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죄질 다스리는 '가중처벌법', 무용지물

목회자, 위법행위 후 '자의사직'하면 비노회원…노회선 처벌할 방법 없어 이수진 기자l승인2018.04.16l수정2018.04.17 10:41l3136호 l조회수 :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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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수수ㆍ횡령ㆍ성폭행 등은 총회법이 정한 불량한 죄질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헌법은 '성폭행'을 불량한 죄질로 규정하고 죄과가 불량한 피고인에 대해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다(헌법 권징 제5조 1항-8, 헌법시행규정 권징 제72조 7항-3).

하지만 최근 잇따라 수면위로 드러난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목회자들에 대한 노회의 처리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높다.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노회는 회원권이 없는 사람을 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헌법이 정한 책벌을 피해가기 위해 '자의사직'이 악용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한 목사는 언론에 혐의가 알려지자마자 교회 사임과 함께 노회에 '자의사직서'를 제출했고, 해당 A노회 임원회는 제출된 사직서를 즉각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원 중 하나가 성추행 혐의로 최근 구속된 B노회도 해당 목사가 자의사직한 상태다. 구속된 목회자가 시무하던 교회는 문을 닫은 상태이고, 해당 시찰회는 교회폐지를 이번 정기노회에 청원해 행정상 처리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한편 부교역자 추행 논란으로 담임목사가 교회를 사임한 한 교회는 최근 마친 C노회 정기노회에 '은혜 중 평안'이라는 한 줄로 교회에 대한 보고를 시찰회가 했으며, 해당 목사는 노회원으로 남아 있다.

자의사직서는 목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목사직의 사직을 원할 때, 스스로 노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사직서를 접수한 노회는 이를 심사하여 사직케 하는 데, 폐회 중에는 임원회가 이를 처리한다.

현행법상 사직한 목사는 노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노회가 죄과를 물어 책벌하기엔 근거가 없다. 자의사직한 목사는 신분이 교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원하는 경우에 따라 전도사직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교인이거나 전도사거나 소속은 당회가 된다. 때문에 노회가 직접 나서 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목사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자의로 절차를 거쳐 목사직을 내려놓았다면, 일단 노회로서는 그 목사에 대해 치리하는 의무와 책임에서 면하게 된다. 교인의 범죄에 대해 소환심문하고 증인의 증언을 청취하며 범죄한 증거가 명백할 때 징계할 수 있는 기관은 당회가 되기 때문이다.

총회 헌법은 '성과 관련한 범죄 행위'를 불량한 죄질로 가중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노회는 사직서 처리를 통해 목사에 대한 치리책임을 외면하는 형국이어서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또한 간음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이 정한 권징의 제1사유 '성경상의 계명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지만, 제대로 치리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총회는 교회내 성폭력 문제 발생시 '가해자가 목회자일 경우에 사건을 노회에 고지하여 처리토록 한다'고 방침을 내놨지만, 목회자가 사직을 한다면 노회가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게 된다. '은혜롭지 않은' 사건에 대해 책임성 있게 대응하려면, 노회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제출된 자의사직서를 처리하지 않고 징계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성추행으로 징역 6개월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이 선고된 목회자가 발생한 D노회는 해당목사에 대해 재판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D노회는 "범법사실이 있더라도 목사의 처벌은 재판 과정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노회 관계자는 "임원회가 기소위원회에 기소의뢰를 해 놓은 상태이며, 4월 말 출소한다는 당사자를 소환해 재판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교계미투 이후 첫 판결사례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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