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 있는 나목, 숲과 열매를 꿈꾸다

[ 기독미술산책 ] 2. 윤경 작가 '싯딤나무처럼(Like Shittim)'

유미형
2019년 02월 13일(수) 17:28
2016_윤경_Like Shittim_기원_116.6x80.3cm_mixed media on canvas
Like Shittim (싯딤나무처럼)_기원, 116.6x80.3cm, mixed media on canvas, 2016



윤경의 회화는 늦가을 소스리 바람 부는 벌판에 처연히 서 있는 나목(裸木)을 보는 것 같다.

나무토막 오브제(objet)를 사용하여 나무를 재창조하는 나무 작가이다. 오브제란 1950년대 이후 미국에서 나타난 화파로 초현실주의자들이 자연물이나 일상용품 따위를 독립된 작품으로 제시했는데, 단순한 제작 방식과 최소한의 조형 수단으로 상징성을 드러냈다. 윤경은 잘리고, 부러지고, 부스러진 나무토막 오브제로 황량하고 참담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묘출한 것으로 보인다. 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만 남은 나목은 마냥 떨고 있다. 그러나 봄이 오면 싹이 돋고, 잎이 난다는 역설 메시지가 들려온다. 비록 현실은 '벌거벗은 나무'이지만, 5월의 싱그러운 초록과 가을의 풍성한 열매를 꿈꾸며 작업하기 때문인지 어딘가 푸근하고 평온하다. 이유는 나무라는 재료 감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사람이 내 안에 있고 내가 그 안에 있으면, 그는 열매를 많이 맺는다. 그러나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15:5)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처럼 죽은 나무토막을 살려내는 작업은 예사롭지 않다. 붓으로 그린 평면 작업이 아니라, 캔버스에 나무토막을 촘촘히 응착하고 채색하는 작업으로 회화 영역이 어디까지냐고 질문한다면 그것은 우문이다. 이미 회화를 넘어선 다매체 작업으로, 현대는 평면과 입체를 융합한 총체적 예술 영역을 포함한다. 그는 "하찮고 보잘 것 없는 마른 막대기에 생기를 불어넣고, 생명의 나무로 부활시키는 작업을 한다"라고 설명한다. 쓸모없이 버려진 나무젓가락이나 나무토막을 끼우고, 채색하고, 연마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극심한 노동을 감내한다. 산통을 거쳐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생명나무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는 작업 하면서 생명수를 찾아 사막 땅속 깊숙이 뿌리내렸던 싯딤나무를 묵상한다. 법궤와 성막의 목재로 우리의 영혼이 진리를 찾는 환상을 꿈꾼다. 캔버스 위에서 채워지고, 소생하고, 구체화 되는 과정은 구도자가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번제를 드리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쉽고 편한 길을 놔두고, 굳이 좁고 협착하여 찾는 사람이 적은 그 길을 간다. 그 길이 생명의 길, 복음의 길, 예술가의 길인 것이다. 2월에는 'Like Shittim (싯딤나무처럼)_기원'을 감상 하면서 긴 겨울잠에서 기지개를 켜고, 삶에 새싹 발현을 기대한다. '생기야 죽임당한 이들 속으로 들어가 이들을 살게 하여라.'(겔37:9)는 선포대로 마른 막대기 같은 인생도 지극히 큰 하나님의 군대가 될 것이다. 이제 곧 봄은 올 것이고, 바울이 기뻐한 빌립보 교인들처럼 사랑의 싹을 틔울 때인 것이다.



작가/윤경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 미술학 박사 수료

개인전 및 초대전 9회 (진부령미술관, 아트월갤러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초대전 등),

수상/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 1회 특선, 3회 입선



유미형

서양화가, 기독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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