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 하나님 영광을 위해"

의사에서 선교사로, 다시 가정교회 목회자로 인생 3막 연 허석구 이영숙 목사 부부 장창일 기자l승인2016.06.21l수정2016.06.27 08:21l3049호 l조회수 : 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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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선교사로 10년 간 사역한 허석구 이영숙 목사. 몽골 베다니마을교회 앞에서 교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허석구 목사 제공

"2015년 12월을 끝으로 정든 몽골을 떠나 귀국했습니다. 물론 인생의 동반자이자 동역자인 부인 이영숙 목사도 함께 돌아왔죠. 하지만 은퇴했다고 몽골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까지 중단한 것은 아닙니다. 서울 집에 차린 가정교회를 통해 한국에 나와 있는 몽골인들을 돌보는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총회 파송 몽골 선교사로 2005년 1월부터 사역을 해온 허석구, 이영숙 목사 부부가 10년 동안의 선교사역을 마치고 지난 해 연말 귀국했다. 최근 간암 수술까지 받은 허석구 목사는 쉴 법도 한데 몽골인들을 향한 사랑을 이어가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역지가 몽골에서 서울로 바뀐 것이 유일한 차이점일까. 그와 이영숙 목사는 여전히 '현역 선교사'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

지난 5월 말 서대문구 통일로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부부는 "이제 막 인생의 3막이 시작된다는 사실에 무척 설렌다"는 말부터 꺼냈다. 말꼬리를 붙잡고 "왜 하필 3막이냐"고 물어봤다.

허석구 목사와 이영숙 목사의 원래 직업은 치과의사와 약사였다. 치대 졸업 후 부산에서 할렐루야 치과를 개원해 환자들을 돌봤다. 하지만 이 부부가 가진 선교에 대한 열정은 이들을 병원에 영원히 묶어 두질 않았다.

"사실 남편은 신학을 공부하고 싶어했고 전 선교사가 꿈이었습니다. 그 꿈을 감출 수 없어 한 선교사님을 전적으로 후원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선교사로 주님의 일을 하자'고 제안했었죠. 고민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영숙 목사의 말이다.

신학교에 입학한 바로 그 때가 인생의 2막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육신만을 살리던 인생의 1막, 20년은 이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신학교 입학으로 시작된 새 인생은 졸업과 안수, 선교사 파송으로 이어졌다. 50세가 돼 시작한 신학공부가 재미 있었지만 목사가 되는 과정은 힘겨웠다. 목사고시도 재수 끝에 합격했다. 목사안수는 신학교 20년 선배로 활발히 사역하고 있던 동생 허원구 목사(산성교회 시무)에게 받았다. 허 목사는 안수를 받던 날의 소감을 자신의 책, '가든지 보내든지'에 이렇게 기록했다 "안수 받던 날,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주님 앞에 나의 남은 삶을 선교사로서 살 것을 재 헌신했다" 이 부부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회상하는 인생 2막이 이렇게 시작됐고 몽골에서 의료 선교사로, 목회자로 무척이나 치열한 10년을 보냈다.

3막은 선교사를 은퇴하면서 열렸다. 몽골인들을 향한 사랑을 마음에만 둘 수 없어 자신의 집에서 몽골인 가정교회인 '서울 베다니마을교회'를 창립한 것이다. 새 인생의 무대는 서울이다. "새롭게 시작한 사역이 흥미진진하다"는 부부는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몽골에서 사역할 때 우리같은 선교사들의 신분이 아무래도 '을'의 위치에 있었죠. 그런데 고향에 돌아와 보니 몽골인들이 '을'의 삶을 살고 있더군요. 을의 위치에 서 봤으니 그분들이 얼마나 힘들지 이해할 수도 있고... 그래서 몽골인들을 위한 교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정교회다 보니 저희 부부가 목사면서 사찰이고 기사고 식사준비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역을 꾸려가는 요즘, 매 순간이 설렘의 연속인 듯 보였다.

그는 선교지 이양을 성공적으로 한 '행복한 선교사'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2년 6월, 기자가 허 목사를 인터뷰한 뒤 썼던 기사의 한 대목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그는 "사역을 하는 동시에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바로 선교지 이양을 골자로 하는 출구전략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몽골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육에 투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 허석구 목사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몽골인 투글두르 목사에게 자신이 목회하던 몽골 베다니마을교회를 전적으로 이양했다.

허석구 목사는 "항상 선교지를 이양하기 위해 고민했는데 투글두르 목사님을 우연히 만난 뒤 교류하면서 '이 분이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다"면서, "우리 부부 사역의 말미에 협력사역을 하다 자연스럽게 사역지를 이양했고 지금도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 허석구 목사와 이영숙 목사가 들고 있는 액자는 몽골 교인들이 그린 그림이다. 나무에 맺힌 열매는 허 목사를 통해 복음을 받은 자신들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사진/장창일 차장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했던가. 서울에서 만나는 몽골인들을 통해 매주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는 부부의 바람은 뭘까. "서울 베다니마을교회를 통해 몽골인들을 신앙으로 제대로 양육하는 일, 그것뿐입니다. 이 분들이 신앙의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교회에 잘 나오다가도 돌아서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저의 부부의 바람은 이 분들이 몽골로 돌아가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신앙으로 잘 양육하는 겁니다."

인터뷰 말미에 허석구 목사에게 좋아하는 성구를 물었더니 몽골어 성경을 꺼내 한 구절 읽었다. 고린도전서 10장 31절의 말씀,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온 지난 삶, 그리고 앞으로의 삶. 인생 3막을 시작하며 새로운 출발선에 선 허석구 목사와 이영숙 목사가 품은 신앙의 열정이 몽골인들에게 어떻게 전해질 지 큰 기대를 품게 된다.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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