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천 … '투잡'ㆍ'쓰리잡' 뛸 수밖에, 현실적으로 연구 집중할 시간 부족

<기획>총회 직영 신학교를 진단한다 - '四亂 시대' 한국기독공보l승인2016.08.15l수정2016.08.15 12:00l3055호 l조회수 : 6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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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육 대란

전임교원확보율 채우기 위해 비정년 교수 임용 늘어
비율 50% 넘는 대학도 … 양질의 신학교육 불투명


지난 해 교단 산하 한 신학대학에 임용된 A 교수는 1993년 대학에 입학한 후 학위를 받은 2010년까지 장교로 군 생활을 했던 4년을 빼고는 공부만 했다. 대학 4년, 신대원 3년 후 도미해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는데 7년이 걸렸다. A 교수가 미국 유학 중 쓴 학비와 생활비만 계산해 보니 4억원을 상회했다.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양가의 도움을 받았고 미술을 전공한 부인은 지역 신문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수억 원을 학비로 지출하면서도 내핍생활을 하느라 자녀들이 제대로 된 미국여행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A 교수는 서울 시내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3년 간 사역하다 꿈에도 그리던 교수가 됐다. 하지만 비극은 교수 임용 뒤 시작됐다. 정년트랙이 아닌 비정년트랙으로 임용된 A 교수의 세전 연봉은 2000만원으로 세금을 제하고 매달 수령하는 월급이 140만원 수준이라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교수임용과 동시에 시작된 것이었다.

평소 자신의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내고 있는 A 교수지만 자신의 고용상태에 대해 묻자 힘이 빠졌다. "제 연봉이 2000만원입니다. 모든 걸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어도 유학 가기 전 교육전도사 시절 받던 월급하고 비슷한 수준이라는 현실이 믿겨지질 않습니다. 생활이 당연히 안되죠. 뭐든지 닥치는대로 해야 합니다. 논문도 매년 2편 이상 써야 하고 학부와 대학원, 각종 특강까지…. 수업준비에 파트로 있는 교회 사역 준비도 소홀히 할 수 없죠. 다만 이것저것 모두 신경을 쓰다보니 뭘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질 않습니다. 괴롭죠" A 교수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교수 연봉이 2000만원이라는 사실이 믿기질 않아 다른 신학대학 비정년트랙 교수에게 연락을 해보니 "2400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10년 가까이 비정년트랙으로 있다는 B 교수는 "7개 신학대학원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임금 수준이 대략 3000만원 이하라고 보면 된다"면서 "살기 위해 잠을 줄이지만 연구할 시간까지 줄어드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B 교수는 임용만 되면 유학 중 한국에 남아 직장생활을 하며 학비를 댔던 부인이 좀 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순진한 착각이었다고 씁쓸해 했다. B 교수의 부인은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사정은 대동소이했다. 투잡, 쓰리잡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교수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없다보니 강의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수의 소명의식만으로 높은 수준의 강의를 하겠다는 다짐은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기 일쑤다.

비정년트랙 제도는 2003년 연세대가 처음 도입한 이후 전국 대학으로 급속도로 확산됐고 재정적으로 열악한 대학들일수록 비정년트랙 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교단 산하 신학대학 중에서도 교원 중 비정년트랙 교수의 비율이 50%를 넘어선 대학도 있다. 무엇보다 비정년트랙의 경우엔 강사들과는 달리 대학의 전임교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결국 대학 교육의 수준과 장기계획 등을 세워야 하는 전임교원들이 투잡, 쓰리잡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는 비정년트랙 교수들인 것이다.

심지어 비정년트랙 교수들에게 보직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세계적인 신학교육과 신학자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아무리 해외 유수의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했더라도 삶의 문제 앞에서 너무나도 바쁜 교수들이 연구의 깊이를 더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신학대학의 재정난이 심화될수록 비정년트랙 교수도 늘어나고 동시에 교육의 질까지 동반 하락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비정년트랙으로 전임교원을 채용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대학정보공시 주요사항 중 하나가 전임교원확보율이고, 교육부가 이를 각종 재정지원사업 참여조건 및 선정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년트랙 교수를 임용해 일정수준 이상의 교육을 하는 데 관심을 두기엔 당장 교육부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게 급한 불이다. 교단 산하 신학대학들 중 후발주자의 경우엔 100% 교수 충원과 대학 허가가 연동돼 있는 경우도 있어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서 비정년트랙 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별다른 외부지원이 없이는 비정년트랙 교수를 정년트랙으로 전환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한번 비정년은 영원한 비정년'이라는 교수사회의 농담이 사실은 현실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활을 위해 불가피하게 바쁠 수밖에 없는 비정년트랙 교수의 처지는 교육의 질적하락과 연결돼 장기적으로는 교단 신학교육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비정년트랙 교수의 증가가 '교육대란'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맞닿아 있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학에서 주는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한 교수들의 삶은 늘 바쁘다. 교수의 본분인 연구하고 글쓰는 일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결국 정년트랙 교수 임용과 제대로 된 교수대우를 하는 것이다.

물론 대안을 찾기 위한 시도도 있다. 최근 기존의 호봉제 대신 '교수 연봉제'를 도입한 서울장신대학교(총장:안주훈)는 비정년트랙 교원이 늘어나는 현실을 개선해 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 경우다. 물론 학내에서는 이 연봉제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지만 당사자들인 비정년트랙 교수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한 교수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시니어 교수들이 받는 월급과 거의 대부분이 비정년트랙인 주니어 교수들의 월급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면서, "획기적인 재정 확대 방안이 전혀 없는 상황 속에서 유일한 방법이 바로 '나눔'인데 이번 연봉제 도입이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비정년트랙 교수도 상생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년트랙 교수라는 굴레에 갇힌 이들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신학적으로도 맞지 않다. 십자가의 정신을 가르치는 신학교라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분명해 진다. 지금과 같은 편법적 비정년트랙 제도를 신학교까지 도입하는 건 큰 문제"라고 강조하며 상생을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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