼭 잡고서는 "괜찮다"고 위로하며 가장 적합한 진료 방법을 선택했다. 90세 고령임에도 여전히 많은 단골 환자들이 그를 찾아와 아픔을 호소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1959년 개원해 올해로 57년을 맞이한 '대성의원'의 원장, 최관흠 장로(영등포노회 시온성교회 원로)의 특별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다운세상으로 만든다. 

"평범한 사람인데 뭘 찍어, 난 아름답지도 않고, 신문에 나갈 만큼 특별한 것도 없어요." 90세 의사가 여전히 진료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한 사건(?)이건만 카메라 앞에선 할아버지는 자신을 한없이 낮췄다. 그리고 모든 공로를 하나님께 돌렸다. 전국 병원을 수소문해봐도 국내 최고령 현직 의사가 틀림없는 최관흠 장로가 살아온 겸손한 삶의 자세였다. 자가용, 휴대폰도 소유하지 않은 채 옛 병원 모습 그대로를 지켜내려는 청빈한 그의 삶은 여전히 신비할 정도다. 

"하나님이 다 계획하신 것 아니겠어요? 90평생 내 삶을 되돌아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이 지켜 주시고, 복 주신 거야. 이것에 대한 감사, 정말 그것만 남았어. 후회, 불평도 없어." 감사의 삶을 사는 최 장로의 신실한 신앙과 섬김의 자세, 검소하면서도 규칙적인 삶은 57년간 서울 영등포 지역, 그리고 그가 출석하는 시온성교회(최윤철 목사 시무)의 자랑이자 유산이 됐다. 

지난 5일 대성의원을 찾은 그 날도 최 장로는 오전 7시 정확히 병원문을 직접 열었다. 그리고 오후 5시까지 진료에 전념했다. 명절을 제외하곤 하루도 거르지 않은 그의 성실함은, 후배 의사, 모든 크리스찬들에게 본이 될 정도다. 

"살아오면서 교회와 병원 빼고는 가본 곳이 별로 없어요. 사실 진료는 돈 벌겠다는 목적보다 나를 찾아오는 단골 환자와 이웃을 위한 일이 됐지. 하나님이 맡겨주신 나의 사명은 이제 취미야, 취미." 서너 차례 손사래를 치며 본인 소개를 마다했던 최 장로의 입에선 자꾸 자신보단 하나님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을 의사로 세우신 것, 병원을 개원하고 아무사고 없이 오랫동안 진료하게 하신 것, 교회에 출석하며 순종하는 자녀가 되게 하신 것 등 모든 것이 택하고 계획하신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다. 

최 장로가 전하는 이 같은 감사의 열매 뒤에는 물론 역경과 고난의 장애물도 있었다. 북한 황해도 출신인 그는 평양대학교 의대 재학 중 한국전쟁을 겪었고, 1.4후퇴 때 월남해 서울 영등포에 정착하게 된 것. 학업마저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전쟁 직후인 28세에 서울대학교 의대로 편입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어렵게 의사의 꿈을 이어가게 된 그는 김기현 목사와 새마을중앙교회(현 시온성교회)를 세워 믿음의 길도 개척했다. 병원, 그리고 교회에서 성실히 생활한 최 장로의 뿌리가 깊고 건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특별히 최 장로는 의식주에 대한 어려움이 큰 시절, 교회 제직회가 열릴 때마다 전 교인을 초청해 고기를 대접해 아름다운 나눔의 전통을 만들었다. 또 35세에 장로가 된 후에는 매 주일 아침 20여 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30여 년 동안 성경공부를 진행했다. 또 88세에는 원로장로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양육시스템에 따라 다시 한 번 신앙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성도들의 모범이 됐다. 이외에도 최 장로는 세 차례의 교회 건축, 필리핀 바자오마을의 선교센터 건축 등을 위해 거금을 쾌척했다. 특별히 선교센터 건축 후에는 의료선교팀을 꾸려 해외봉사에도 앞장섰다. 90세인 올해 2월에도 부인 박정희 장로와 함께 필리핀 의료선교를 갔고, 현지인 400명을 진료했다. 80세부터 시작된 해외의선교는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건강 주시면 내년에도 가야지.(웃음)" 90세라는 나이가 무색하지만 최 장로는 이미 내년 선교를 기약하고 있었다. 지속된 이 같은 실천의 자세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병원과 교회를 오가며 충성 되게 봉사한 원동력이 됐던 셈이다. 

최 장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늘어놓은 시온성교회 최윤철 목사는 "영육 간에 건강한 최관흠 장로님은 지난 세월을 후회하지 않고, 주님 앞에 서는 날을 사모하며 변함없이 교회를 사랑하고,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 하고 계신다"며 "장로님은 우리 시온성교회의 보배이자 자랑이다"고 전했다. 

사명을 성실히 감당한 하나님의 선물일까. 병원은 2014년에도 어김없이 서울특별시의사회로부터 최우수병원으로 선정됐다. 또 지난 3월 1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적정하게 처방하는 기관인 '그린처방의원'으로 선정됐다. 이런 평가는 어쩌면 주어진 재능과 은사로 성실한 삶을 살고, 신앙의 양심을 지키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온 최 장로에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것 또한 하나님 덕분이죠. 그동안 하나님 때문에 잘살았어요. 이제 아무 때나 불러주셔도 갈 준비가 됐어요. 그날이 오늘, 아니 내일이라도 말이죠(웃음)" 

첫 날의 마음을 간직한채 하루하루를 마지막처럼 90년 평생을 살아온 의사 할아버지, 최관흠 장로의 신앙의 유산이 더 많은 후손에게 뿌리 내려 열매 맺길 기대해본다.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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