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곳에 있으라

[ 가정예배 ] 2020년 8월 12일 드리는 가정예배

송인도 목사
2020년 08월 12일(수) 00:10
송인도 목사
▶본문 : 창세기 3장 8~12절

▶찬송 : 312장



서울에서 부교역자로 섬길 때 북한산을 자주 올라갔다. 그 중 원효봉에는 고양이가 참 많았다. 아마도 버림받은 고양이였을 것이다. 그런 고양이를 길냥이라고 한다. 이 길냥이들이 먹이를 찾아 산까지 올라온 것이다. 본래 고양이는 사람들과 함께 집안에 사는 동물이다. 그렇게 사랑받는 곳에 있을 때의 고양이는 정말 귀엽다. 잠을 자도, 하품을 해도, 뭘 해도 귀엽다. 그런데 그런 고양이가 원효봉에서는 천덕꾸러기였다. 등산객들이 음식을 꺼내 먹을라치면 슬금슬금 다가와서 음식을 구걸했다. 어떤 때는 여러 마리가 몰려들기도 하는데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원효봉은 고양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다. 고양이는 집에서 주인으로부터 사랑받으며 살아야 한다. 고양이가 있어야 할 자리는 길거리나 산 위가 아니라 따뜻한 집이다. 그 자리를 떠나면 고양이는 더 이상 귀엽지도 않고, 사랑받지도 못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있어야 할 제자리가 있다. 제자리에 있으면 아름답고 귀하게 여김을 받지만 제자리에서 벗어나면 문제가 생기고 잘못된다. 사자가 육지에서는 동물의 왕이라지만 물속에서는 작은 물고기도 이길 수 없다. 반대로 물속에서는 무시무시한 고래나 상어도 물 밖에서는 아무 힘이 없다. 무엇이든 자기 자리에 있어야 귀하고 힘이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마다 있어야 할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남편과 아내는 술집이나 무도회장이 아니라 일터와 가정에 있어야 고귀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뽐낼 수 있다. 성도들도 마찬가지이다. 주일에 성도들이 가장 빛이 나고 아름다운 곳은 골프장의 홀인원 자리도, 월척을 낚은 낚시터도, TV 앞의 편한 소파도 아니다. 어린 생명을 믿음으로 지도하는 열정의 교회학교와, 다른 성도들을 위해 운전으로, 주차 안내로, 찬양대로, 주방봉사로 섬기느라 땀 흘리는 하나님의 성전이 바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자리이다.

오늘 본문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범죄 후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숨는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찾아오셔서 먼저 하신 말씀은 "왜 따먹었느냐?"가 아니라, "네가 어디 있느냐?"였다. 하나님께서 인간과 나눈 최초의 대화는 자리에 관한 문제였다. 아담과 하와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했음을 하나님께서는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뱀의 유혹을 받았을 때 하와의 시선은 선악과를 향했다. 선악과는 하나님의 절대영역이었으므로 쳐다볼 필요도 없었지만, 선악과로 시선을 돌린 순간 하와는 이미 뱀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 것이다. 선악과는 인간의 자리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범죄한 아담과 하와에게 하나님께서는 '왜'보다는 '어디에'를 물으신 것이다. '어디'가 '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담과 하와도 역시 '어디'를 답하기가 곤란해 구구절절 '왜 그곳에 있었는지'를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은 성도들을 향해 항상 물으신다. 지금 어디 있느냐고. 이때 우리는 하나님께 우리가 예배드리는 자리,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은혜의 자리에 있다고 떳떳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의기도

우리는 비록 죄인이지만 거룩한 성도로 불러 주셨사오니 우리 모두 거룩한 자리에 서있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송인도 목사/철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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