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다는 약속

최은숙 기자l승인2017.01.11l3075호 l조회수 :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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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배우자를 잃으면 '과부'나 '홀아비'라고 부르고 부모를 잃은 아이에겐 '고아'라 한다. 그런데 아이를 잃은 부모는 부르는 말이 없다.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라서 어쩌면 우리는 삶에서 평생 그 해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9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았다. 생때같은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며 온몸으로 울부짖었던 300여 명의 부모들이 새끼를 잃은지 1000일이 지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 아이가 왜 죽어갔는지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가 있고 책임자는 없다. 그리고 세월호는 1000일 전 그대로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그렇게 부모들은 '끔찍한' 3년을 지나왔고 살아 돌아온 아이들은 "물 속에서 나만 살아나온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다. 3년이나 지난 지금도 전혀 괜찮지 않다"면서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게 조속히 진실을 밝혀달라"고 울먹였다.

이 와중에 이 나라의 대통령은 - 하물며 온 국민이 기억하는 -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로 유가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며 또 한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아직도 문이 잠기면 아이가 들어오지 못할까봐 매번 문 앞에서 망설인다"는 아버지는 오늘도 '천일기념' 인터뷰와 취재요청을 받았다. "1000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백일이나 천일이나 우리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아버지는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끝나기까지는 '기념'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아버지 앞에서 또 한번 잊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위해 한마음으로 촛불을 들겠다는 약속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렇게라도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삶으로 실천할 때는 아닌가.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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