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이 450 차례나 이어지는데.... 태풍이라니..." 망연자실한 천년 고도 경주...

지진으로 곳곳이 갈라진 교회들, 태풍으로 이중고 "여진 공포에 원전까지...경주의 공포 크다" 장창일 기자l승인2016.10.10l수정2016.10.11 16:00l3062호 l조회수 : 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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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으로 1차 피해를 입은 경주동방교회의 십자가 첨탑이 태풍 차바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날아갔다. 사진/장창일 기자

【경주=장창일 기자】9월 12일은 경주 시민들에겐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진도 5.8의 강진이 이날 경주를 강타했다. 지진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그 날을 시작으로 뒤이어 찾아온 450여 차례 이상의 여진은 "이 모든 게 대지진의 전조가 아닐까"하는 공포를 남겼다. 경주 시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전화기도 진동으로 해 놓지 않는다"는 농담은 슬프지만 현실이었다.

기자가 경주를 찾았던 지난 5일에는 하필 태풍 차바가 경주에 상륙해 온 도시가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설상가상이었다. 서울발 KTX가 오전 9시 53분 신경주역에 들어서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강풍을 동반한 기세등등한 태풍은 불과 6시간쯤 남동해안의 도시들을 유린한 뒤 유유히 공해상으로 빠져 나갔다.

강진으로 심신이 괴로운 경주 시민들에게 또 다시 찾아온 재난. 하지만 이날 태풍은 지진으로 곳곳이 갈라진 건물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곧바로 경동노회 회관으로 가자 노회장 임종수 목사(경서교회)와 서기 유봉준 목사(강동교회)가 심각한 표정으로 태풍속보를 보고 있었다. 손에는 경동노회 소속 교회들의 지진 피해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피해 보고서를 들고 잠시 설명을 하던 임종수 목사는 "이러지 말고 현장엘 가보자"면서 "사실 지금 이 자리에 나오기로 했던 부노회장 마흥락 목사가 시무하는 경주동방교회 십자가탑이 날아갔다"고 덧붙였다.

▲ 이번 태풍으로 내린 큰 비는 지진으로 이미 갈라져 있던 교회 건물 곳곳으로 파고들면서 교회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게 한 척도가 됐다. 사진/장창일 기자

노회회관을 나선 것이 10시30분쯤. 태풍 차바의 기세는 날카로웠다. 폭풍우를 뚫고 도착한 경주동방교회 앞에는 바람에 날아간 십자가탑이 구겨져 있었고 도로로 떨어진 십자가탑을 옮기기 위해 중장비가 도착해 있었다. 마흥락 목사도 비닐우비를 입고 이리저리 뛰고 있었지만 발만 동동 구를뿐 딱히 되는 일이 없어 보였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자 '업친데 덮친격'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온 교회가 물바다였다. 몇몇 교인들이 수건으로 밀려 들어오는 빗물을 닦아보지만 들이치는 속도를 따라잡기란 역부족이었다. 마흥락 목사는 "하루빨리 구조진단을 받으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교회 곧곧이 갈라져 있었지만 건물이 이 정도로 상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마 목사의 설명. 2004년에 지은 예배당이 이렇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연신 되뇌였다.

자리를 옮겨 인근의 조양교회에 갔더니 성제규 목사가 지진으로 갈라진 교회 옥상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교회는 지진으로 갈라진 교회 종탑을 쇠줄로 동여매 놓았고, 비닐로 얼기설기 비막이 공사를 해뒀지만 태풍으로 모두 날아가 버린 뒤였다. 교회 내부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옥상에서 계속 벽돌이 떨어지고 있어 포기했다. 성 목사는 "지진 피해 복구도 못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라며 망연자실해 했다.

충효교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교회 담임 김춘삼 목사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황망함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도로변에 위치한 충효교회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교회에 들어가보니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하로 길게 갈라진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굳이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본당에 들어서자 구석구석의 균열이 훤히 보였다. 김 목사는 "급한대로 틈새를 때웠지만 이미 교회 건물이 뒤틀려버린 것 같다"면서, "비가 그치고 나면 바로 구조진단을 받을 예정인데 대대적인 리모델링도 염두에 두고 장로님들과 의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진에 태풍, 여전히 이어지는 여진까지. 그야말로 경주는 공포의 도시가 되어가는 듯 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 남은 경주 시민들의 고민은 경주 시내에서 고작 20여 키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위에까지 향해 있었다. 지진 이후 편히 잠을 잘 수 없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이날 만난 신영균 목사(경주제삼교회)는 "모두의 무관심 속에 하루하루 더 깊은 공포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곳이 바로 경주"라고 했다. 신 목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중앙정부가 139억원의 지원금을 내려 보내지만 이중 86억원이 사찰 등 문화재로 가고 나머지가 민간으로 배정되는데 교회는 제외된다"면서, "총회와 전국 교회들이 지진 피해 지역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지금의 외로움을 해결할 길이 없다. 어디 호소할 데가 없는 형편"이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공포에 빠진 경주. 천년 고도 경주의 외로움. 더이상 총회를 비롯해 교단 산하 교회들이 좌시해서는 안된다. '바로 우리의 아픔', 경주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교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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