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회 상생이 생명> 사랑의 붕어빵으로 마을과 소통해

광양의 붕어빵 굽는 목사들. 최은숙 기자l승인2017.05.25l수정2017.08.29 15:03l3092호 l조회수 :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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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최은숙 기자】오늘도 정종필 목사(광양 풍성한교회)는 붕어빵 한가득 가슴에 품고 마을의 노인정을 찾는다. 그를 본 할머니들은 "아이고 우리 목사님 오셨네"하며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긴다. '붕어빵 굽는 목사' 정종필 목사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이렇게 붕어빵을 들고 마을로 나가 주민들과 붕어빵을 나눈다. 작은 구멍가게도 찾기 힘든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정 목사가 구운 붕어빵은 어르신들에게도 '꼬맹이'들에게도 꽤 괜찮은 새참거리다.

광양에는 정 목사처럼 '붕어빵 굽는 목사'들이 더 있다. 총회 서부지역농어촌선교센터 원장 김영위 목사는 농어촌 목회의 지속가능한 선교전략의 방안으로 붕어빵 선교를 제안했고, 이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광양의 몇몇 목회자들이 실제로 목회에 '붕어빵'을 적용했고, 마을목회의 중요한 매개체로 활용되며 지역 주민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증폭제가 되었다.

김경수 목사(광양 평안교회)는 하우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을 위해 간식시간이 되면 아내와 함께 붕어빵을 준비하고, 주민들을 찾았다. 10월부터 3월까지 붕어빵을 구웠고, 궂은 날에도 약속한 시간에는 늘 마을로 향했다. 처음에는 '공짜' 붕어빵에 부담을 갖던 주민들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붕어빵을 먹고 이것저것 일상의 삶을 공유할만큼 가까워졌다.

남일희 목사(광양 사평교회)는 김경수 목사의 추천으로 붕어빵을 굽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5개 지역의 마을회관과 하우스 농장을 하는 주민들을 찾아가 붕어빵을 전한다. 특히 남 목사는 조금 특별한 레시피를 개발, '녹차붕어빵'으로 눈길을 모았다. '맛'이 하도 유명해져서 성도들의 직장까지 붕어빵을 배달하기도 한다.

도대체 '붕어빵'이 뭐길래! 붕어빵 굽는 목회자들은 한결같이 그 이유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꽉꽉 앙꼬를 채울 때 한 영혼을 위한 기도와 사랑을 담는다"는 그들은 "한참 배고플 시간에 배달하는 센스도 이웃을 향한 애정 표현"이라고 말한다. 정종필 목사는 "사명감으로 붕어빵을 굽는다"면서 "교회 성장이나 전도 등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 영혼을 향한 사랑이고 농어촌목회자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도시의 넘쳐나는 먹거리에 비해 농어촌지역에서 붕어빵은 귀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남일희 목사는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붕어빵을 받아들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하다"고 거든다. 순천예향교회의 성시욱 목사는 도시의 작은 개척교회다. 성 목사는 "한 블럭마다 교회가 있다. 대부분 교회 교인분들이지만 우리가 좋아서 한다'면서 "무엇보다 마음을 나누고 한 지역의 주민으로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종필 목사는 이미 마을에서는 교회를 다니든 안다니든 누구에게나 '우리 목사님'으로 불린다. 누구든 문제가 생기면 정 목사를 찾고, 기도를 부탁한다. 그래서 '그냥' 교회에 나오는 주민들이 꽤 있다. 풍성한교회는 제대로 된 교회 건물도 없다. 농협 창고를 빌려 예배를 드리는데 교인이 60명이다. 80가구에 100여 명이 사는 작은 시골마을인 점을 감안하면 주민 대부분이 교인인 셈이다.

정 목사는 어르신들을 '부모님'으로 모시며 아들 역할을 한다. 노인정을 찾아가 구멍난 양말을 벗겨드리고 새 양말을 직접 신겨드린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지역의 축제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정 목사의 유난한 마을사랑으로 광양의 작은 시골마을이 통영 동파랑 벽화마을에 버금가는 '광양벽화마을'을 만들어 냈다. 여기저기 파헤쳐진 흙무더기, 적막하고 어두운 시골 마을을 아기자기하고 알콩달콩한 벽화마을로 변신시켰다. "우리 목사님 덕분에 마을이 바뀌고 있어…", "교회가 들어선 후로 마을이 더 좋아져…". 한결같은 주민들의 증언이다.

김경수 목사는 지난해 주민들에게 수박 50통을 선물 받았다. '붕어빵'으로 관계를 맺고 가까워지면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한 통씩 건네준 수박이 50통. 그 뿐 아니다. 양상추 샐러리 호박 고추 등 다양한 농산물을 선물받았다. 김 목사는 이렇게 받은 선물을 또 교회를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는 후원자들과 나눈다.

목회자들이 굽는 붕어빵은 마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운동회가 열리는 중학교에서도 굽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고등학교 앞에서도 굽는다. 그리고 조만간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을 위해서도 붕어빵 굽는 목회자가 될 것이다. 이제는 목회자 혼자가 아니라 마을 주민과, 시장과 읍장과도 붕어빵을 구울 것이다. 한 영혼을 사랑하는 목회자로서, 농어촌지역의 목회자로서의 사명감으로 그리고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으로서 그들은 붕어빵을 구울 것이다. 이를 통해 마을이 살고, 교회가 살고, 교인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해 풍성한교회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작은 잔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종필 목사의 붕어빵을 함께 나눈 지역의 주민들이 전부 함께 했다. 이들에게는 이날의 행사가 교회가 아닌 마을 잔치였기 때문이다.

붕어빵으로 마을을 하나되게 하는 데 함께 하는 붕어빵 굽는 목회자들. 시골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마을을 살리고 주민을 하나로 모아 작지만 힘있는 교회로 조금씩 조금씩 세워나가고 있는 발걸음이 더욱 힘있어 지길 기대하게 한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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