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민족이 자신의 언어로 성경 읽을 수 있기를"

대만 원주민 루카이족 성경 출간…30년간 지원한 영락교회, 선교현장을 찾다 이수진 기자l승인2017.07.17l수정2017.07.17 14:41l3100호 l조회수 :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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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이족의 우타이마을은 주민 전체가 기독교인이다. 우타이마을 주민들과 영락교회 교이들이 '예수 짱'을 외치고 있다. 두번째 줄 중앙 영락교회 이철신목사와 우타이교회 타누바크 목사. 두번째줄 왼쪽에서 세번째 있는 왕조현 목사는 우타이교회를 40년간 시무하고 은퇴한 원로이며, 고 한덕성 목사와 함께 루카이어 성경 번역에 앞장섰다.

대만 원주민인 루카이족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진지 60여 년, 이제 루카이족은 하나님 말씀인 신구약 전체를 자신들의 언어로 읽을 수 있다. 서울노회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시무)가 루카이어 성경 번역을 위해 끊임없는 관심과 기도, 지속적인 지원을 뒷받침한 덕분이다.

대만의 고산족 중에 하나인 루카이족은 1만 3000명 정도로 인구의 90%가 기독교인이다. 약 2300만명의 대만 인구 가운데 기독교인이 6%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복음화율이다.

같은 루카이족이라도 사는 골짜기가 다르면 언어소통이 잘 안된다. 기록을 남길 문자가 없어 부락마다 예절풍속, 생활, 문화, 노랫가락 등이 선조들의 기억과 경험, 구전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고유의 문화를 지키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지난 1987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루카이족 교회들이 대만성경공회와 루카이어 성경번역 사역을 협의하고, 루카이어를 문자로 기록하기 위해 25개의 로마자 부호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공동협정된 문자로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중국어로 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염원하던 부족언어로 쓰인 첫 신약성경이 지난 2001년 출간됐고, 성경번역을 시작한지 30년 만인 지난 7월 11일 부족교회 중에 한 곳인 하오차교회에서 감격적인 루카이어 신구약성경 출판감사예배를 드리게 됐다.

루카이어 성경이 나오기까지 오랜시간 동안 묵묵히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한 영락교회의 감회도 남달랐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교회가 지원한 해외선교의 결실을 생생하게 보고 느끼기 위해 40명의 대규모 방문단을 꾸려 대만을 찾았고, 루카이노회가 세운 고 한덕성 선교사의 기념비가 있는 우타이교회, 시무하던 가오슝한국교회 등을 방문하며 선교의 흔적을 더듬었다.
 

▲ 고 한덕성 선교사 기념비를 바라보며 한 선교사의 선교흔적을 더듬는 영락교회 교인들.
▲ 우타이교회 전경.

대만의 동쪽에 위치한 중앙산맥에는 2000~3000m 높이에 달하는 봉우리가 260여 개에 달한다. 16개의 원주민 부족들이 그 산 골짜기마다 조그만 마을을 이루고 산다. 그 원주민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산 꼭대기서 사는 부족이 루카이족이다.

도심인 가오슝 거리에는 도교, 불교 등의 사원이 넘쳐나지만, 일단 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면 구비구비마다 십자가가 우뚝 서 있다.

지난 10일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루카이족의 대표 마을인 우타이마을은 좁고 구불구불 비탈진 고갯길을 1시간 이상 달려야 나타났다. 루카이족 마을은 90%가 크리스찬인데, 그중 우타이마을은 마을 주민 전체가 크리스찬이다.

영락교회 선교방문단이 우타이교회에 도착하자 전통의상을 입은 마을 주민들은 화관을 씌워주고 목걸이를 걸어주며 방문단을 환영했다. 우타이부족 전통노래로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는 등 진심이 묻어나는 마을 전체의 대대적인 환영이 40도 가까이 오른 덥고 습한 날씨의 불쾌함도, 험산준령을 1시간 여 달려온 고단함도 모두 잊게 했다고 방문단은 입을 모았다.

우타이교회를 시무하는 타누바크 목사는 "우타이는 산 아래와 다르다. 우리 마을은 주민 모두가 크리스찬이고, 마을에 있는 식구들이 직접 돌 하나하나 옮겨 우타이교회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 루카이노회가 2007년에 세운 고 한덕성 선교사 기념비.

우타이교회에는 루카이노회가 최초로 한인선교사의 선교 공로를 치하하며 세운 기념비가 있다. 1982년부터 2005년까지 가오슝한국교회를 시무하며 루카이어 성경 번역에 특별한 공헌을 한 故 한덕성 선교사의 선교정신을 기리기 위함이다. 기념비는 한 선교사가 별세한 이듬해인 2007년 2월, 그가 생전에 사랑했던 우타이교회 마당 한켠에 세워졌다.

중국어와 루카이어, 그리고 한글로 새겨진 기념비에는 '주님의 종 한덕성 선교사, 한덕성 목사님은 한국의 대한예수교장로회 영락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로서 까오숑한국교회 시무(1982~2005년) 중 루카이족의 성경 번역을 위하여 특별히 공헌하셨기에 우리의 마음을 새겨 기리고자 하나이다'라고 씌여 있다.

한덕성 목사와 초기부터 루카이어 성경 출판에 힘써온 팽장영 권사(71세ㆍ가오슝한국교회ㆍ대만 46년 거주)는 "지금도 산길로 들어서 1시간 이상 가야 나오는 우타이 마을을 20여 년 전 한 목사님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들르셨다. 산길도 교통편도 엉망이어서 당시엔 가는데만 2시간,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곳이었다. 오후 4시 반만되면 안개가 자욱이 껴 산에서 못내려왔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말과 글이 다르면 진실된 마음으로 하나님과 교제할 수 없다. 원주민에게도 자신들의 언어로 된 성경은 꼭 있어야 한다'는 한 선교사의 염원은 올해에서야 완전히 이뤄졌다. 이번에 발간된 루카이어성경은 루카이어와 중국어 대조 성경으로 신구약합본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영락교회의 후원으로 우선 3000권이 대한성서공회에서 인쇄됐다.
 

▲ 총회 파송 조병래 선교사가 시무중인 가오슝한국교회 앞에서. 고 한덕성 선교사가 20여 년간 시무했던 교회다.

11일에 드린 출판감사예배에서 루카이노회장 드를사 목사는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셨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하나님의 작품이 여러분 손에 쥐어졌다. 성경을 부지런히 읽기 바란다"며, "성경을 통해 하나님 마음의 뜻을 알아가며 그 말씀을 삶에서 지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출판감사예배를 드린 하오차교회(2009년 태풍 모라꼿의 피해로 산 아래로 내려온 하오차마을의 교회)를 나서는 원주민들의 손에는 성경이 한 권씩 들려졌다. 원주민들은 성경을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환하게 웃었다.

'모든 민족에게 주 성령 부어주시고 … 주의 말씀을 달라'고 간절히 불렀던 그들의 찬양소리가 아직도 마음을 울린다.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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